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초점…‘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프레임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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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나’에게 초점…‘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프레임 깨자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조안나 작가

기사입력2021-07-02 14:53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예술가에게 더 없는 위안이 된다.”

이 이야기는 ‘데미안’으로 익숙한 소설가 헤르만 헤세가 남긴 말이다. 많은 예술가는 자신이 세상을 통해 얻은 영감을 예술로 치환해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바라보고 고민하며, 또 깨닫게 이끌곤 한다.

어느덧 여름이 코앞에 와있는 지금, 우리는 힘든 시기에도 변함없이 푸르르게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생명의 위대함을 마주하곤 한다. 아름다운 꽃 속에 우리의 삶을 투영시켜 보여주는 작가가 있다. 힘든 시기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식물과 선으로 표현하는 작가 조안나의 작품을 감상하며 잠시 위안을 얻어보자.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프레임, 핑크 튤립’, acrylic on canvas, 60.6×60.6cm, 2021.

제 작품세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처음 그렸던 작품들은 주로 꽃과 선만 그렸어요. 이는 ‘우리의 인생’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건데 꽃은 나 자신을 나타내면서 인생의 유한함을 함축하고 있어요. 또 ‘선’은 인생 그 자체를 의미해요.

최근 작업하고 있는 ‘프레임’ 시리즈는 조금 더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프레임을 깨자는 뜻도 있고, 한편으로는 여러 ‘프레임’을 가지고 나와 세계를 들여다보자는 뜻도 있어요.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서 무엇을 보는지가 달라지고, 제 마음 역시 어떻게 들여다보느냐, 무엇을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니까요.

Q. 꽃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 해당 소재에 관심을 갖고 표현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꽃이 인생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름답고, 짧게 피었다 지고. 우리의 인생도 짧게 느껴지잖아요. 인생의 유한함을 표현하는데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전에서는 흔히 꽃이라는 소재가 ‘죽음’을 나타내기도 하잖아요. 저는 죽음과 삶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통적으로 ‘죽음’을 상징하는 ‘꽃’이라는 오브제를 통해서 ‘삶’에 대해 그리게 되었습니다.

Q. 꽃을 표현함에 있어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는가?

저는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색감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어요. 디테일한 부분도 그리고 있지만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양하기 때문에, 몇몇 분들은 일러스트 느낌도 난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Q. 그러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대표작을 한 점 소개한다면?

프레임 시리즈는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해나가고 있는 단계라 생의 리듬 시리즈 중에 한 작품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생의 리듬, 사막의 선인장’이라는 작품입니다. 사막에서도 꼿꼿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선인장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제가 선인장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생의 리듬’ 시리즈부터인데요, 척박한 사막에서도 푸른빛을 지키며 살아가는 선인장이 매력적이었어요. 선인장을 의인화해서 생각해봤을 때 삶을 대하는 의연함이 멋있어 보인거죠. 물론 이 역시 인간의 관점이고 선인장은 그저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것뿐이지만요.

이 그림에서는 사막과 원, 세모, 네모로 나타낸 ‘세계’ 속에서 자신의 리듬(곡선)대로 살아가는 나(선인장)를 나타냈어요. 또 원은 태양을, 곡선의 색은 오아시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렸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내가 살아가는 우주 속의 나’와 본인의 리듬으로 생을 살아야 한다는 주제가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제 작품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대표작으로 꼽고 싶어요.

‘생의 리듬, 사막의 선인장’, acrylic on canvas 45.5×45.5cm, 2021.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인생의 유한함에 대해 생각해보고 오늘 하루도 소중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우린 태어남과 동시에 모두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 같잖아요. 다른 사람과 참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인생인데 그 안에서 자기 생의 속도와 리듬이 있으니까 힘든 상황에 계신 분들은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건 사실 저의 바람일 뿐이고, 어떤 감정과 생각을 느끼시든 각자의 상황에 비추어 무언가를 느끼시기만 해도 참 좋을 것 같아요.

Q. 주로 아크릴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선호하는 재료가 있는가? 그 이유는?

아크릴이 제가 원하는 색감을 표현하는데 적합해서 사용하고는 있는데 따로 선호하는 재료가 있는 건 아니에요. 예전엔 유화로도 작업을 했었고요. 나중엔 아크릴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시도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그동안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내면’에 대한 관심은 없었던 것 같아요. 결국 ‘내’가 곧 이 세상의 ‘우주’이기도 하잖아요. 프레임 시리즈를 통해 나의 내면세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등 ‘나’를 탐구하는 작품을 작업 중이고, 앞으로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제가 잘하고 있는지 항상 고민이 커요. 예술이라는 것이 옳고 그름이 없고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라는 두려움도 있고요.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작업을 해야 되는데 자기 확신이 없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또 스트레스 받고, 이런 게 반복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더 나아가고 발전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 조안나의 꿈은 무엇인가?

제 그림이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가 된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은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는 것은 제 욕심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저 제 그림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그림을 보는 시간 동안 잠시나마 힐링이 되신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진심을 담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겠습니다. 또 꿈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하나 있는데, 3년 내에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어요.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