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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사법부 스스로 법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법의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할 책임도, 그럴 권한도 사법부에 있다
- 기사입력2019-06-27 14:59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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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무죄판결을 두고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안미현 검사는 ‘마법과 같은 일’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영화 제목을 빌어 ‘자백은 미친 짓이다’고 꼬집었다.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수사 촉구와 책임자 처벌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국민 대다수가 권 의원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한 ‘마법’과 같은 판결이다. 권 의원이 무죄라면 청탁자 명단과 청탁 사실을 몇 번이나 대서특필했던 언론 모두 정정보도를 내야할 형국이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실과 무죄판결, 양립할 수 없는 부조화다. 둘 중 하나는 잘못됐다.‘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금언이 있다. 법의 엄중함과 법관의 양심을 의심해서, 법관의 고유영역인 판결에 대해 갑론을박해서는 안된다는 경종이다. 그러나 청탁 리스트 등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있고, 강원랜드 사장과 인사담당자의 구체적인 청탁 증언이 폭로됐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무죄를 판결한 법관에게, 이 금언은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법관 스스로 법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할 수 없는 마법의 주술 같은 판결문, 국민들은 당연히 비판할 권리가 있다.
청년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시민단체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강원랜드 사건 1심 무죄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채용비리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인사팀장도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고, 기획조정실장도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청탁을 받고 실행에 옮긴 자들은 유죄인데, 청탁을 했던 국회의원이 무죄라면 법을 떠나 상식에도 반하는 일이다. 최 전 사장은 재판과정에서 권성동 의원으로부터 직접 대면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만 800명이 넘는다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권 의원은 강원랜드에 압력을 넣어 교육생 공개선발 과정에서 의원실의 인턴 비서 등 11명의 채용을 강요했다. 또 자신의 비서관을 경력직원으로 채용하게 한 사실 역시 드러났음에도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 이래 놓고도 국민들에게 신뢰받기를 원하는지 궁금하다.법은 척도이며 판결은 국민이 지켜야 할 규범의 테두리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 판결 내용대로라면 국회의원, 권력층의 공공연한 청탁비리를 더 이상 단죄하기 어렵다. 당장 딸의 KT 불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에게 납득할만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 의심부터 생겨난다. 취직을 잘하기 위해서는 머리 싸매고 공부하기보다, 사돈에 팔촌을 동원해서라도 국회의원에게 줄을 대는 것이 더 현명한 길임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재판부가 확인해 준 꼴이 됐다. 스펙보다는 희망이 중요하다고 대학생을 상대로 강변했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이 발언조차도 국무총리를 지낸 아버지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허세에 불과하다.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재판부의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무죄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도 있고 판결은 판사의 재량이라지만, 사회정의와 공정경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판결을 국민들이 존중하고 따라할 이유는 없다. 다행히 우리 헌법은 3심제다. 당연히 검찰은 항소를 해야 하고, 고등법원은 권성동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원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그게 법원이 바로 서는 길이고, 사회 정의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 판결은 불법채용에 따른 직접 피해자 800여명은 물론 청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사법부 스스로 법원 권위를 무너뜨렸다. 무너진 법의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할 책임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도 사법부에 있다. 각성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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