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해학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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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솔직하고 해학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그리다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우유리 작가

기사입력2022-10-27 11:30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사랑’이란 언어를 이미지화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부부간의 끈끈한 사랑을, 다른 누군가는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또다른 누군가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상징되어온 ‘사랑의 모양’이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면,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해학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그려내는 작가가 있다. 달콤살벌한 사랑의 모양을 그려내는 우유리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자.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저는 사랑과 증오, 야릇함과 귀여움, 성스러움과 추함 등의 상반되는 여러 상징들을 중첩시키는 방식을 통해 무의식에 자리한 사랑의 모양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그것들이 상충하는 지점들은 제 작업의 중요한 발단이 됩니다.

Q. 상반되는 상징들을 이용해 억눌려온 욕망이나 에로티시즘을 시각화한다고 들었는데, 이와 같은 주제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가?

자위하는 무한리필 초코 맛 똥 칼라 파워 응~아ㅇ!스크림, 107×44×44cm, 합성수지, 펠트 양모, 투명 접착제 외 혼합매체, 2018.

살면서 저를 가장 혼란에 빠뜨린 것은 무수히 많은 양면적인 상황과 감정들, 그 속에서 분열되는 나의 내면이었어요.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무의식과 욕망 그리고 에로티시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한 고민들을 마치 일기를 적어 내려가듯이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표현하게 되었어요.

저는 특히 연인과의 관계에서 강렬한 대립을 경험한 것 같아요. 대립되는 것들이 만나는 지점에는 호기심과 불안, 재미와 사건, 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기는데요. 이것들은 저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를 매우 역동적으로 만드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와요.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준다면?

‘자위하는 무한리필 초코 맛 똥 칼라 파워 응~아ㅇ!스크림’(2018)입니다. 한때 길거리에서 콘 과자에 담긴 30cm 길이의 기다란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지팡이 모양의 지팡이 아이스크림이 유행했어요. 저는 평소 먹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인데요, 그래서 일반적인 과자 콘에 담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좀 힘들어해요. 먹는 중에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흐르거든요. 이런 저에게 기본 사이즈보다 훨씬 양이 많은 아이스크림은 제가 사 먹을 수 없는 것이었고, 마치 인간의 욕망덩어리가 줄줄이 뽑아져 나온 것처럼 아주 기괴하게 다가왔어요.

저는 이때 느꼈던 그 기괴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형상을 부드러운 털이라는 물성을 가지고 만들게 되었어요. 콘이 마치 자위하는 듯 앞과 뒤에서 길게 이어지는 털의 모양은 뫼비우스띠를 연상케 하는데요, 이를 통해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욕망의 성질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또 신선한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지 혹은 더러운 응아가 질질 분출되는 것인지, 달콤함과 역겨움의 경계를 모호하게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자기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때로는 유쾌하기도, 때로는 망측하기도, 때로는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Please love me like a peach, 디지털 드로잉, 2021.

Q. 다양한 재료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재료 선택에 있어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촉감을 자극하는 털과 같은 부드러운 소재, 손으로 문질러서 표현하는 파스텔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데요. 그 외에도 즉흥적이고 우연한 분사 효과가 가능한 스프레이 페인트, 잠이 덜 깬 듯 혹은 술에 취한 듯 몽롱한 잔상을 남기는 영상매체와 같이 주제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재료라는 생각이 들면 크게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파스텔 드로잉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어요. 이전보다는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그림들이에요.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창작활동과 경제활동이 연결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제일 큰 고민입니다. 현재는 두 개가 거의 분리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지속 가능한 작업을 위해 스스로에게 꾸준한 동기부여를 주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작가 우유리의 꿈은 무엇인가?

돈 걱정 없이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마구마구 더럽혀도 되는 넓고 쾌적한 작업실에서 열정적이고 노련한 손놀림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시계 알람 없이 일어나는 평화로운(?) 날을 반복하는 것이 꿈입니다. 하지만, 저의 작품활동이 혼자만의 놀이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유리의 작품을 중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하는 아주 행복한 놀이요.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