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해악의 ‘카르텔’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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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거대한 해악의 ‘카르텔’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법조·경제권력 카르텔 언급없이 ‘이권 카르텔 타파’는 공허하다

기사입력2023-07-06 09:54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이권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수능을 앞두고 킬러문항 배제를 언급하더니, 어느새 교육당국과 교육재벌 그리고 일타강사들을 교육 이권 카르텔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신임 차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는 이권 카르텔과 가차없이 싸워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집단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은 다반사이고, 제대로 된 정부라면 카르텔 타파에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것도 맞다. 교육계 일부에서 사교육 시장을 둘러싸고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의심도 빈번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주장은 틀린 곳이 없지만, 공허한 느낌이 든다. 공정과 자유라는 용어를 무한 반복할 때처럼 쉽게 동의가 되지도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교육당국과 교육재벌, 일타강사를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한 덩어리로 지목하는 것보다 더 앞세워 척결해야 할 건 학벌 중심과 권력층의 교육계 비리다. 교육재벌에게 자양분을 제공했던 건 부유층·권력층의 욕구였고, 일타강사는 비정상적인 교육시스템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아들의 학교폭력 사실을 부모 권력으로 덮으려는 인사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하려는 대통령, 일타강사에게 칼을 겨누며 이권 카르텔 타파를 외쳐도 믿음이 반감되는 이유다.

또 하나의 이권 카르텔로 지목한 노동조합 운영비와 시민단체의 보조금 문제도 그렇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해야 되고, 법에 저촉된다면 책임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자율적 운영조차도 범죄시하고, 지난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진 보조금을 전 정권과 이권 카르텔로 몰아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자율성은 법에도 보장하는 것이다. 태양광 사업 비리와 관련, 어려운 분들의 복지에 쓰일 돈이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됐다는 과거 대통령의 주장 또한 증명이 안 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는다는 세간의 의심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우리 사회의 이권 카르텔은 수도 없이 많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이권 카르텔의 범주에 든다고 해도 그 해악성과 파급력이, 권력과 재력이 뒷받침되는 정치 카르텔과 경제 카르텔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장 가장 무섭게 다가오는 건 법조 카르텔이다. 정권에 밉보이면 패가망신한다는 옛말은 현실이다. 수차례·수십번 압수수색을 감행해 기어이 법정에 세우겠다는 검찰, 상식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게 가혹한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 그 반대에서 드러난 범죄행위에도 수사조차 하지 않는 검찰이 있고, 무죄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재판도 비일비재하다. 이 모두가 법조권력의 이권 카르텔이 아니라면 해석하기 힘든 현상이다.

경제권력들은 손쉬운 해고, 저임금을 위해 카르텔을 형성한다. 언론, 보수지식인들도 합세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가 되면 맞추기라도 한 듯,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치고 또 다른 약자인 자영업자를 빈곤으로 빠트릴 거라고 입을 모은다. 무서운 부의 카르텔이다.

이권 카르텔을 타파해야 한다면 이런 것들이 우선이다. 법의 권위를 제멋대로 휘두르며 정권을 호위하는 법조 카르텔,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편을 갈라 제 잇속을 챙기려는 경제 이권 카르텔, 반(反)카르텔 정부가 되겠다면 이런 카르텔과 대척점에 서야 한다. 법조 카르텔, 경제권력의 카르텔, 정치권력의 카르텔, 거대하고 큰 해악의 카르텔을 대통령이 모르지는 않을 것인데 언급조차 없이 노동조합, 시민단체, 일타강사까지 사회악 카르텔로 지목해 연일 척결의 목소리를 높이는 의도를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