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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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재정지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에 집중해야 가맹수수료·카드수수료·상가임대료 안정화 통해 공정경제 실현

기사입력2018-09-03 14:03

정종열 객원 기자 (ppibi8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길프랜차이즈연구원 정종열 대표

자영업자가 어렵다고 아우성인 지금. 8월 임시국회에서는 최소한의 민생입법이라 할 수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조차 하지 못했고,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지급능력에 대한 사전조치 없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돼 표면화 되고 있지만, 사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된 원인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경제구조 변화로 인한 자영업 과밀과 불공정한 시장구조에 기인한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특히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의 변화 그리고 공업사회에서 자동화·인공지능화로 대표되는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수요의 현저한 감소가 단지 50여년 만에 급격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빠른 변화로 이에 부응하는 제도나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구축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는 퇴출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자동화·인공지능화로 노동수요가 감소해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더 적어지고 있고, 신기술에 의한 일자리 창출은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오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조선후기 농업기술 발달로 유휴 농업 노동인력이 발생한 이후, 이 노동력이 신기술 산업인 공업 노동자로 전환되는데 400여년 이상이 걸린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진입할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퇴출은 실업상태로 전락하라는 의미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현 시기 자영업은 이미 제1차 사회안전망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퇴출방안보다는 현 상태에서의 생존방안 강구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할 때,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부담하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에 집중돼야 한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한 참여자가 소상공인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그리고 경제적 불공정 문제는 어느 시대나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노력도 있어 왔다. 다만, 사회경제적 변화가 큰 시기에는 전체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서 공정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현 시기가 그렇다.

기존 산업에서 기술발전으로 노동력이 점점 고급화되며 노동자들의 급여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전체 고용수준은 현격히 떨어지는 국면이다. 신산업 기술발전으로 유휴 노동력을 흡수하기 전까지 합리적인 배분으로 고용 보릿고개를 견뎌내야 하는 시기다. 조선후기 이앙법 등 농업기술의 급격한 발달 시기에, 개혁사상가들이 균전제·한전제·정전제 등의 토지개혁을 주장한 것도 유사한 이유일 것이다. 어째 요즘의 ‘일자리 나누기·노동시간 제한’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경제민주화로 부와 소득의 합리적 배분이 특히나 중요한 이유다.

기존의 어려움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표면화 되어, 현재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내년을 기해 최저임금 파고가 한 번 더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상승할수록 늘어나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영향률)까지 고려할 경우, 내년 부담도 올해 못지않을 것이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충격은 올해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제 이 정도면 지금의 자영업자 위기가 단순히 몇몇 특정인이나 세력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사회경제의 거대한 흐름이고 사회전체가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재정지출을 통해 충격을 흡수하고, 가맹수수료·카드수수료·상가임대료 안정화 등으로 공정경제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기존 질서 내에서 최대한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최저임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할 때, 우선은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재정지출 타깃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부담하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에 집중돼야 한다. 자칫 전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장기적·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최저임금 상승충격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생존을 위한 모두의 지혜와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