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 내 편의점과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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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같은 건물 내 편의점과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대법, “품목, 영업내용·방식 유사하고 주 고객층 겹쳐…동종 업종”

기사입력2024-08-12 16:13

김재윤 객원 기자 (law1@lawjnk.kr) ㅣ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제이앤케이) 김재윤 변호사

동네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이다. 몇 년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창업 아이템으로, 한블럭에만 두세 곳이 넘게 자리 잡은 곳도 많은 듯 하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라는 이름이 적힌 점포 내부로 들어가보면, 간판과 달리 대부분의 점포들은 각종 과자, 잡화, 문구류, 식료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결국 편의점과 큰 차이가 없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편의점 업주들은 반발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는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부 상가건물의 경우, 동일 건물 내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특정 호실에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분양되고 있는 건물에 편의점, 약국, 병원 등 특정 업종만 입점이 가능하다며, 현수막을 붙여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오직 유일하게 편의점을 운영할 수 있는 호실에 입점했는데, 같은 건물 내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문을 열게 되는 경우, 실질적인 운영방식이나 판매품목이 대부분 유사해 독점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유로 편의점 점주들은 아이스크림 할인점 점주에게 가처분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궁금해지는데, 대법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편의점의 손을 들어줬다. “편의점의 매출은 대부분 과자, 아이스크림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판매품목과 유사하고, 영업내용이나 운영방식이 실질적으로 비슷하다는 점, 주된 고객층이 겹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과 편의점은 동종업종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해당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십 법원 역시 편의점 점주가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상대로 영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 인용결정을 내리고 있다. 수도권 소재 집합상가건물 편의점 독점 호실에서 영업을 하던 의뢰인을 대리해 아이스크림 할인점에게 제기한 영업금지가처분 역시 신청취지 그대로 인용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만 믿고 영업금지가처분이나 소송 등을 제기했을 때, 무조건 승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가 있다. 대법원은 단순히 판매품목만 가지고 유사 업종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 주변 환경과 법리적 근거부터 영업의 내용, 방식 그리고 주 고객층 등 매우 세부적인 요소들을 전부 고려해서 내린 판결이다.

이 때문에 독점권을 침해당한 편의점 점주라면, 단순히 판매품목이 겹친다는 단적인 이유만을 들어 주장할 게 아니다. 다각도에서 증거를 구성하고 전문적인 수준의 법리 근거를 준비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김재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