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법규준수가 아닌 경영전략으로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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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ESG는 법규준수가 아닌 경영전략으로 접근을 “글로벌 규제로 수출비중 높고 협력사인 중소기업 어려움 예상”

기사입력2024-10-24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환경, 부패, 안전사고 등 ESG에 심각한 리스크가 있는 협력사와는 거래를 중지합니다. 지난 2021년 82개사가 이에 해당돼 자사와의 거래를 중단했습니다.”…철강업 P사

“분쟁광물 사용과 관련된 제출 정보가 미흡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한 경우, 위험이 발견됐으나 시행조치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협력사와 거래를 중단하겠습니다.”…반도체 장비 개발 및 생산업 U사

“협력사 신규 등록시 ESG 사전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ESG 평가 점수를 획득해야만 공급업체로 선정하겠습니다.”…통신업 S사

오태헌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2일 개최한 ‘한일 ESG 추진 현황과 대응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한 수출기업들이 2, 3차 협력사에 대해 이처럼 ESG 경영을 의무화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오 교수는 ‘한국 기업의 ESG 대응과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탄소국경세, 공급망 실사법 등 유럽발 ESG 규제가 강화되고 국내에서도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수출비중이 높고 다국적 기업의 협력사 단계에 해당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ESG 인식은 여전히 최저 수준=글로벌 ESG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소기업 존망을 위협하는 공급망 리스크 요인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중견기업 1278개사를 대상으로 ESG 경영실사를 진행한 결과응 보면, 종합평점 10점 만점에 3.5점으로 낮다. 특히 사회(S) 평점 대비 환경(E)과 지배구조(G) 점수는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출기업 205개사에 대해 ESG 규제 인식수준을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42점에 불과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용량 측정 ▲생물에너지 보전 노력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노력 ▲재활용 원부자재 사용량 측정 ▲제품 함유물질 모니터링 등의 항목에서 취약했다.

기업 경영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ESG 수출 규제를 물은 결과, 탄소국경조정제도(48.3%),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23.9%), 포장재법(12.2%) 순으로 답했다.

◇정부 등 ESG 경영 지원사업 마련=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해 우리 정부는 2022년 말 범정부 차원의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ESG 공시제도 정보를 제공하고 중소·중견기업의 ESG 경영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ESG 투자 활성화와 ESG 정보인력 지원체계 구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장 중심의 선제적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6개 민간 평가전문기관 및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ESG 민간합동지원단을 발족했다. ESG 민간합동지원단은 중소기업에 기업유형별 맟춤 진단과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하고, 필요시 R&D, 정책자금 등 정부지원과 연계한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중앙회 또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으로 2023년 중기 업종 맞춤형 ESG 경영 툴킷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업종별로 특화된 원스톱 ESG 지침서로, 업종별 ESG 가이드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 ESG 경영 실천을 위한 내부규정 마련시 참고할 수 있는 환경경영 및 오염물질관리 규정, 안전보건관리 지침 등 ESG 요소별 필수규정 예시 10종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한일 ESG추진 현황과 대응전략,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동반성장위원회도 협력사 ESG 지원사업을 통해 동반위에서 개발한 ESG 표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대기업·중견기업·공공기관의 협력사를 위한 업종별·기업별 맞춤형 지표를 도출하고, 교육 및 현장실사(컨설팅) 후 확인서 발급, ESG 보고서 발간 등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ESG 경영 우수사례=이와같은 정부, 대기업, 금융기관, 각종 협회 등의 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에서도 ESG 경영 우수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시내버스 운송업을 영위하는 대운교통㈜은 지방인구 감소로 승객이 감소하고, 팬데믹을 겪으며 38억원의 적자를 감당해야 했다. 대운교통은 시내버스의 준공영제 도입을 계기로 ESG 경영으로 전환하며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대운교통은 전국 최초로 2019년 전기수소버스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무공해 차량으로 교체(E)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소외계층이 회사에 입사지원을 할경우 가점을 제공(S)하는 한편, 기업운영 과정을 공개해 투명경영을 실천(G)하고 있다.

충주시 충주산단에 위치한 ㈜한영특수강은 2001년 현재의 강근욱 대표이사 취임 후 탄소중립·ESG 경영을 선포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열악한 제조업, 구조상 ESG 지수가 낮을 수 없는 산업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뿌리산업 분야 중소기업으로서 ESG 경영의 모범이 되겠다는 계획 하에 ESG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한영특수강은 탄소중립 수준 진단사업을 통해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고, 폐기물 자원 순환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실시함으로써 철강금속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자발적 에너지효율 목표제 우수사업장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