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아니라 노동의 곤고함과 삶에 대한 되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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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조각아니라 노동의 곤고함과 삶에 대한 되새김” 노동의 일상, 예술의 꿈…박주현 작가

기사입력2023-04-13 13:40

나의 작업은 주로 도구를 오브제로 활용해 이루어진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이란 작품 이후 오브제, 특히 레디메이드를 활용한 표현은 현대미술의 크고 중요한 흐름이 되었다. 작업에 사용된 망치나 장도리 등의 손 도구부터 오래된 나무문이나 함지박, 가래 등의 생활용품들을 재료로 활용해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대미술의 흐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항해사(mate), 45×25×53cm, 느티나무, 저속 모터, 자석, 2022.

오브제는 예술가에 의해 그 사물이 본래 가지고 있던 사용상의 기능이나 목적으로부터 절연되어 새로운 느낌과 상징성을 가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오브제인 도구에 관해 하이데거는 이 세계는 도구들로 가득한 세계이며 도구라는 존재를 통해서 예술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고, 레비나스는 무규정적이고 익명적인 세계가 비로소 인간의 노동을 통해 생존을 위한 구체적인 사물, 도구, 수단이 된다고 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과 도구의 지위의 역전, 인간이 도구(기계)에 예속되는 관계에 관해 언급했다. 나는 주로 오브제인 도구를 단순히 배치하거나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도구의 일부를 깎거나 연마하는 등의 변형을 가하여 작업하는데, 그 결과 사용한 도구에는 작가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구현하는 부분과 도구의 본래적 형태 그대로 남아 있는 부분이 구분된다.

이러한 작업의 특성에 대해 칸트는 파레르곤(parergon, 예술작품의 주변, 액자 같은 것)과 에르곤(ergon, 예술작품의 본질)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파레르곤이 부수적, 장식적인 지위를 가질 뿐이라고 보았으나, 작업에서 조각칼이 닿은 부분과 닿지 않은 부분 그리고 그 전체를 떠받치는 좌대 등은 작품의 구성요소라는 측면에서 거의 대등한 중요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칸트의 파레르곤에 대해 비판한 데리다의 이론을 수용할 수 있다.

노동자의 얼굴, 15×15×35cm, 망치, 2015.

“박주현의 망치를 손대신 잡아본다. 잡으니 손도 망치도 아닌 일상이 묵직하고 끈적끈적하게 묻어난다. 손 안에 가득 잡히는 것은 조각이 아니라 노동의 곤고함과 삶에 대한 되새김이다. 손 안의 아름다운 세계가 손 밖의 가혹한 의미로 방출된다. 그저 해석의 다양함을 염두에 두면 될 말이지만 박주현의 작품을 볼 때 이 말이 새롭게 새겨지는 이유다. 망치나 장도리의 손잡이에 노동자 자신의 모습, ‘낚시하는 김씨’이거나 ‘실업자’를 새겨놓았다. 때로는 계단참에서 ‘기다림’에 설레거나 ‘세발자전거’를 타거나 ‘별’을 쥐어보겠다고 ‘사다리’를 오르는 인물을 새겼다. 망치를 쥔 손 안에 노동의 일상과 꿈이 새겨진다.”(강선학 미술평론가)

인간의 노동은 많은 영역에서 기계에 의하여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인간은 노동현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러한 보통의 노동과 달리 예술은 비대체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래서 예술가의 노동활동의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노트, 정리=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Artist Profile-박주현 작가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박사

동아대학교 조각과 졸업,

개인전

‘Tool story 도구 이야기’(2008~2022년 16회)

갤러리 공감(부산), 한나갤러리(울산), 서린스페이스(부산). 부산대아트센터(부산), DOT미술관(부산), 예술지구p(부산), 아트스페이스노(서울), 스페이스 오뉴월(서울), 이연주갤러리(부산), 트스페이스H(서울), 프랑스 문화원 아트스페이스(부산) ,한전아트센터(서울), 큐브스페이스(서울), EON(구비올)(서울), IM Gallery(부산), TOTATOGA Gallery(부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