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드론이 치킨 배달하는 시대…우리 일상은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로봇·드론이 치킨 배달하는 시대…우리 일상은 새로운 노동력 기대…보안, 교통사고, 일자리 풀어야 할 숙제 산적

기사입력2022-10-13 09:00

기업의 공장에서는 이미 기계가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기존의 공장마저 무인공장으로 전환되는 추세이지만, 일상생활에서 로봇을 볼 기회는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달하는 로봇과 드론이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로봇 시대가 도래했다.

“띵동, 음식이 도착했습니다”…배달원은 ‘로봇과 드론’

지난 9월28일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뉴빌리티와 손잡고, 배달 로봇 ‘뉴비’를 활용한 근거리 배달서비스 시험에 나섰다. 이 시험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으로 하는 ‘수요 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시험기간은 총 3개월이며 이 기간 배달료는 무료다. 서비스 대상지역은 방배1동 전역이며 운영 반경은 800m다. 세븐일레븐 앱과 일반 배달 앱을 통해 로봇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8월 경기도 수원의 광교호수공원에서 로봇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로봇으로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 곳곳에 비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한 뒤 배달의민족 앱에서 주문하면, 정해진 장소에서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며, 광교 앨리웨이 상가 내 14개 가게가 입점했다. 향후에는 운영시간과 배달지역이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글로벌캠퍼스와 아파트, 아웃렛 등지에서 로봇 배달서비스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번 실증은 국토교통부가 스마트시티 혁신기술 발굴 사업으로 추진 중인 ‘시민주도형 리빙랩’의 시즌 2, 3 사업으로 진행된다. 배달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며, 상가에 입점한 가게에서 만든 음식을 상가 외부에 대기 중인 배달원에게 전달한다. 배달원이 지하주차장에 도착하면, 아파트에 배치된 로봇은 배달원에게 음식을 건네 받아 고객의 집 현관까지 나른다.

도미노피자는 드론으로 음식을 배달한다. 도미노피자는 최근 제주도 삼양해수욕장에서 드론 배달서비스를 시험했다. 고객은 도미노피자 앱에서 드론 전용 ‘도미노스팟’을 선택한 후, 선결제로 세트 메뉴를 배달 주문하면 된다. 드론은 제주화북점 건물 옥상에서 이륙해 약 2.3㎞ 떨어진 삼양해수욕장으로 착륙해 음식을 배달했다. 해당 드론은 자율주행기능으로 비행하며 원격 관제시스템을 이용하면 노선 변경도 가능하다. 기존 배터리 드론과 달리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배달 로봇과 드론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19일 국토교통부는 로봇 배송 등 모빌리티 상용화를 골자로 하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스마트 물류 모빌리티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물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배송 수요가 많은 도심에는 배송 로봇을, 도서산간 지역에는 드론을 도입해 신속한 배송서비스가 이뤄지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현재 생활물류법상 배송 수단은 화물차와 이륜차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로봇과 드론으로 확대하고, 속도와 크기 등 안전기준을 충족한 로봇은 보도로 통행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미래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노동력…배달 로봇과 드론

배달 로봇과 드론의 장점은 무엇일까? 비나 눈이 오더라도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악천후 속에서도 제시간에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서두르다가 배달원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비자 의식이 향상되면서 배달원의 안전을 염려해 배달을 자제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가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에 들었던 지난 9월5일, SNS에서 ‘오늘만큼은 주문을 자제하자’고 당부하는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의 배달 음식 주문량은 이전보다 감소하고 대신 포장 주문이 늘었다. 배달 로봇은 다양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자영업자는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매출 걱정을 덜 수 있다.

최근 로봇과 드론이 배달을 하고, 서빙 로봇을 도입하는 식당도 늘어나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로봇과 맞닥뜨리게 됐다. 이제는 이러한 로봇들과 어떻게 생활할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사회적 논의를 할 때가 됐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배달 로봇과 드론은 고령인구가 늘어나고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미래시대에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거동이 불편해 외출이 힘든 어르신에게 로봇이 생필품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기존 노동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업무들을 로봇에게 부여해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시간대에는 배달 로봇에게 근거리 배달을 맡길 수 있다. 드론의 경우 거리가 먼 곳을 비행할 수 있어, 도서산간 지역에 도입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빠르고 간편하게 물품을 배송할 수 있다.

