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자연을 재구현해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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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일상과 자연을 재구현해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다 아티스트 듀오 드리프트 ‘DRIFT:In Sync with Earth’ 내년 4월16일까지

기사입력2022-12-15 16:42

최유진 기자 (e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샤이라이트 ©중기이코노미

천장에 매달린 구조물이 떨어지며 꽃이 피어나듯 사뿐거린다. 하늘하늘한 꽃잎은 춤을추듯 위아래로 움직이며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네덜란드 출신 아티스트 듀오 드리프트(DRIFT)의 작품 ‘샤이라이트(Shylight)’다.

드리프트는 로네케 홀다인과 랄프 나우타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로 2007년 결성됐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미국 뉴욕 더 쉐드 등에서 전시를 열며 글로벌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각,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들의 아시아 첫 번째 전시 ‘DRIFT:In Sync with Earth’가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다.

‘샤이라이트’는 꽃들이 밤낮의 길이와 온도 및 습도에 반응해 잎과 봉우리를 스스로 움직이는 개폐 활동을 하는 수면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공학적 설계를 통해 자연의 원리를 재현해 낸 움직이는 조각작품이다. 작품은 100번 이상의 레이저 커팅과 40시간 이상의 손바느질을 거쳐 완성됐다.

앰플리튜드 ©중기이코노미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20여 쌍의 투명 유리관이 새가 날개짓을 하듯 움직이는 조각 작품 ‘앰플리튜드(Amplitude)’가 설치돼 있다. 스스로의 동력을 이용해 비행 모션의 각기 다른 단계를 포착해 움직임 자체만으로 추상적인 공간을 만드는 작품이다. 빛이 반사되는 유리관, 유연한 움직임에 어우러지는 빛은 신비롭고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얼핏보면 작은 빛으로 이뤄진 조명같아 보이는 ‘프래자일 퓨처(Fragile Future)’는 특별하게 제작됐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비로소 민들레씨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암스테르담 전역에서 채취한 1만5000여 개의 민들레를 건조시키고 씨앗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떼어 LED 전구에 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1층 전시장은 육면체로 이루어진 오브제들로 채워져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오브제들은 ‘머테리얼리즘(Materialism)’ 시리즈 중 하나로 투명색, 노란색, 붉은색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신체를 표현한 것으로 각각 몸 속의 수분, 지방, 혈액을 나타낸 것이다. 로네케 홀다인과 랄프 나우타의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신체와 그 변화를 육면체의 크기 변화를 통해 보여준다.

프래자일 퓨처 ©중기이코노미

우리가 사용했던, 그리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부터 맥도날드 햄버거까지 일상 속 사물들도 다양한 크기와 색의 큐브로 해체돼 있다. 과거의 노키아에선 플라스틱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현재의 아이폰에선 글라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과거 ‘보호’가 가장 중요한 휴대폰의 요소였다면 현재는 ‘스크린’이 휴대폰의 가장 큰 요소가 됐다고 설명하며, 휴대폰에 대한 완전히 달라진 접근방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빵과 패티, 소금의 큐브가 됐다. 한국 전시를 위해 준비한 ‘신라면’도 보인다. 이들은 직접 음식물을 건조시켜 큐브로 제작했다.

드리프트의 작업은 단순하게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공학적 설계를 통해 일상과 자연을 재구현하고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며, 자연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용도로 기술을 사용한다.

전시장엔 자연과 기술의 공존을 보여주며, 사물을 물질의 개념으로 치환, ‘이미 만들어진 사물, 오브제’를 원래 재료의 상태로 해체하는 이들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