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아파트 ‘무순위 청약’ 일부 경쟁률 높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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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미계약아파트 ‘무순위 청약’ 일부 경쟁률 높은데 분양시장 재공급…‘줍고 줍는’ 현금부자나 다주택자만의 시장 우려

기사입력2019-05-29 09:27

함영진 객원 기자 (yjham@zigbang.com) ㅣ다른기사보기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가 ‘줍줍’이다. ‘줍고 줍는다’의 약자다. 올해 3월부터 분양시장의 미계약분 물량이 ‘무순위 청약’을 통해 공급되고 있는데, 청약통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분양물량을 시장에서 줍는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부르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분양계약 취소 주택, 즉 미계약 아파트의 재공급 절차로 사실상 분양시장의 패자부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부 단지의 경우 본 청약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면서 청약열기가 상당하다.

실제 지난 3월11~12일 첫 무순위 청약을 시작한 ‘위례포레스트 사랑으로부영’의 경우 6.7 :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4월16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정당계약 후 남은 미계약분 174가구 모집에 5835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이 33.5 :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2월25일 실시한 1순위 청약경쟁률이 11.1 : 1로, 무순위 청약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올해 3월부터 투기과열지구나 청약과열지역에서 분양 계약취소 주택이 20세대 이상이면, 인터넷 청약사이트인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www.apt2you.com)에서 무순위 청약을 받도록 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 성년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는데 다주택 보유 및 세대주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 청약금 없이도 도전이 가능한데다 당첨자 기록도 남지 않아서 재당첨 금지규제가 없다. 무순위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청약통장을 향후 분양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 1주택 교체수요자나 청약가점이 낮아 아파트 당첨이 어려운 청약대기자들이 ‘무순위 청약’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가 ‘줍줍’이다. ‘줍고 줍는다’의 약자다. 올해 3월부터 분양시장의 미계약분 물량이 ‘무순위 청약’을 통해 공급되고 있는데, 청약통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분양물량을 시장에서 줍는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부르고 있다고 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무순위 청약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생각보다 입지여건이 좋은 미계약 분양사업지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아파트 분양시장은 분양가 9억원 이상의 경우 중도금집단대출을 불허하고 있다. 청약한 후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미계약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이유들로 입지여건이 양호한 무순위 청약 물량이 제법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개정으로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위주로 강화된 이후, 자금력을 갖춘 유주택자나 청약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은 규제지역 분양시장의 당첨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미계약 물량에 대한 밤샘 줄서기나 모델하우스 방문 없이도 손쉽게 온라인 청약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높아져 적극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미계약에 대한 사후 무순위 청약 외에도 본 청약 전 사전청약이 가능하다는 것은 건설사에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 만에 모를 청약미달이나 계약포기, 청약부적격자로 인한 아파트 미계약 우려를 사전에 덜 수 있다는 점은 공급자에게도 제3의 시장이 열린 셈이다. 미분양 마케팅 비용의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순위 청약에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순위 청약시장도 분양시장의 양극화를 피할 수 없다. 입지여건, 분양가, 미래가치 등 미계약 된 원인이 다양할 수밖에 없어 지역의 차별화 및 분양사업지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기수요가 많은 인기 사업장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높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무순위 사전청약이 오히려 낙인효과를 낳을 우려도 있다.

무순위 청약접수가 곧장 계약으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한다. 청약제한과 재당첨금지 등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당첨자가 바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청약수요의 부풀림이 소비자 착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무순위 청약이 현금부자나 다주택자 등 자산가들을 위한 그들만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면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현금 부자들의 ‘줍줍(미계약분 아파트를 사들이는 현상)’ 경쟁이 가열됐다고 판단, 예비당첨자 비율을 확대하고 무순위 청약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을 대폭 확대해,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중기이코노미 객원=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