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본사·점주 힘의 불균형…수익배분 왜곡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편의점 본사·점주 힘의 불균형…수익배분 왜곡 본사의 점주단체 간섭 금지하고, 점주의 집단적 대응권 강화해야

기사입력2018-10-03 05:30

정종열 객원 기자 (ppibi8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길프랜차이즈연구원 정종열 대표

프랜차이즈(가맹사업)는 노하우·기술 등 무형적 가치를 중심으로 우수한 사업모델을 구축했으나, 자본력이 없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의 소자본이 결합해 우수모델의 일반화를 통해 서로 윈윈하며 사회적 효용성을 높이는 미래형 사업유형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산업사회 생산 기본구조가 자본과 노동력의 결합인데 비해, 무형적 가치와 소자본이 결합하는 형태로 일정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중에서 편의점 업종의 경우 본사가 대형 유통기업이고 위탁점처럼 창업비용이 작은 경향이 있어, 기본구조가 유통자본과 편의점주의 노동력이 결합한 성격이 강하다. 이는 기본구조면에서 일반적인 가맹사업 보다는 기존 산업사회 생산 기본구조와 유사하다.

이러한 성격으로 편의점주 보호를 위해 미국에서는 노동법상 노동자로 접근하는 법원의 판례도 있고, 일본의 경우 편의점 본사가 편의점주 단체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노동위원회의 판단도 있다.

편의점의 경우, 대규모 유통자본이 직원으로 고용 시 부담하게 될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부담을 피하기 위해 프랜차이즈의 툴을 원용한 성격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수익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한계상황에 놓인 점주들이 적지 않아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나라 편의점 산업은 이러한 기본배경과, 본사와 점주간 힘의 불균형으로 수익배분구조가 왜곡돼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합리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사회는 편의점을 비롯한 가맹사업에서 발생하는 힘의 불균형에 대한 대응방법으로 노동법과 유사하게 점주에게 집단적 대응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편의점주의 연이은 자살로 문제가 공론화돼, 2013년 단체구성권과 함께 경제법 영역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거래조건협의 요청권을 도입했다. 또 출점시 동일 브랜드간 250m 거리제한, 중도해지 위약금 감액, 일정한 경우 심야시간 영업강제를 금지하는 등 일정한 제도개선을 이루었다. 이로 인해 일시적이나마 전체 편의점 수 증가도 주춤하고 수익배분구조 왜곡도 개선됐다.

우리나라 편의점 산업은 본사와 점주간 힘의 불균형으로 수익배분구조가 왜곡돼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합리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 회원들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등이 CU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BGF리테일 앞에서 지난달 12일 개최한 기자회견.<사진=전국가맹점주협의회>

그러나 2014년 이후 다시 편의점 수가 급증하면서 본사의 수익은 늘어나지만, 점주의 실질소득은 점점 감소하는 본사수익과 점주수익 역관계를 형성하며 편의점 문제는 또 한 번의 폭발을 예고해 왔다.

구체적으로, 편의점 주요 4개사 본사와 점주의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07년에서 2016년까지 10개년 동안 주요 4개사(지에스, 씨유,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편의점 수는 2007년 9061개에서 10년 만인 2016년 3만1859개로 3.52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본사는 매출액 3.19배, 영업이익 4.12배, 당기순이익 6.27배 성장하며 수익이 늘었다. 반면 편의점주 연평균매출액은 1.22배 증가에 그쳐 동기간 누적물가상승률에도 이르지 못해 실질 매출액은 감소해 점주 영업이익은 줄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더해지며 구조적 문제와 함께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인상 부담금 보전에 집중된 현명한 정부 재정지출 등 최저임금에 대한 합리적 보완대책과 불합리한 수익배분구조가 시정되지 않는 한 문제는 갈수록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불합리한 수익배분구조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실질적인 최저수익 보장과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확장(기존 50m에서 100m로), 중도해지 시 위약금 감면, 심야시간·명절 등에 대한 영업자율권 보장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힘의 불균형을 보완하고 합리적 구조유지를 위해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와 함께, 정당한 이유 없이 거래조건 협의요청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본사의 점주단체에 대한 간섭을 엄격히 금지하는 등 점주들의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어떠한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됐을 때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이를 덮으며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과오를 범하곤 한다. 현 시점에서 편의점 문제에 대한 관계자들의 태도는 어떤가? 구조적 문제를 대하는 편의점 본사들의 태도,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의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자세는 어떠한가? 성찰해 볼 일이다.

구조적 문제에 있어 냉철히 현실을 직시해 개선하지 않고 일회성으로 치부하거나 다른 원인에 전가하며, 이제까지처럼 점주들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회유·협박·이이제이로 대응한다면 결국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정책 부작용을 인정하고 효율적인 방안으로 대처하는 유연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저항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심화되는 구조적 문제해결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극복. 편의점 산업을 놓고 우리 사회는 또 한번 역량을 시험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