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선언은 명분없는 정치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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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선언은 명분없는 정치 퇴행 유권자를 속이는 정치인은 퇴출시켜야 새로운 정치가 열린다

기사입력2022-03-04 09:41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통령 선거를 불과 6일 남겨놓고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3일 새벽에 전해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로의 단일화와 선거 후 합당 소식은 국민들을 당혹과 분노에 몰아넣기 충분하다. 전날 TV대선 토론회에서 대통령은 도덕성과 능력 2가지를 갖춰야 한다며, 지지 호소로 마무리 발언을 했던 안철수 후보였다. 하룻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윤석열 후보를 찍으면 1년 후에는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던 격한 반감이 호감으로 바뀌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정치판이라지만, 자기를 믿고 지지해주던 유권자들에게도 이해조차 구하지 않은 독단적 선택은 정치 퇴행의 폭거다.

3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시작된 날이라 유권자들의 혼란은 더하다.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와 합당 발표가 대선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판단의 근거는 별로 없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선거기간이라 오히려 아전인수식 주장과 예측·예단이 난무한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발표 전까지 지지율 8% 정도를 보였는데,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가 언론들 대부분의 관심사이고 정치공학자들은 나름의 근거를 동원해 이런저런 주장을 내놓는다. 그러나 주장과 예측·예단보다 중요한 것은 안철수 후보의 정치 행보가 얼마만큼 반민주적이고 역사 퇴행적인가 짚는 일이다.

국민의당이나 정치인 안철수의 정치적 기반이 된 건 기득권 양당정치를 극복하려는 의지였다. 거대 여야로 나뉜 양당 정치 때문에 새로운 정치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주장에 많은 국민들이 호응해 온 것도 사실이다. 대선에 나선 안철수 후보는 양당 정치 극복의 적임자를 자처했다. 온갖 정치적 굴욕에 맞서면서 능력 없고 도덕적으로 흠결 있는 후보를 앞세워 정권 교체를 해서야 정치가 좋아지냐고 호소했던 안철수 후보였다. 그러나 3일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선택은 지금까지 양당 정치 극복의 주장이 한낱 정치적 흥정을 위한 몸값 높이기에 지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 됐다. 추한 정치다. 일찌감치 버려져야할 정치 패행이다.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선언.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측하고 예단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예측과 예단은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이들의 욕심을 덧씌워 합리화하려는 수단일 뿐이다. 대통령을 선택하고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유권자가 해야 할 일은 퇴행의 정치를 심판하는 일이다. 하루 전날 TV토론에서 스스로 한 주장조차 엎을 정치인이라면, 더 이상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다시 쓸 필요도 없다. 정치나 정치인은 ‘아나바다’의 대상이 아니다. 낡은 것, 유권자를 속이는 정치인은 퇴출시켜야 새로운 정치가 열린다.

이번 대선 참 혼란스럽다. 온갖 것들이 뒤죽박죽이다. 심판이어야 할 언론들이 두 손 걷어붙이고 선수로 등장한 건 오래된 일이다. 또 다른 심판자인 사법이나 검찰 권력들은 뻔히 드러난 범법 행위에도 팔짱만 끼고 있다. 경제 권력은 경제 권력대로, 종교 권력은 종교 권력대로 제 잇속을 챙기느라 바쁘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정신 차려야 할 때다. 예측이나 예단보다 앞세워야 할 것이 어떤 후보가 나와 국가의 안녕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지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선언은 명분도 없는 정치 퇴행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안철수’만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안철수’도 이제는 쓰임새가 다했다. 기득권 양당 정치의 극복, 국민의 여망마저 팔아치운 정치인, 더 이상 정치에 둘 이유가 없다. 안철수 아웃. 이번 대선의 또 하나의 과제가 됐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