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현장’이 왜 ‘화제의 현장’이 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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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화재의 현장’이 왜 ‘화제의 현장’이 되어야 하나 불 타버린 참혹한 시장의 상인들과 명품백 수수 의혹

기사입력2024-01-24 11:57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목불인견이다. 이 엄동설한에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힘겨루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른 것도 아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사과를 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는 게 갈등의 원인이다. 사실 명품백을 받은 행위를 많은 언론에서는 의혹이라고 표현하지만, 부인하지 못할 증거가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사과가 아니라 수사가 있어야 하고,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 법의 정의이고 공정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대통령 측근들은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감싸기에 급급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같은 케이스라는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 이런 억지가 없다. 300만원 명품백은 김영란법을 위반하며 김건희 여사에게 건네졌고, 반환되지도 않았으며, 윤리에 어긋나는 취재라 하더라도 수수한 사실을 면죄 받을 수 없다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교통사고가 아니라 금품수수이며, 김건희 여사는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아니라 법을 어긴 범죄행위 당사자다. 이런 궤변에 국민들이 수긍할 거라고 생각하나? 참 어이없다.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의 발언도 본질이나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국민의 비난 여론이 커지자 총선을 앞둔 출마자들은 위기감이 커졌다. 이러한 리스크를 두고는 어떤 선거전략도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함이 몇몇 인사들에게서 사과 요구로 터져 나온 것이다. 보수언론들의 주문도 다르지 않았다. 사과와 대통령 부인의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제2부속실 설치 정도의 대책이 나와야 불리한 총선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수사가 아니라 사과, 법의 심판이 아니라 국민의 비난 여론을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계산이 깔린 일부의 요구. 대통령실은 이마저도 불쾌해 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에 대해 많은 진단이 있다. “약속된 대련”이라는 시각도 있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투쟁”으로 보는 측도 있다. 또 김건희 여사의 무소불위의 힘에 한동훈 위원장이 패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판단과 예측은 본질과 상관없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총선 위기감에 사과 요구를 하거나,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이 문제로 불협화음이 생기더라도, 300만원 명품백 수수는 수사를 받아야 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과를 해라’ ‘불가하다’ 이 어줍은 권력의 줄 달리기는 국민이 원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범죄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22억원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수사를 진전시키지 않는 검찰. 이에 야당에서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됐다. 명품백 수수 의혹도 검찰은 어떤 수사 의지도 드러내지 않는다. 이러니 시중에는 교통사고 조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조롱의 비난이 넘쳐 나는 것 아닌가?

23일, 갈등으로 비쳐지던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참사의 현장인 서천 재래시장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혹한 ‘화재의 현장’이 언론에 의해 이야기거리의 중심이 되는 ‘화제의 현장’으로 바뀌었고, 대통령을 기다리던 피해 상인들은 불구경하러 왔냐고 울분을 토했다. 갈등의 봉합이든, 약속 대련의 대미 장식이든 상관없다.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통령 감싸기가 한층 노골화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수사가 필요하고 상응하는 법적 심판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은 오히려 명확해 졌을 뿐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