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무조건 통제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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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무조건 통제가 답일까 청소년만 제한? 어른 책임은…미래 세대를 위한 올바른 조치일까㊦

기사입력2024-11-25 06:00

작금의 아동·청소년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기성 세대 역시 어린 자녀를 온라인 세상에서 어떻게 보호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줘야 할지 최초로 고민하는 세대다. 그간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그 누구도 분명한 해결책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성 세대 입장에서는 자녀 세대를 SNS 중독과 유해 콘텐츠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설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제, 제한의 방식을 가장 먼저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이들이 유해 콘텐츠와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스마트폰 및 SNS 사용을 막는 법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통제’로 해결이 될까…‘제2의 셧다운제’ 우려

문제는 이러한 통제방식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오히려 청소년들의 반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 셧다운제’다. 게임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제도로,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이유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게임 셧다운제는 2021년 12월 폐지 수순을 밟았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도 컸고 실효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 명의로 계정 가입을 하는 등 편법이 속출했다.

또 노르웨이는 그동안 SNS 사용이 가능한 최소 연령을 기존 13세로 설정해 왔으나, 노르웨이 당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9세 청소년의 절반 이상, 10세 청소년의 58%, 11세 청소년의 72%가 이미 SNS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 세대 입장에서는 자녀 세대를 SNS 중독과 유해 콘텐츠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통제나 제한의 방식을 가장 먼저 택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을 위험하게 만든 책임은 기성 세대에 있는데, 통제를 받는 대상은 오직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이미 미디어가 사회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강제로 소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만약 제한이 필요하다면 아동·청소년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논리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아무런 설득이나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금지한다면, 아이들은 단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하고 싶어할 수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인간의 삶에 편의를 주는 것을 넘어 생존에 직결될 만큼 날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옳은지에 관한 논란도 있다. 날로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소극적인 미디어 교육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되 현명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할 수 있다.

최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의 보호주의적 접근방법에서 벗어나는 추세에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교육사’ 교재에 따르면, ‘보호주의적 접근’은 아동·청소년을 미디어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위험에 처한 수동적 이용자로 상정하고, 그들이 미디어 메시지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식별 능력을 기르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보호주의적 접근은 실제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행할 경우,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교사가 원하는 답을 제시하는 데 그치거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체에 거부감을 가질 우려가 있다.

최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향은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스마트 미디어가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현 상황에서, 청소년들을 유해물로부터 보호하고 특정 미디어의 폐해에서 예방한다는 차원으로 바라보던 기존의 접근법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이제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넘어 디지털 기술과 의사소통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환경과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구체화되고 교육 방법 및 내용 측면에서 혁신적인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들을 제한하기 이전에 어른이 ‘먼저’ 책임져야 할 때

안타까운 점은 온라인 세상을 위험하게 만든 책임은 기성 세대에 있는데, 통제를 받는 대상은 오직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지금 아동·청소년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면 좋을지 다양한 논의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에게만 제한을 둘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먼저 책임져야 한다는 것만큼은 명확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우선 중독적인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도록 노출하는 빅테크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착취 문제가 날로 심각한 반면 실제 처벌 수위는 턱없이 낮은 것도 현실이다. 평범한 어른들도 자신의 미디어 이용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SNS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온갖 규제를 마련하면서도, 정작 부모들이 아이들의 사진을 동의 없이 SNS에 공개적으로 올리는 바람에 범죄 우려를 낳는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은 모순이다.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및 SNS 사용을 통제·금지하는 것은 어른들이 조치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안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또래와 충분히 관계를 맺으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공부에 시달리느라 바쁜 아이들이 SNS를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면 어른들이 스마트폰이나 SNS를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먼저 교육해야 하며, 스마트폰과 SNS를 대체할 만한 다른 또래 문화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미디어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자칫 어른들이 청소년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가 아닌, 미숙하고 통제 능력이 부족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영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부모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10대 청소년으로 접어들면 자율성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문제라면, 청소년이 스스로 교칙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10대 이상이라면 이러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어른들이 법으로 만들어 강제한다면 과도한 처사로 비춰질 수 있다. 청소년이 미디어 사용에 관해 자발적으로 규칙을 만들고 스스로 지키도록 하는 것 자체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일환이다. 결국 미디어를 건강하게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자기 조절’ 능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면 좋을지 다양한 논의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다각도로 해답을 내놓는다면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동·청소년에게만 제한을 둘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먼저 책임져야 한다는 것만큼은 명확하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