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AI(인공지능) 가라, ‘초거대 AI’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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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평범한 AI(인공지능) 가라, ‘초거대 AI’가 온다 ‘우려에도 AI 개발해야 하는 이유’ 답부터 제시해야 순항

기사입력2022-07-20 06:00

2016년 3월,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이 바둑 대국을 진행했다. 이 대결은 알파고가 4승 1패를 거두고 최종 승리하며 화제를 모았다. 많은 이들이 AI가 사람을 뛰어넘을 만큼의 지능을 갖췄다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2022년 현재 AI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인공지능은 부쩍 성장했다. 알파고처럼 바둑만 잘 두는 것이 아닌, 모든 영역 전반에서 인간에 훨씬 더 가까워진 모습으로 말이다.

◇요즘 대세는 ‘초거대 AI’=AI가 ‘거대’해지고 있다. 여기서 거대해졌다는 의미는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양이 더욱 방대해졌고,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영역도 더욱 넓어졌음을 뜻한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마치 인간처럼 종합적인 추론을 할 수 있는 차세대 AI를 ‘초거대 AI’라고 부른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공부한 만큼 더 똑똑해졌고 판단 능력이 향상됐다. 기존 AI가 특정한 역할에만 한정된 반면, 초거대 AI는 여러 분야의 여러 상황에서 활약할 수 있다.

대표적인 초거대 AI로는 오픈AI의 GPT-3, MS의 MT-NLG 530B, 구글의 PaLM, 딥마인드의 고퍼(Gopher) 등이 있다. 국내 기업의 초거대 AI는 LG의 엑사원(EXAONE),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브레인의 KoGPT 등이 있으며, SK와 KT도 초거대 AI를 개발하는 중이다.

초거대 AI가 얼마나 똑똑한지는 어떻게 판가름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인공신경망에는 ‘파라미터’라는 단위가 있다. 파라미터란 AI가 처리할 수 있는 매개변수의 단위를 뜻한다. 인간의 뇌에는 정보를 처리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시냅스가 있는데, 파라미터는 이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파라미터의 규모가 클수록 인공지능이 추론한 결과물이 더욱 정교하다.

LG의 초거대 AI 엑사원이 보유한 파라미터 수는 약 3000억개이며, 이는 국내 최대다. LG는 연내 엑사원의 파라미터 수를 6000억개까지 늘릴 예정이며, 조 단위 파라미터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각 기업들이 더 많은 파라미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파라미터 숫자뿐만 아니라 실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의 효율성과 편리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거대 AI가 가져올 변화=초거대 AI는 방대한 영역의 복합적인 상황을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만큼, 인간과 유사하게 배우고 사고하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업의 제품 개발과 상품 설계, 디자인, 유통 등 더욱 넓은 범위에서 고차원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물질을 추천하거나, 생산 및 제조에서는 제품의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QA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향후에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도 인간과 협업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LG 엑사원을 뇌에 장착한 AI 휴먼 ‘틸다’는 박윤희 디자이너와 협업해 의상을 제작하고, 지난 2월 뉴욕 패션위크에 선보이기도 했다.

네이버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자사의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 앱 음성검색에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결과, 정확도와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검색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할 경우, 검색어에 관한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더라도 AI가 문맥을 파악하고 적절한 질의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오타가 있더라도 맥락을 파악한 후 정확한 질의로 바꾸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똑똑사전’ 기능을 자사의 AI 스피커인 ‘클로바 스피커’에 추가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고 풍부한 대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속적 대화도 할 수 있게 됐다.

