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정착 도우라더니”…예산 줄어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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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귀농·귀촌 정착 도우라더니”…예산 줄어 고심 ‘제로섬 게임’ 전락한 귀농·귀촌 유치사업…Y-FARM EXPO 2024㊦

기사입력2024-05-02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도시민 귀농·귀촌 유치지원사업비가 올해부터 0원이에요. 지금 각 지자체는 소위 말해 멘붕 상태죠. 중앙정부에서 다시 한번 관심을 두고 우리 농촌의 실태를 들여다봐 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19일부터 3일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Y-FARM EXPO 2024(스마트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에서 만난 경상북도 귀농귀촌 연합회 김칠호 회장의 말이다. 이날 경상북도 부스에는 경산시, 성주군, 의성군, 청송군을 포함한 6개 지자체의 귀농·귀촌 회장들이 모여, 급격하게 줄어든 예산을 갖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귀농·귀촌인을 유치할 수 있을지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이런 문제는 경상북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역소멸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농어촌 지역은 귀농·귀촌이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민을 유치하고, 청년 농업인을 키우기 위해서는 각 사업에 특화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문제는 예산이다. 귀농·귀촌 사업 특성상 예산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중앙정부에서는 지자체별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17년 만에 없앴다.

귀농·귀촌에 대해 문의를 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지자체 부스를 찾아 상담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귀농·귀촌 정착할 기회 적어질 것 vs 지자체별 경쟁력 키워야

귀농·귀촌인을 모집하고, 이들의 정착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수적이다. 이에 정부는 각 지자체가 인구를 유입할 수 있도록 2007년부터 국비와 지방비를 5대 5로 매칭해 귀농·귀촌유치사업비를 지원해 왔다. 지자체는 국비, 도비, 시군 예산을 합쳐 귀농인의 집 사업,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팸투어 사업 등 각종 정보 제공 및 홍보사업을 진행한다. 이중 국비가 차지하는 금액은 최대 2억원이다.

청송귀농·귀촌정보센터 심향섭 센터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귀농·귀촌인이 빨리 지역에 정착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소통이 안 되면 융화가 안 되고, 융화가 안 되면 결국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을 떠나고 만다”며, “지역 어르신과 융화 교육을 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으니까 일을 진행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동안 국비 50%, 도비 15%, 군비 35%로 해서 총사업비가 2억원이었다. 그런데 이제 1억원으로 도시민을 유치해야 한다”며, “요즘에는 시골 생활도 녹록지 않다. 집값, 땅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비를 없애니까 힘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외에도 1인당 농업창업자금 3억원, 주택구입 자금 7500만원을 1.5%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예산 부족으로 이런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심 센터장은 “신청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을 100시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맞지 않자 8시간으로 대폭 줄였다. 이처럼 영농인이 정착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예산이 줄었기 때문에 결국 이런 좋은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수혜자 자체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상북도 부스에 6개 지자체의 귀농·귀촌 회장들이 모여 귀농·귀촌인을 유치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그는 “물론 정부가 힘들게 나라 살림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농촌을 등한시하는 느낌”이라며,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예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경북 귀농·귀촌 연합회 김칠호 회장 역시 “200개 시군에 투입되는 예산이 중앙정부에서 봤을 때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자체에서는 귀농인을 유치하고 정착을 도울 수 있는 큰 비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주관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자체별로 각 시군에 맞게 사업을 기획하고, 운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농림부 청년농육성정책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17년 동안 귀농·귀촌 유치 지원사업을 해오면서 지자체도 틀이 잡혔을 거라고 본다. 지자체별로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이제 시군에서 하는 게 맞다는 판단이다. 즉, 각 지자체의 요건에 맞춰 귀농·귀촌인을 유입할 수 있도록 경쟁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안 짜면서 지자체에 설명회와 회의도 하고, 협의도 다 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는 기존에 해오던 사업인데, 계속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17년 동안 100개 이상 시군에 국비만 800억원 넘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이 사업의 기한은 3년이었다. 한번 참여한 지자체는 3년 이상 참여할 수 없도록 돼 있었지만, 지자체에서 계속 요구를 해오는 바람에 지침을 바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예산을 줄여가면서 지자체가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10개 시군으로 시작한 사업이 작년에는 100개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러며 이 관계자는 “귀농·귀촌 유치사업은 올해 없어졌지만, 인구소멸기금 등 다양한 인프라 지원책이 있다”며 다른 지원사업도 있음을 강조했다.

농자재 반값 지원부터 창업농장 프로그램까지…지자체별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 부스를 찾은 관람객에게 부스 관계자가 전북도의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귀농·귀촌을 원하는 인구는 한정돼 있고, 예산도 한정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자체는 귀농·귀촌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이디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2012년도부터 서울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한 것으로, 도시민에게 원활한 상담과 교육을 위한 것이다.

