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삼성에 요구한 RE100…생존 걸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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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구글이 삼성에 요구한 RE100…생존 걸린 문제 RE100 달성하면 한해 14조원 비용절감 가능 추산도 있어

기사입력2024-10-09 00:00

구글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에 2029년까지 RE100 이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 등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인데, 국내 기업들이 이같은 요구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걱정이다. 그야말로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지원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은 7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구글이 주요 하드웨어 공급사들의 협조 하에 2029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부품을 납품받겠다고 선언했다면서, “구글이 요구한 대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되어 있음을 구글과 양 반도체사 모두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요구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이미 대응에 나서고 있긴 하다. 두 회사는 모두 이미 RE100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2024년 현 시점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5%에서 30%에 머물고 있다. 당장 5년 내에 RE100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렇다고 구글의 공급망에서 RE100 미달성을 이유로 배제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성환 의원은 “이미 2030년까지 공급망 RE100을 선언한 애플에 이어 구글과 같은 ‘큰손’이 RE100 조기이행 요구에 합류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을 향한 RE100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이에 따라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해외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RE100 대응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에 RE100 대응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내용의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가 전세계적으로 제조공장에서 약 2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3%”라고 지적했다 .

박상인 교수는 “반도체 서버 회사들도 2030년에서 2040년까지 40~50% 많게는 100% RE100을 이행한 부품반도체를 사용하겠다고 하고 있는 실정이고, ASML과 같은 반도체 관련 장비업체도 RE100 이행 기업에게만 장비를 팔겠다는 현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업체인 대만의 TSMC 같은 경우에 작년 9월에 매우 구체적으로 2040년까지 타이완에서 RE100을 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재생에너지 장기수급 20년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가 해외에서는 2027년까지 RE100을 하고 한국에서는 50년까지 하겠다고 하면서, 결국은 2027년~2030년 이후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은 해외에서 짓겠다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RE100을 의무나 부담으로만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그린피스는 동아시아의 13개 대형 테크기업들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해, ‘테크기업 파워게임: 동아시아 전자산업 공급망의 재생에너지 채택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 보고서에서 다룬바 있다. 이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203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경우 감축하게 되는 온실가스는 1억4859만톤이며, 이때 2030년 한 해에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114억2000만달러(한화 14조4000억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이 연구의 저자인 리앙 동 홍콩 시립대학교 에너지환경학부 박사는 “연구 결과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기업에게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통념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는 제조업체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기후대응 및 비용 절감을 통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 차원의 대응뿐만 아니라 범정부적인 RE100 대응 지원방안도 시급히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고, 투자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만일 RE100 요구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좋은 해외로 빅테크 기업들이 이전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점을 정부가 유념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