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생태계 주도할 건실한 공급기업 필요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스마트공장 생태계 주도할 건실한 공급기업 필요 지속성 필요 시점…‘10-10 클럽’ 매출과 영업이익 우수한 기업 있어야

기사입력2022-01-21 10:51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ㅣ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10-10 클럽이 뭡니까?”

사람들이 이렇게 물을 때, 그에 대한 답변은 ‘생태계’라는 용어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대표적인 생태계다. 생태계 속에는 늘 변화가 생긴다. 생태계 환경이 안정적인 것처럼 보여도 실상 세세한 영역에서는 늘 탄생, 생존, 경쟁, 발전, 쇠태 등과 같은 일이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이어진 40억년의 생태계 변화를 통해서 우리는 생태계가 어떤 것일지 이해할 수 있다.

지구 같은 큰 생태계 속에서 현재의 우세종에 해당하는 인간은 갖가지 인위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또는 스마트제조’라는 국가 프로젝트도 실은 그런 생태계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태계는 건강할 때도 또는 허약할 때도 있다. 허약한 생태계는 결국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지구 속 생태계가 증명한 바다. 우리가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사업도 그러하다. 실상 스마트공장이란 생태계는 정부라는 강력한 주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환경에 의지하고 있다. 좋은 햇살과 적당한 비를 내려주면 대지가 스스로 많은 생명들을 탄생시키고 육성하는 이치를 기대하며, 정부는 돈을 뿌리고 제도를 통해 비나 바람도 불게 하는 역할을 해 왔다.

건강하지 못한 스마트공장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최근 시도되고 있다면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생태계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주체는 성장했고 그렇지 못한 주체는 서서히 개체수가 축소돼 간다. 그 안에서 혼자만 잘 살아가는 주체는 거의 없다. 환경이란 틀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협업을 하며 살아간다.

그간 한국 정부가 주도한 스마트공장 사업의 면면에서는 이런 생태계의 건강과 중요성을 그리 주목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스마트공장을 지속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시점이다. 이런 생태계를 주도할 건강한 주체들의 집합인 ‘10-10 클럽’이 필요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2020년 스마트공장 1만개 구축’ 이와 같은 구호와 슬로건을 내걸고 돈을 좀 뿌리면 저절로 스마트공장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14년 이래로 정부가 돈만 풀면 스마트제조가 여기저기서 뿌리를 내리고 스마트공장 사업이 번창할 것 같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돈만 뿌리면 제조기업들이 달려올 줄 알았지만, 좀비기업들이 먼저 설치기도 했다.

스마트공장 사업이 정말 잘 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 스마트공장 관련 솔루션 공급업체, 컨설턴트, 대학, 정부 산하 지원기업, 지방정부, 테크노파크, 관련 공무원 등 스마트공장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모든 주체들이 바른 역할을 하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주체들 중에서 누군가 잘못된 생각을 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욕구에 끌려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르면, 전체 생태계는 나쁜 기운의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공급기업들의 욕망은 부실 제조기업의 헛된 망상과 어울려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하는 일은 물론이고 사업 자체를 냉소적으로 보게하는 현상을 만들기도 했다.

“설비하나 구입하기 위해 스마트공장 사업 신청을 했다.” 이런 이야기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유되기도 했다. “당연한 것 아니냐” 맞장구 치는 이야기들도 공공연히 돌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면 모든 일이 다 잘될 것 같다고 보는 이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이렇게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난 10여년의 시간을 통해서 확인하고 깨달은 사실은, 정부 혼자로는 절대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생태계 내부의 토양과 그 속의 씨앗, 그 안의 생명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10-10 클럽’은 생태계 속의 건강한 종으로 비유할 수 있다. 스마트공장 공급기업으로서 적어도 연간 매출규모가 10 million dollars(1000만 달러, 약 120억원)가 되고, 영업이익률이 10%는 되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의 숫자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튼튼한 기업이 많아야 생태계도 건강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 한국의 스마트공장 생태계에는 2000여개의 공급기업이 존재하는데 그 중의 90%는 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에서 제공하는 스마트공장 구축이 건강한 현장을 만들 수 있을까?

2022년 말까지 국내에는 3만개의 스마트공장 사업이 완료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양적으로 많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장차 이 나라의 건강한 스마트공장을 지속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시점이다. 이런 생태계를 주도할 건강한 주체들의 집합인 ‘10-10 클럽’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