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없는 상사의 은밀한 ‘손버릇’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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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시도 때도없는 상사의 은밀한 ‘손버릇’ 어떡해 직장내 성희롱 눈 감았다간 큰 코 다쳐…행위자 처벌 있어야

기사입력2014-03-11 06:00

박영미 기자 (young0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여성 회사원 A씨에게 남성 상사 B씨는 불쾌하고 불편한 존재다. 뒷목이며 머리카락, 어깨를 시도 때도 없이 만져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B씨 등과 함께 간 출장지에서 일이 터졌다. B씨가 “상무님께 잘하라”며 A씨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친 것.

참을 수 없는 성적 수치심을 느낀 A씨는 인사그룹장 C씨에게 성희롱 사실을 알리며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C씨는 B씨 등이 해당 사실을 부인하자, 그대로 사건을 종결했다. A씨에게는 “다른 사업장이 아닌 다른 부서로 옮길 것”을 권했고 A씨는 B씨와 마주칠 것을 염려해 그 제안을 거절했다. 별다른 조치도 없이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A씨는 근무하던 팀이 와해돼 전보조치를 받게 됐다. 그러나 다른 팀원과 달리 A씨는 정식 전보를 받지 못하고 업무도 배정받지 못했다. 다시 다른 그룹으로 발령이 났지만, 그곳에서도 업무에서 배제되는 바람에 또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B씨와 회사를 상대로 직장 내 성희롱에 관련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A씨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의 행위로 인해 A씨가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꼈으므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또 회사 역시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으므로 A씨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는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회사가 A씨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A씨의 신고에도 철저히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책도 실시하지 않고 상황을 방치했으며, 이후에는 발령대기 상태로 업무에서 배제해 A씨에게 정신적인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중기이코노미

‘직장 내 성희롱’이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규정은 1999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이 법 제2조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성적인 언동 등으로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 성적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피해자·가해자·회사 모두에게 피해

성희롱은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와 기업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먼저 A씨와 같은 피해자는 성적 굴욕감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업무에 집중을 하지 못해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이 때문에 산출되는 결과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앞에서 사례로 든 B씨처럼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민사 책임은 물론 사업장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B씨의 경우 판결 당시 퇴직상태였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제재는 없었다. 만약 재직중이었다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경고·견책·전직·대기발령·정직·해고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기업 역시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 악화돼 생산성이 떨어진다. 성희롱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기업 이미지가 손상돼 시장에서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소송이 발생하면 비용과 인력 등을 소모해야 한다.

기업이 성희롱 발생을 확인한 직후에 행위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또 사업주 스스로 직장 내 성희롱을 한다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는데, 이는 기업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전 사업장 연1회 예방교육 실시해야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모든 사업장에서 매년 1회 이상,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정해진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교육 시에는 관련 법령, 성희롱 발생 시 당해 사업장의 처리절차 및 조치기준, 고충 상담, 구제 절차 등의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교육은 직원연수나 조회, 회의 등을 통해 실시하거나 노동부의 지정을 받은 성희롱 예방 교육 기관에 위탁해 실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서나 교재를 ‘회람’하거나 인터넷에 의해 자료를 ‘배부’하는 방법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상시 10명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한 경우와 사업주 및 근로자 모두가 동성(同性)으로 구성된 경우는 배포·게시 등의 교육이 가능하다.

©중기이코노미

만약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면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무장소 변경이나 배치전환 등 피해자를 위한 가능한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직장 내 명예고용평등감독관이 있다면 성희롱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해 조언을 얻을 수도 있고, 전국에 분포한 15개의 민간단체 고용평등 상담실에 상담을 요청해 신속히 구제받을 수도 있다. 만약 사업주가 성희롱에 대해 미온적인 대처 등을 하거나 불리한 조치를 취한다면 노동부에 신고하거나, 직접 경찰과 검찰에 고소·고발할 수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는 것도 피해를 구제받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민사소송 제기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