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속도내야…한반도 주인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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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남북관계 개선 속도내야…한반도 주인은 ‘우리’ 남북경제공동체로 과감한 이행, 한반도에서 얼마 남지 않은 블루오션

기사입력2018-08-17 09:4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남북정상의 두 차례 만남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물론 동계올림픽과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가 이어졌다고, 오랫동안 쌓였던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강산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조차도 쉽게 풀리지 않는 현실은, 4.27 판문점선언이 또 한번의 선언에 그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근본원인은 북미관계에 있다.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는 요구하는 미국. 핵을 정전협정 및 체제보장과 맞바꾸려는 북한. 여기에 미국내 강온파 간 대립이 있고, 한반도 문제에 역할을 요구하는 중국의 입장도 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러시아와 일본의 태도 역시 남북관계가 제속도를 낼 수 없는 요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UN의 대북제제 결의안 수정이나 폐기없이는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조차도 허용될 수 없는 남북관계. 해빙무드라지만, 미국을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북한옥죄기는 여전히 강력한 국제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경축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5일 제73회 광복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남북경제공동체 구축방안을 내놓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와 철도연결, 지하자원 개발사업 등 남북경협의 효과가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이란게 대통령의 말이다. 남북 간 전면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그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도 했다.

올해 안에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이란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의 부수적인 효과가 아니라,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광복절에 언급한 문 대통령 구상은 판문점회담 이후 대통령이 밝혀온 남북관계 로드맵과 크게 달라진게 없다. 경협이 남북 모두에게 평화와 번영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반복했던 얘기다. 그렇지만 오는 9월 평양 3차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통령의 남북경제공동체 주장은 다시한번 남북관계 고삐를 죄어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미관계의 진전만 바라볼 게 아니라, 한반도 주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중을 국민들에게 내보인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 담화 내용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에게 심각한 수준의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북미협상 구경꾼으로 남아서는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될 수도, 남북관계 진척도 더딜 수밖에 없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건 정부 역할이다.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연내하고, 에너지·경제 공동체를 추구하는건 박수칠 일이지 비난할 사안이 아니다. 민생경제가 어려운데 170조원을 가지고 희망고문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 동계올림픽 때 북한대표단을 막아서던 그 때와 변한게 하나도 없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민생경제를 위해서도 하루 빨리 풀어야 할 문제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피해와 금강산 길목 상인의 곤궁한 처지는 세금으로 피해보상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 남북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은 침체된 건설경기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 글로벌 차원의 보호무역 때문에 국가경제가 어려운 지금. 남북경제공동체로의 과감한 이행이 한반도에서 얼마 남지 않은 블루오션인 셈이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나 UN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판문점회담에 따른 후속조치 이행이 속도를 더 냈으면 한다. 금강산 관광길도 열리고 개성공단도 다시 가동돼야만, 남북관계가 이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남북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이 길로 사람과 물자가 오가야만 경제공동체 기초도 세워진다. 남북관계 고삐를 죄어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좌고우면하지 말고 황소걸음으로 뚜벅뚜벅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