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배를 산으로 끌고가는 우를 범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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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경제팀, 배를 산으로 끌고가는 우를 범하지 마라 재벌대기업의 욕심과 나태가 ‘제조업 부진’· ‘고용쇼크’를 만들었다

기사입력2018-08-21 14:22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7월 취업자 증가가 5000명에 그치는 ‘고용쇼크’에 화들짝 놀란 정부와 여당이 당정청 회의를 갖고 내놓은 대책을 보며 든 생각이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하나같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올해 일자리 예산 4조원을 증액하고 내년 일자리 예산도 올해이상 확대하겠다는 해묵은 카드만 제시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한정애 국회 환노위 간사.<사진=뉴시스>

당정청 회의 결과보다 대다수 언론은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간 ‘힘겨루기’에 지면을 할애했다.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 개선,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는 김 부총리 발언을 두고, 언론은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나서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주면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도 개선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정부와 청와대가 경제정책을 두고 불협화음만 드러내는 모양새가 됐다. 여당의 ‘대책 없는 대책’도 논란만 키웠다.

수구·보수 야당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장하성 정책실장을 경질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바른미래당도 총제적 난국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경제라인 교체가 불가피하다며 경질설에 힘을 실었다. 보수·수구 언론도 “소득주도성장 망상에 사로잡힌 청와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재난을 불렀다”며 소득주도성장론 폐기를 또다시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등 수구·보수 정당과 언론이 소득주도성장론에 적대적이란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했을 때, 자영업자를 내세워 기업의 입장만을 옹호했던게 이들이다. 고용통계가 곤두박질 칠 때마다, 수출·기업 주도 성장론으로 회귀를 주문한 것도 이들이다. 그러나 수출·기업 주도 성장론, 부동산경기를 띄워 경제를 살리겠다는 부채주도성장론이 국민경제 성장이나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역행한다는건 ‘이명박근혜 정권 9년’으로 충분히 입증됐다.

문제는 아무리 어렵기로 1년생도 안되는 소득주도성장론 묘목을 가꿀 생각은 않고, 죽어버린 고목을 왜 다시 쳐다보냐는 것이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우지 않고 부도 직전인 가계부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고사위기에 내몰린 내수경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규제를 풀어 기업곳간에 달러를 채워도, 서민의 살림살이만 나빠졌던 경험을 수십년이상 겪었다. 그럼에도 규제를 풀고 기업의 비위에 맞춰 고용절벽 난국을 타개하겠다고? 정말이지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다.

제조업 부진이 고용절벽을 불러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조업이 왜, 부진한가에 대한 진단이 먼저다. 7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공장을 인도에 세운 삼성에게 대통령이 박수를 치기보다는, 국내에도 그런 투자를 하라고 다그쳐야 하는게 정부의 역할이다. 일감이 없어진 조선공장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기보다는 연구·투자를 게을리해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수주를 빼앗긴 책임을 묻는게 정부가 할 일이다. 값싼 노동력만을 찾아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대기업. 독과점 담합구조 하에서 땅짚고 헤엄치기 경영이 체질화돼, ‘혁신’이란 이름조차 잊어버린 공룡 재벌기업. 기업의 욕심과 나태가 제조업 부진을 불러왔고 고용절벽을 만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소득주도성장론을 수정해서 고용을 늘리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궤변이다. 그렇게해서 경제를 살린들 재벌대기업 독식구조만 보다 공고히 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최저임금 논란, 자영업자 위기론, 고용쇼크로 타격받은 소득주도성장론, 난관보다 더 위험한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일이다. 몇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 수정까지 언급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성과가 더딘 현실은 국민들을 힘들게 하지만, 수출주도성장이나 부채주도성장으로 회귀는 국민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 문재인 호(號)를 산으로 이끄는 우를 범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