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소소한 일상과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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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골목길 소소한 일상과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 최석운 ‘팡센의 질주’…1월4일~25일까지 갤러리나우

기사입력2025-01-02 17:01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최석운 작가의 ‘팡센의 질주-A gallop in Fangxian’전이 오는 1월4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나우에서 열린다. 작가는 2024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중국 후베이성 스옌시 팡센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새로운 창작의 전환점을 맞았다. 작가는 이번 경험이 단순한 작업공간의 변화가 아닌, 일상과 예술적 탐구를 결합한 특별한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팡센은 구도시를 새롭게 조성한 예술특구다. 조용하고 평온한 환경 속에서 현대성과 전통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석운은 이곳에서 지역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관찰하며 작업에 몰두했다. 이른 아침 골목길을 채우는 아이들과 상인들, 한낮의 고요함 속에서 골목에 모인 아이들, 그리고 저녁 무렵 춤을 추는 주민들의 모습은 그의 작품 속에 생생히 담겼다. 특히, 이러한 장면들은 그가 유년시절 경험했던 한국의 풍경과 겹쳐지며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팡센 외곽의 작은 마을들을 산책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했다. 예를 들어, 군점고진에서는 빨래를 하는 여인들, 아침을 먹는 주민들, 그리고 딸의 머리를 빗겨주는 엄마의 모습 등을 포착해 작품으로 구현했다. 또한 당계마을에서는 주인 없는 개들과 오래된 건축물 사이에서 느낀 황량함과 생명력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왼쪽은 ‘군점현의 모녀’, 80×60cm, Acrlyic on canvas, 2024. 오른쪽은 ‘한낮의 샤워’, 120×100cm, Acrlyic on canvas, 2024.

최석운은 팡센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중국 당나라 건국에 기여한 두 장수 진경과 위지공을 팡센 젊은이들의 모습으로 재해석한 작품 ‘질주’는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상징한다. 또한, 군점고진에서 만난 네 명의 남자와 빨래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담은 ‘네 남자의 여름’, ‘머리 빗는 모녀’ 등은 그의 독특한 시선과 해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청봉대열곡에서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흔적을 발견하며 ‘청봉대열곡의 책 읽는 남자’라는 작품을 구상했다. 이는 계곡 옆 바위에서 책을 읽으면 높은 관직에 오른다는 전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번 레지던시는 최석운에게 단순히 새로운 장소에서 작업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작업방식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기존 작품들이 외부 시선과 평가에 의해 틀 안에 갇혀 있었다고 느꼈으며, 팡센에서는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 최근작에서는 일부를 의도적으로 비워두거나 미완성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더 깊은 감정적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더욱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는 리히터가 언급한 “희미함, 불확실함, 일시성”을 추구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최석운의 그림은 단순히 풍경이나 인물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공동체적 서사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의 삶과 자연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팡센 레지던시는 최석운에게 새로운 영감과 창작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그의 작품세계에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그의 작업이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