배달 로봇과 드론의 발달이 유관 분야의 기술 발달을 견인할 수도 있다. 배달 로봇과 드론은 자율주행기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율주행기술이 자동차뿐만 아니라 배달 로봇과 드론에도 두루 적용된다면 서로 보완점을 찾으며 발달할 수 있다. 로봇과 드론이 배달 업무를 수행하면서 축적하는 수많은 다양한 데이터는 빅데이터로, 이는 인공지능의 고도화로 이어진다. 또한 배달이 지역 상권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로컬서비스의 발전과 스마트 시티와도 연결해 볼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 교통사고, 일자리…풀어야 할 숙제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배달 로봇이 가야 할 길이 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초기산업인 만큼, 배달 로봇이 가까운 거리조차 멀리 빙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편의를 위해 도입한 로봇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로봇이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한다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침해 및 보안 문제도 따른다. 자율주행을 하려면 배달 로봇이 주변 환경을 촬영해야 하는데,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이 불특정 다수의 촬영 동의를 얻기란 매우 어렵다. 배달 로봇이 자율주행을 이유로 내 모습을 동의하지 않고 촬영한다면 불쾌감을 느끼고 반대할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배달 로봇이나 드론을 해킹해 물품이 유실되거나, 자율주행을 하며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이 유출될 위험은 없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해킹 공격으로 동작 불능이 된 드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배달 로봇은 보도로 통행하는 만큼 교통사고의 우려가 있다. 만약 로봇이 배달을 가던 중 차량이나 보행자와 부딪쳐 사고가 난다면 책임 소재는 어떻게 될까? 현재 도로교통법상 배송 로봇은 차량으로 분류돼 인도 통행이 불가능하지만, 배송 로봇이 보도로 통행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법이 마련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 수는 없는 만큼, 배달 로봇의 통행으로 다양한 문제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배달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및 택배 분야의 노동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점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배달 로봇이 당장 사람을 전부 대체하기는 어렵고, 로봇과 배달원이 상호 보완하며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을 고려한다면 로봇은 빠른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근거리 배달은 로봇이 소화하고 먼 곳은 배달원이 담당할 확률이 높다.

‘로봇이 사람 대신해 많은 일 할 것’…짐작 아닌 현실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짐작했다. 이미 산업현장에서 로봇과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B2B 영역에 해당된다. 피자를 만들거나 치킨을 튀기는 로봇이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이 역시 가게 주방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아직까지는 평범한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로봇을 마주할 기회가 적었다.

그런데 최근 로봇과 드론이 배달을 하고, 서빙 로봇을 도입하는 식당도 늘어나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로봇과 맞닥뜨리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로봇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막연하게 상상하던 시절이 끝났고, 본격적으로 실제 로봇과 더불어 살아가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이러한 로봇들과 어떻게 생활할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사회적 논의를 할 때가 됐다.

배달 로봇과 드론은 비대면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금도 필요한 물건을 주문할 때 온라인을 이용하지만, 지금까지는 사람이 그 물품을 배달해 왔다. 앞으로 로봇이나 드론이 배달을 담당한다면 완전한 비대면 배송으로 전환된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활동 영역이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배달 로봇과 드론이 오프라인과의 괴리 속에서 필요를 충족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 로봇이 본격화되면 외식 시장 또한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 미래의 배달 로봇은 음식을 건네 받는 고객의 반응을 체크하고 이를 데이터로 축적해, 맛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반영할지도 모른다. 현재는 배달 앱의 리뷰를 보는 것이 전부이지만, 리뷰를 남기지 않는 수많은 고객들의 반응을 분석·관리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직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로봇이 배달을 한다면 음식점의 다른 메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광고를 띄우거나 추가 적립서비스를 유도하는 등 홍보·마케팅 영역이 넓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