그중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은 스마트팜 패키지 지원사업이다.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현재 모든 지자체가 스마트팜 운영자에게 융자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전북도는 이와 별도로 전북스마트팜청년창업보육사업 수료자를 대상으로 최대 4억4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청년 나이 제한도 재조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북의 13개 시군 중 10개 시군이 지방소멸 지역이다. 이에 전북에서는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해 정부 기준보다 5살이 많은 45세를 청년으로 정했다.

그는 “40세 이상 45세 미만까지 2년간 지역 상품권 형태로 월 80만원을 지원해 준다”며, “전국 통계에 따르면 귀촌 비율이 95%로 귀농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정책은 농업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현재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비롯해 지역자원을 활용한 로컬 사업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2023년부터 농자재 반값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농민을 대상으로 농사에 들어간 농자재, 농산물 생산비의 50%를 돌려주는 사업이다.

강원도 귀농·귀촌 센터 김종식 사무총장은 중기이코노미에 “모든 농업인의 애로사항이 농산물 생산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중 농자재 가격은 한없이 올라간다. 반대로 농산물값은 떨어지거나 현상 유지에 그칠 뿐이다. 특히 올해처럼 사과와 대파 가격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서는 농산물 가격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올라가는 것처럼 대처한다. 지금도 무관세로 농산물을 수입해 대체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농산물값은 못 올라간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농민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귀농·귀촌 센터 김종식 사무총장이 부스를 찾은 관람객에게 농자재 반값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에 강원도는 3월부터 10월 말까지 들어간 농자재의 반값을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관계자는 “도비, 시군비로 비료, 퇴비, 밭 비닐, 포장재 등 모든 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비용 중 50%를 현금으로 돌려준다”며, “농민들의 반응은 최고다. 대규모로 농사짓는 농민들은 1년에 들어가는 농자재 값만 1억원이 넘는다”고 농민의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강원도는 2026년까지 농자재 반값 예산을 도 차원에서 더 늘려나가기로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관련 도비 예산은 81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30억원으로 늘렸고, 2026년까지 28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시군의 재정 능력에 따라 예산 비율을 올릴 수 있도록 한도를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농자재 반값 예산에서 도비가 차지하는 예산 비율은 15%다. 나머지는 각 시군에서 충당하는데, 시군비가 85%가 아니라 300%, 500%, 1000%까지도 늘릴 수 있다. 인제군의 경우 1억원까지 잡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강원도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이런 정책으로 인해 청년 농업인이 느는 추세”라고 뿌듯해했다.

경기도는 창업준비농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전에서 농사를 짓는 것처럼 최대 2년간 교육을 해주고, 멘토링 시스템도 구축해 서로 도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경기도 부스의 관계자는 “고양시 농협대, 수원의 서울대 캠퍼스, 안성 한경국립대,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6년도에 한경대에서 11명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매년 교육장을 늘려나갔다”며, “각 교육장에서는 1년간 50평(165㎡) 규모의 하우스 한 동을 교육생에게 무료로 준다. 200시간에 해당하는 교육기간 실질적인 영농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교육생은 일 년에 90명 정도다. 교육비는 전액 도비로 지원하고 있는데,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영농사업 계획과 영농에 대한 의지를 심사해 선발한다. 경쟁률은 약 2대 1이라고 한다.

또 다른 강점은 자체적으로 멘토링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입지, 시설, 인허가 문제 등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다”며,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어 이 안에서 멘토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청년 농부가 더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중기이코노미는 2018년도부터 2년간 경기도 창업준비농장 프로그램을 이수한 유재은(31세, 사진) 씨를 만나봤다. 그는 현재 경기도 광주에서 가지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재은 씨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평생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계속 고민했다. 마침 텃밭을 조그맣게 하고 있었는데,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로 힘드나, 농사로 힘드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바에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든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귀농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농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그는 창업준비농장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유 씨는 “1대1 멘토링도 받고, 실전에서 하는 것처럼 농사를 배우면서 내가 농업과 맞을지 아닐지 거의 판가름이 난다”며, “실전에 투입될 때 청년 창업농과 연계됐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거주하고 있던 성남시에서 하고 싶었지만, 농업지대를 찾기 힘들어 경기도 광주로 선택했다. 교통편도 편리하면서 도농 환경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가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작물 중 하나가 가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축양이라는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데, 길이가 짧으면서 통통해 먹을 게 많다. 또, 식감도 무르지 않아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시장에 납품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하우스만 운영하다가 노지 농사로 확대했고, 매출도 4년간 평균 17%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한다.

유 씨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알려져서 나처럼 농사에 뜻이 있는 친구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