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공예품이 우리 일상에 예술품으로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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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감성적 공예품이 우리 일상에 예술품으로 스며들다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콜랭에클로에 작가

기사입력2022-12-01 09:22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과거 예술품을 수집하고 일상에 둔다는 것은 힘이나 자본을 가진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었다. 아마도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대중에게 고가의 예술품을 자신의 집에 소장하고 감상한다는 건 사치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 예술품이 스며들도록 소장하는 문화가 확산되어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감성적인 공예품을 우리 일상에 녹아들게 이끄는 젊은 예술가 부부가 있다. 설치미술작가이자 아트디렉터 염정수와 조형작가 박예슬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콜랭에클로에를 만나보자.

Q. 콜랭에클로에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마들렌 frame holder small, ceramic, 2022.

저희 두 사람은 오래된 것들을 정말 아끼고 좋아해요. 본래의 쓰임이 다해 가는 낡은 가구나 소품을 보면 그 물건에 담긴 세월의 흔적들을 쉽게 찾게 되는데 그럴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합니다. 긴 세월을 견디면서 흠집이 나고 색이 바래져 상처 입은 오래된 물건들을 바라보면, 마치 그 물건에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르게 연민을 느낍니다. 그와 동시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이내 평온한 마음을 얻습니다.

콜랭에클로에는 컬렉션마다 작은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컬렉션의 경우에는 “홍차를 적신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고 나면 당신은 어떤 기억을 찾게 될까요?”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따뜻한 차에 살짝 적신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과거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장면으로 시작했어요. 우리는 어떤 기억을 흘려보내고 어떤 기억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 잠시 생각하게 하고 싶었어요. 과거의 기억 속에 숨어있는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찾아보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컬렉션입니다.

왠지 마음이 가는 컬렉션은 ‘얕은 잠, 깊은 잠’ 컬렉션인데요. 오랜 시간, 불면증으로 늘 얕은 잠을 자는 소중한 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고단한 하루의 끝에 그가 마음 편히 깊은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컬렉션입니다. 크고 작은 고민과 생각들로 뒤척이며 늘 얕은 잠을 자는 분들께 평온한 얼굴을 한 인센스 홀더가 깊은 잠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작업한 컬렉션입니다.

Q. 현재의 작업들을 시작하고 또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조소 전공을 한 저희조차도 크기가 큰 조형작품을 방 안에 둔다는 것은 왠지 부담스럽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렵다고 느껴졌어요. 그 점을 늘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조형작품에 쓰임을 줘,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히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제품의 용도를 어느 정도 정해 놓고는 있지만,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쓰임새를 보는 것도 좋아해요. 같은 공예품이어도 작은 조형작품처럼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 액세서리를 보다 유니크한 플레이트에 담아두기 위해 구입하시는 분들도 있죠. 저희는 종종 작업실 뒷마당에 피어 있는 꽃 한 송이를 데려와 인센스 홀에 꽂아두고 있어요.

Q. 부부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가

처음에 콘셉트를 구상한 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며 제품을 디자인해요. 그 다음 다양한 형태로 조형을 작업한 후에 회의를 거쳐 선택된 제품의 원형을 제작하고 틀을 만듭니다. 이후 주입 성형, 탈형, 슬립 다듬기 등 인고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가마 소성을 하게 돼요. 모든 순서를 저희가 직접 수작업으로 이어나가기 때문에 기나긴 과정이 필요합니다. 공산품에서 느낄 수 없는 수작업 특유의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손으로 만든 질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제품을 너무 매끈하게 다듬지 않고, 조금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자연스럽게 손작업한 부분들을 되도록 살리고 있습니다.

‘깊은 잠, 얕은 잠’, ceramic, 2021.

Q. 도예작품으로서 색감이 굉장히 독특하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제작되는 것인가

먼저, 도자기에 유약을 입히면 다양한 색상이 나오게 됩니다. 동일한 유약을 사용하더라도 흙의 종류와 가마 온도에 따라 색상은 천차만별이죠. 특히 가마 소성시 불의 온도와 위치에 따라 고유한 색감과 질감이 생겨나게 되는데, 바로 이 점이 도자기의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아름다운 색상 중 저희에게 가장 의미 있는 색상은 앤티크 옐로 브라운 컬러와 커스터드 크림 컬러인데요. 염정수 작가의 아버지, 염종귀 도예가님이 젊은 시절 직접 연구하고 개발한 유약을 사용해 탄생한 컬러이기 때문이죠. 저희가 무척 소중히 여기는 컬러입니다.

Q. 콜랭에클로에의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콜랭에클로에는 저희가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사진 빈티지 소품 등 저희 삶에 녹아있는 일상의 모든 것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스스로 느낀 것을 표현하는 게 어느 무엇보다도 큰 힘이 있다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버지이자 도예가이신 서평도예 염종귀 작가의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단 하나의 작품을 위해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아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직접 만드신 작품의 조각과 색상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콜랭에클로에의 색상은 저에게 친숙하면서도 아버지가 오랜시간 작업해 오신 유약을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느끼는 편안함과 따듯함이 그대로 디자인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콜랭에클로에의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오래된 것이 주는 유연함과 포근함을, 저희 제품을 사용하실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기를 바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세월을 한순간에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낡고 빛바랜 물건들과 조화롭기를 바라고 구매해 주시는 분들의 애정이 담긴 공간에서 오래도록 온기를 줄 다정한 물건을 만들고자 합니다. 염정수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작품에서 느꼈던 낡고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따듯함을 느꼈듯이 저희 제품을 사용하시는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저희가 바라보거나 좋아하는 것들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작품 컬렉션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지만, 콜랭에클로에를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일상생활에서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들도 많이 원하셔서 앞으로 식탁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콜랭에클로에의 무드를 담은 테이블 웨어 제품도 늘려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페어나 팝업처럼 콜랭에클로에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