한전 김종갑 사장, 콩값보다 두부가 더 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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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한전 김종갑 사장, 콩값보다 두부가 더 싸다고? 누가 전기를 국민에게 비싸게, 기업에겐 싸게 팔라했단 말인가?

기사입력2018-07-04 11:1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한전을 두부공장으로 비유한 글이 화제다. 내용인즉 수입콩을 가공해 두부를 만들어 파는 공장에서, 수입콩보다 두부가 싸게 팔리는 형편이니 공장사장으로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두부공장에 빗대어 말했지만, LNG와 석유·석탄 등 원료를 수입해 생산한 전기요금이 원가에 못미친다는 항변인 셈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지난 4월13일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한빛홀에서 열린 제20대 사장 취임식에서 신임 김종갑 한전 사장이 “회사운영 전반에 걸쳐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시점까지 '비상경영'을 추진해 나갈 것”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한전>

전기요금이 원가이하라는 사실은, 한전사장뿐 아니라 많은 연구기관과 정치권·언론이 이미 했던 지적이고, 하루이틀 된 얘기도 아니다. 이런 주장이 발표될 때마다 전기소비자인 국민들은 주택용전기에만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기요금체계부터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기업은 산업용 전기요금인상은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반발했다. 양자간 이해충돌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체계개편과 전기요금의 원가이하 공급문제는 번번이 미해결 과제로 남겨졌다.

김종갑 사장이 두부공장이라고 비유한 한전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기간산업 운영주체이고, 공공필수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다. 두부생산(전기공급)은 모든 국민들을 위한 것이지 기업만을 위한게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한전은 수입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국민들에겐 비싸게, 기업에겐 싼 값에 팔았다. 두부를 많이 사면 당연히 싸야 함에도 오히려 가정에는 한모를 주고는 두모, 두모를 팔면서 세모값을 받았다. 반면 기업에겐 시간대별로 나눠 하루에 절반이상을 원가이하로 팔았다.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다는 주장,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자면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니 두부값 논란을 자초한건 한전이다.

6단계 11.7배에 달해 징벌적누진제란 비난을 받았던 전기요금누진제가 3단계로 조정된게 2016년 12월이다. 이마저도 거듭된 요금인상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극에 달하자 무마책으로 꺼내든 카드였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불만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요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일부 있었지만, 전력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고율의 누진제 적용을 피할 수 없었다. 가정에서는 에어컨을 두고 선풍기를 돌려야 하고, 백화점은 추울 정도로 냉방을 하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정부와 한전 모두 침묵했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만 해도 그렇다. 한전은 국제유가나 LNG요금이 오를 때마다 원료인상분만큼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면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원료인상시기에만 했다는게 문제다. 지난 수년동안 저유가에 힘입어 한전은 사상최대의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원료가격이 떨어졌으니 전기요금도 낮춰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거부했다. 그때마다 연료이외에 고려할게 많다고 했다. 그렇게 긁어모은 돈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또 주주들에겐 배당금으로 준 것도 한전이다. 두부공장에 빗대 연료비 연동제를 주장하는 한전사장의 주장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민들은 연료비 연동제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도시가스요금은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일년에도 몇차례 오르내리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그리 크지 않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은 나중 일이다. 그에 앞서 필요한 조치가 전기요금체계 개편이다. 주택용 전기요금체계를 국민들의 요구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가정용전기에만 누진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면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한다. 또 앞으로도 산업용전기에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 또한 밝혀야 한다. 아울러 매년 수출기업, 특히 대기업에 수천억원씩 전기요금을 감면해주는 특혜는 당장 폐지돼야 한다.

전기요금이 원가이하라는 점을 감안해도 한전을 두부공장에 비유한 김종갑 사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두부공장은 이윤을 내야하는 사기업이지만, 한전은 수익보다는 국민편의를 우선해야 할 책무를 가진 공기업이다. 어디 전기가 두부처럼 장사꾼 마음대로 팔 수 있는 물건인가? 게다가 누가 국민들에게는 비싸게 팔고, 기업에게는 싸게 팔라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