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애니메이션 캐릭터’…이야기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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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레벨업 ‘애니메이션 캐릭터’…이야기를 잇다 IP로 확장하는 K-콘텐츠…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4

기사입력2024-07-24 12: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번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는 2만2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K-콘텐츠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중기이코노미

“완구라는 자체가 그 하나만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 콘텐츠와 함께 소비되는 문화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어떤 제품을 선택할 때 장난감이라서가 아니라, ‘콩순이’가 가지고 놀았던 트럭을 가지고 싶어 하는 심리가 꽤 많이 작용하거든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4(Korea Character Licensing Fair 2024)에서 중기이코노미 기자와 만난 영실업 마케팅팀 김아롱 팀장의 얘기다. 하나의 콘텐츠 IP가 다른 장르와 연결되며 또 다른 산업으로 확장돼 시너지를 촉발하는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김 팀장은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잇-다, 콘텐츠 IP’를 주제로 열린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4(Korea Character Licensing Fair 2024)는 이처럼 콘텐츠 IP가 지닌 비즈니스로서의 가치와 각 산업을 연결하는 주체로서의 확장성을 점치는 자리였다.

‘레벨업’ 하며 성장해 나가는 ‘K-콘텐츠’

국내 캐릭터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경우가 흔해지면서, 캐릭터 역시 같은 자리에서 머물지 않고 계속 변화를 추구한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이들과 꾸준히 유대감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콩순이, 또봇, 시크릿쥬쥬 등 직접 개발한 IP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영실업의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10년 이상의 노익장을 과시한다. 그 힘의 이유는 매년 새로움을 더하며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3D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2010년부터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또봇은 작년에 새로운 시리즈를 론칭하며 어린이날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영실업의 캐릭터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 K-콘텐츠다. ©중기이코노미

영실업 김아롱 팀장은 “출시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새롭게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헤리티지(Heritage)를 계승하도록 했다”며, “세계관이 연결되다 보니 또봇을 즐겨봤던 어린이들이 청소년이 됐는데도 팔로우십이 높고, 팬층도 탄탄하다”며 뿌듯해했다.

시크릿쥬쥬 역시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나온 지 10년이 넘은 IP이지만, 작년 11월에 선보인 ‘별의 보석’이라는 시리즈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공주를 꿈꾸는 여자 유아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해 ‘좀 더 공주처럼’, ‘여신 같은’ 마법 소녀 공주물의 세계관을 뚜렷이 가져가고 있다.

콩순이 역시 오는 9월 리뉴얼을 앞두고 있다. 콩순이의 원래 룩은 유지하는 선에서 신체 비율에 변화를 주는 등 캐릭터 외형에 변신을 줄 예정이고, 애니메이션 스토리도 바꿀 계획이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서 바뀐 콩순이의 외형을 최초로 공개해 수많은 어린이의 관심을 모았다.

이외에 새로운 완구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특히 IP의 확장성에 주목할 예정이다.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IP라 하더라도 그 소재가 매우 중요하다”며, “‘구슬 아이스크림’ 등 유행하는 소재에 실생활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면 아이들의 반응이 더 좋고, 단순 소품 놀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 만족도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영실업은 박람회 기간 개최한 ‘토이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상한 아이템은 ‘말하는 핫도그 트럭’이다. 아이들이 점원이 돼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주문에 맞는 빵과 소시지를 조합해 제공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제품으로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 핫도그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디어 얹어 새로움 장착…글로벌 꿈꾼다

남현지 이사가 애니모먼트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어 하는 MZ 세대를 위해 버추얼 캐릭터의 허들을 깬 기업이 있다. 버추얼 캐릭터 제작기업인 밀레니얼웍스 남현지 이사에 따르면, 버추얼 캐릭터를 제작하는 데 적어도 1000만원~3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최근 이 기업에 “버추얼 캐릭터를 만들어서 유튜브를 운영하고 싶은데,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와 같은 질문이 끊임없이 들어오면서, 기업의 고민도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이들에게 ‘얼마면 좋겠냐’고 되물은 기업 관계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대략 3만원선이었다고 한다.

남 이사는 중기이코노미에 “원래 포토웍스를 하던 회사가 아니었는데, 빠르고, 편하게 버추얼 캐릭터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사진을 찍으면 바로 만화 캐릭터로 변환해 주는 애니모먼트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제품은 롯데월드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와 대전, 현대백화점 목동점, AK플라자 홍대와 광명점 등에 입점해 있다. 대만,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 이사는 “지금은 포토로 나오지만, 올해 안에는 동영상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QR을 통해 사진을 받아볼 수 있고, 음성까지 녹음할 수 있다. 그러면 실제로 입모양이 말하는대로 움직인다”고 했다. 이어, “생동감이 좀 더 부여됐기 때문에 강의에도 최적화돼 있다. 또한, 앱으로도 연동해 이메일을 포함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공유할 수 있다”며, “3000만원의 가치를 좀 더 대중적인 가격대로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용 판화를 통해 동양화를 대중화하는 데 힘쓰고 있는 기업도 있다. 수본예술제작의 박선영 대표는 동양화 버전의 그리기 키트라 할 수 있는 한지로 만든 화판을 들고나왔다.

박선영 대표는 “캐릭터를 밑그림으로 그려 넣은 화판에 물감, 크레파스, 색연필 등 다양한 도구로 색칠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의 동양화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한지 자체가 닥종이로 이뤄져 있어 질감 자체가 일반 도화지와 다르다. 이런 이유로 동양화 물감이 아닌 다른 재료를 사용했을 때 한지만의 특유한 질감이 올라와 색다른 인상을 부여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박선영 대표가 한지로 만든 화판에 색칠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넘버블럭스 관계자들이 숫자 캐릭터를 선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 기업은 애니메이션이 IP 사업으로 확장한 모범 사례 중 하나다. ©중기이코노미

레고와 비슷한듯 하지만, 교육적인 목적을 강화한 블록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도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어린이 채널에서 방영 중인 넘버블럭스라는 애니메이션을 딴 수학 교육 콘텐츠가 그것이다.

각각의 숫자에 캐릭터를 부여해 자연스럽게 더하기, 빼기 등 숫자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블록을 이어가며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수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펭귄랜덤하우스코리아 고성우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애니메이션이 잘 되니까 IP 사업으로 확장한 케이스다. 완구류로 나온 이후 국내에서도 반응이 꽤 좋다”며,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부모가 먼저 연락해 찾는 제품으로, 매출도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IP 산업이 커진 만큼, 캐릭터 불법 복제 및 유통 분쟁도 심화하고 있다. 캐릭터 IP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에 대한 검증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캐릭터 이미지 공정 이용 플랫폼을 선보였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이 플랫폼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된다. 그는 “기존에는 저작권 소송에 필요한 소견서를 감정 요원들이 직접 썼었는데, 이런 과정을 일부 대체하고자 인공지능을 넣었다”며, “두 개의 이미지가 있을 때, 전체적으로 얼마나 비슷하고 캐릭터의 감정은 얼마나 비슷한지 또한, 세부적인 특징이 얼마나 같은지 신경망 모델로 측정해 실제 소견서까지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우선 선보이고, 내년 말까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