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성장 ‘전기차 시장’ 한국만 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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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전세계가 성장 ‘전기차 시장’ 한국만 느릿 보급량 미달, 충전인프라 부족 “거점도시 선정 대량보급해야”

기사입력2015-07-10 14:00

온실가스 감축이 전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시장 성장이 느리다.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도 못했고, 실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전기자동차리더스협회가 9일 개최한 ‘기후환경변화 대응과 도시 생태복원을 위한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 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문승일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100대에 그쳤다. 2012년(753대)과 2013년(780대)에 비하면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2014년 전기차 판매량 현황

단위: 대 <자료=‘기후환경변화 대응과 도시 생태복원을 위한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 토론회 자료집>

그러나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지역의 경우 2012년 2만대, 2013년 4만2000대에서 지난해 6만5000대까지 판매량이 늘고 있다. 미국 역시 2012년 1만4000대에서 지난해 6만3000대까지 판매량이 늘었다. 중국도 2012년 1만2000대에서 2014년 4만9000대로 시장이 성장했다.

일본의 경우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기차 판매량이 1만7000대 규모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문 교수는 “일본의 경우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한국보다 15배 높아 활발하게 전기차가 보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은 해외에 비해 전기차 보급률이 미미한 수준으로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0년 그린카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보급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에 목표치를 20만대로 낮춰잡았다. 2010년 계획에 비해 보급량이 턱없이 못미쳤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까지 누적 전기차 보급량 목표치는 3만5000대였다. 그러나 실제 누적 보급량은 2800대 수준이었다. 목표치 대비 실제 보급량 비율은 2011년 42.2%에서 2012년 27.2%, 2013년 14.1%로 하락하더니 지난해에는 7.9%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년 정부계획상 보급목표치 대비 실제 보급량 비율

<자료=‘기후환경변화 대응과 도시 생태복원을 위한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 토론회 자료집>

차량 자체의 보급량 뿐만 아니라 인프라 시설 보급도 계획에 턱없이 못 미친다. 2012년 수립된 제1차 지능형 전력망 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3만2000대가 보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 보급량은 2679대에 그쳤다. 목표치의 7% 수준에 불과하다.

문 교수는 한국 전기차 보급의 문제점으로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충전인프라가 적고 전기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를 촉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충전인프라 부족에 전기차 판매가 저조하니 전기차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이것이 다시 충전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족을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의 전기차 보급계획에는 그에 맞는 예산이 따로 편성되지 않았다. 충전인프라 구축의 사업주체도 명확하지 않았고, 인프라 구축에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민간사업자도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다.

필요한 것은 충전인프라 구축의 명확한 주체선정과 집중적인 투자다. 문 교수는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전기차를 나눠서 보급하는 것보다는 지정도시를 선정해 대량보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거점도시 중심 대량보급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가 꼽은 지역은 서울과 제주, 그리고 한전 본사가 위치한 나주 혁신도시다. 서울은 중앙정부와의 연계가 쉽고 다양한 환경을 갖춘 대도시라는 이점이 있고, 제주는 적당한 규모의 고립된 장소인데다 특별자치도여서 법제도 개선이 용이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나주 혁신도시의 경우 에너지 신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봤다. 충전인프라 구축 주체는 한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범운행을 마친 전기택시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이미 자체적인 전기차 보급목표와 충전인프라 구축 목표를 세워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전기택시 시범운영을 실시했고, G밸리를 전기차 특화단지로 조성한다는 목표도 수립한 상태다. 제주 역시 전기차 특구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미 5년전부터 전기차 실증을 대규모로 진행해 시장을 급성장시킨 중국의 사례를 보면 이같은 시도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포스코ICT의 이규제 부장은 “중국은 보조금 정책과 더불어 대중교통에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반영돼 있다”며 “전기택시는 세금이 없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먼저 선택하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히 시장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정책적 방향설정과 시대를 앞서간 대규모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