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 그와 거리 먼 특혜·졸속으로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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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공정과 상식 그와 거리 먼 특혜·졸속으로 얼룩 박수 받는 새 정부 출범식이어야 하는데, 한숨과 걱정 소리 커

기사입력2022-05-07 00: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새 정부 출범식을 앞두고 연이은 논란과 잡음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사청문회에 올라오는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의 흠결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공정과 상식의 기치마저 의심케 한다.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과 관련된 구설수는 하루가 멀다고 더해진다. ‘취임 즉시’로 못 박듯 했던 공약들은 기약도 없이 밀리거나 축소되고 변질됐다. 이 모두가 출범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 윤석열 당선자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박수치고 응원해야 할 새 정부 출범, 한숨과 걱정 그리고 우려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지난 3일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의혹, 한국외대 총장시절 학점 특혜, 1억원 사외이사 겸직 등의 논란에 이어 방석집에서 논문심사를 했다는 사실이 결정타가 됐다. 그러나 부모찬스를 이용해서 자녀에게 특혜를 줬거나 수억, 수십억을 받으며 사외이사를 했던 후보자는 한둘이 아니다.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나 국민의힘에서는 그래도 문재인 정부보다는 낫지 않냐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할 근거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조국 전 장관에게 내밀었던 잣대라면 인사검증이 아니라 검찰수사도 필요해 보이는 인사도 적지 않다. 간첩 조작 연루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에 기용한 건 법과 정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그렇다. 이전 계획을 잡고 충분한 준비를 거치면 피할 수 있는 혼란이다. 졸속 결정에 밀어붙이기식 이전에 국방부 장·차관 등이 급하게 짐을 싸야 했다. 관저 논란은 더 가관이다. 육군참모총장 관저를 사용한다던 계획이 하루아침에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변경됐다. 김건희 여사가 외교부장관 공관을 둘러보고 내린 결정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관저 쇼핑이라는 비난도 생겨났다.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고도 한달여 가량은 강남의 거주지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출퇴근을 해야 된다는데, 출퇴근 시대에 시민 불편은 어떡할지 아무런 대책도 없다. 안보 공백과 시민 불편이 눈에 뻔히 보이는 무모한 청와대 이전, 어느 국민이 ‘구중궁궐을 벗어나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50조원을 마련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600만원씩 일괄 지급하겠다는 윤석열 1호 공약이 차등지급으로 변경됐다. 지급 시기도 ‘취임 즉시’에서 빠른 시행으로 미뤄졌다. 병사들에게 월 200만원 월급 공약도, 2025년까지 병장기준 200만원 실현으로 변경됐다. 1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 월 100만원을 주겠다는 부모급여 공약도 2024년부터 월 70만원으로 하향되고 시기도 늦춰졌다. 대선기간 후보가 몇 번이나 ‘취임 즉시’라며 확언한 내용들이다. 인수위 측에서는 공약 파기는 오해라 하지만, 당선자와 인수위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하향조정한 건 파기가 맞다. 사과하고 이해부터 구해야 할 일에 당선자, 인수위, 국민의힘 누구하나 고개조차 숙이지 않는다.

윤석열 당선자.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직전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인사나 집무실 관련 업무 추진에서 불공정과 비상식, 제왕적 결정만 두드러진다. 10일이면 출발선에 서는 윤석열 정부, 불안해 보인다. 역대 최대의 출범식 인원과 호텔에서의 호화로운 만찬, 그러나 그것으로 국민의 박수를 이끌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정치, 공정과 상식을 앞세워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약속에서 한참 멀어졌다. 국민의 지지도 그래서 낮아지는 것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부의 출범이 되려면 이래서는 안 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