초거대 AI가 일상에 자리 잡는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AI를 통해 보다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률과 관련한 분쟁이 생겼을 경우, 법률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할 수 있고, 곧장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초거대 AI가 법률과 관련해 초기 질의응답을 해준 뒤, 적합한 변호사에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연결해줄 수 있다면 문제를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알파고’ 이후, 2022년 현재 AI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바둑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 전반에서 인간에 훨씬 더 가까워진 모습으로 인공지능은 성장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인간을 모방하며 발전 거듭=사람이 AI를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여태까지 인간 자신을 닮은 존재를 창조함으로써 기술과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기계와 컴퓨터, 로봇도 결국 사람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AI의 개발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인간을 꼭 닮은 만큼 인간과 같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줄 초거대 AI는 미래 시대를 뒤흔들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초거대 AI를 포함한 전 세계 AI 시장규모는 2024년 5543억 달러(한화 약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을 닮은 AI는 인간과 상호영향을 맺으며 성장하고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열 것이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자신들이 어떻게 대상을 인식하고 학습하며, 어떻게 지식을 활용하는지 궁금해했다. AI가 발전한다면 인간의 인지, 학습, 활용 능력의 근간과 원리를 밝혀내고 보다 발전시키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자신을 가장 닮은 존재(AI)와 깊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수도 있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에는 인간이 모든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한다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고,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해결과 부가가치 창출은 개인의 편의와 효율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국가경쟁력과도 연결된다.

특히 AI는 차세대 산업으로 손꼽히는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산업혁명 이상의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AI의 발전이 미래 시대의 먹거리 창출과 과학기술의 우위와 이어질 만큼 중요한 것이다. AI가 좋든 싫든 개발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현재 전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AI 개발에 앞다퉈 경쟁하고 있다.

◇인공지능 강국을 위한 조건=물론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초거대 AI가 몰고올 변화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초거대 AI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초거대 AI 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업계의 기술 개발과 발전에 필요한 측면, 그리고 일반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초거대 AI 산업 개발의 측면에서 해결해 나갈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초거대 AI 개발에는 방대한 양질의 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초거대 AI를 개발하는 것은 대부분 빅테크 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이나 작은 연구실의 경우 자본 문제로 연구를 시도하기 어렵거나, 초거대 AI를 사업에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향후 이러한 문제가 기업 간의 더욱 큰 격차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에 정부는 AI를 연구개발하거나 활용하고자 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공공기관, 대학 등에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초거대 AI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능력이 향상되는데, 여기에 필요한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 특히 양질의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초거대 AI에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되지는 않는지, 저작권에 침해되는 정보는 없을지도 살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2017년부터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 개방해 왔다. 지난 12일에는 AI 학습용 데이터 5억8000건을 무료로 추가 개방했다. 해당 데이터는 기획부터 구축까지 산학연 전문가와 데이터 활용기업,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했으며 민간에서 대규모로 구축하기 어려운 데이터들을 발굴, 선정하는 방식으로 구축됐다.

한편,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인간으로부터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의 편향성을 갖고 있다. 윤리적인 기준점 없이 AI에 학습을 시킬 경우 자칫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는 소수자 차별과 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용 등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부재하다.

이 외에도 초거대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사이언스 인력이 중요한데, 현재 관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래 시대를 이끄는 주요 산업이 AI인 만큼,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대학과 대학원에서 관련 분야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재 양성은 기업만이 하기는 어려우며 정부와 대학, 기업이 상호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를 위한 공존’ 고민=AI 시대가 오면 인간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실질적인 일자리 제공과 교육이 필요하다. 대전시는 지난 4월 ‘2022년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제작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학습용 데이터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기서 AI 학습데이터 제작은 일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하기 쉽도록 정제, 가공, 검증하는 작업으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학습데이터 제작 인력은 일정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공공일자리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현재도 중년층과 노년층, 장애인 등은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등 디지털 소외를 겪고 있다. 초거대 AI 시대가 오면 편의를 누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용하기 어려워서 AI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주는 혜택에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무료 교육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인간과 AI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기업과 정부, 일반 시민 간 깊이 있는 논의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시민들은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AI를 개발해야만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반면, 사용자는 알고리즘에 종속되어 제한된 정보만 이해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질문할 수 있다. 기업과 정부는 이러한 질문들을 충분히 고민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AI 시대가 성큼 다가온 만큼, 다양한 논의와 대책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