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사후검증 느는데 대처못해 관세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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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원산지 사후검증 느는데 대처못해 관세 물어 HS code, BOM, 제조공정도…FTA 사후검증 꼭 알아야 할 다섯가지

기사입력2015-12-02 00:00

# A업체는 미국으로 버클이나 지퍼, 단추 등의 의류부속품을 수출한다. 미국에서 A업체의 물건을 수입한 B사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한미FTA 특혜관세를 신청하려고 했으나 원산지증명서 누락으로 사후검증요청서를 받게 됐다. CBP는 원산지증명서(Certification of Origin), 제품의 원재료 목록(Bill Of Material) 등과 함께 모든 제조공정의 단계별 전체 업무흐름도와 모든 섬유 및 원사, 재봉사와 작물에 대한 생산자의 주소 및 성명까지 첨부할 것을 요구했다. 연락을 받은 A업체는 CBP가 원하는 자료를 송부했으나 원산지를 잘못 기록해서 내는 바람에 특혜관세 부여가 취소되고, 관세를 추징당했다. 원사기준 원산지규정에 따라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 할지라도 그 제품에 사용된 원사가 타국의 것이면 그 곳을 원산지로 규정해야 됐기 때문이다.

# 미국에 폴리에스테르 직물을 수출하는 C업체는 미국으로부터 추가관세 납부를 요구하는 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미국내 수입업체와의 긴밀한 연락을 통해 FTA관세 혜택과 관련한 자료를 완벽하게 송부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CBP는 해당 제품의 품목분류가 달라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결정통지서 내용에 따르면 도포된 폴리에스테르 직물의 품목코드는 관세율 7.5%에 해당하는 ‘5903.20.2500’이지만, 관세율 6.4%가 적용되는 ‘5903.20.1800’으로 분류돼 있었다. 또 도포되지 않은 폴리에스테르 직물의 품목도 관세율 14.9%가 적용되는 ‘5407.52.2060’이지만, 관세율 0%의 ‘5903.20.1500’을 적용했다. 즉 수출품목의 원산지 결정시 가장 기본이 되는 품목분류를 정확하게 하지 못해 관세를 물게 된 경우다.

<자료=FTA 원산지 사후검증대응 세미나>

FTA 원산지 사후검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이처럼 관세를 물게 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또 FTA 체결국가 확대로 수혜품목의 교역이 늘어남에 따라 원산지 사후검증도 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 FTA원산지 사후검증을 요청한 건수는 지난 2011년 84건에서 2012년 229건, 2013년 375건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는 500건 이상의 검증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과 EU는 FTA 발효 후 한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관 전체 중 4000건을 검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물품인 섬유와 직물의 경우 올 상반기 검증완료 업체수 비율이 27.5%로 2012년~2014년의 평균치보다 높다. 섬유의 경우 미국 내 민감산업으로 지정, 별도의 부서와 지침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으며 사전통지 없이 FTA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FTA 협정 관세 적용배제 사유로는 ▲품목별 원산지 결정기준에 대한 오류 ▲기관발급시 원산지 증명서 뒷면 미인쇄 ▲필수기재사항 누락 및 직접운송원칙 위반이다. 특히 원산지 증명서 오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731억원 규모로 2011년의 약 16억원과 2014년의 441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FTA체결에 따른 협정세율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직접운송 ▲제조공정도 ▲HS code ▲BOM(자재명세서) ▲원산지확인서 및 거래명세서 구비 등 다섯가지 요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

<자료=FTA 원산지 사후검증대응 세미나>

◇직접운송=특혜혜택을 받고자 하는 물품이 FTA협정국에서 직접 수입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물류허브를 통해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물품이 있다고 치자. 이러한 경우 최종 목적지 이전의 홍콩이나 싱가폴과 미국간에 거래된 물품에 한미 FTA가 적용된 것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타국을 경유해 수출하는 경우 경유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한미FTA의 경우는 직접운송 규정이 없어서 체약국 간 물품이 직접적으로 운송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FTA의 경우 수출자는 운송사측에 요청해서 수출물품 경유에 대한 서류를 받아둬야 한다. 이를 구비해야 차후 검증 시 경유국가에서 그 어떤 작업도 없었으며 컨테이너 미개봉 상태로 일시 정치 중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싱가폴의 경우 ‘비조작 증명서(Certificate of Non-manipulation)’를 발급하고 있으며, EU의 경우에도 ‘T1 document’를 발급하고 있으니 반드시 챙겨둬야 한다.

◇제조공정도=별도로 양식이 있는 서류는 아니고 제품의 공정 단계별로 어떠한 작업이 수행됐으며 어떤 원재료가 투입됐는지 그에 대한 상세설명이 있으면 된다. 이는 ‘세번 변경기준’이 적용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외국에서 생산된 원료라도 완성제품이 되는 과정에 HS Code가 세 번 이상 변형된 경우에 국산제품으로 간주된다. 이럴 경우 원재료의 생산지가 한국이 아니어도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제조시설이 없고 단순히 물건을 사서 수출하는 경우나 부품들을 조립해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경우에도 제조공정도를 구비해야 한다. 물품을 구매한 회사나 실제 물품을 생산한 위탁 제조업체에 제조공정도를 요청해야 한다.

지난달 25일 열린 FTA원산지 사후검증대응 세미나에서 소개된 제조공정도.

◇HS Code=국가 간 상품을 교류하는데 있어 국제적인 상품분류를 위해 부여하는 번호다. 이를 잘못 적용하면 관세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수출국이 적용한 HS code와 수입국에서 보는 HS code가 달랐을 경우에 그런 사례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사용되는 다운 스프링의 경우 용도에 따라 ‘자동차용 스프링’으로 분류될 수도 있고, ‘차량용 전용 부분품’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만약 틀린 HS code를 적용한다면 원산지 결정기준이 달라져 검증 시 관세를 추징당할 수도 있다. HS code를 관리하기 위해서 별도의 관리대장을 작성해 원재료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헷갈리는 품목에 대해서는 통관 관세사나 관세청의 평가분류원에 문의해 작성해야 한다.

◇자재명세서=가장 중요한 것은 BOM(Bill of Materials)이라 불리는 자재명세서다. 수출품을 구성하는 원재료의 HS code뿐만 아니라 가격정보 및 공급처 등의 정보가 기재되므로 원산지 판정 및 검증 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제조공정도와 같이 특별한 양식이 없기 때문에 최종 완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공정단위별 제품과 투입된 자재의 명세 및 소요량을 표시해 완제품이 어떤 공정과 구성을 통해 만들어 지는지를 기록하면 된다.

◇원산지확인서, 거래명세서=BOM과 관련 원재료의 원산지를 표기한 경우 원산지확인서나 거래명세서를 잊지말아야 한다. 원산지증명서는 수출품에 대한 원산지를 적용하는 국제통용서류이고, 원산지확인서는 원재료 또는 제품이 국내에 거래되는 경우 그 거래물품의 원산지를 확인해주는 서류다. FTA특별법에 따라 두 가지 서류가 모두 필요하다. 원산지확인서의 경우 ▲공급하는자 ▲공급받는자 ▲적용대상 협정 ▲원산지결정기준 등을 기록하면 된다. 원산지확인서와 원산지증명서는 작성자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원산지확인서는 FTA특별법에 따라 5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거래명세서의 경우는 BOM상의 규격이 같아야 입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유의해야 한다.

FTA무역종합지원센터의 신승원 관세사는 “올해가 거의 지나갔지만, 사후검증은 이 순간에도 시행될 수도 있고 내년 상반기에도 시행될 수도 있다”며 “외부 관세사를 원산지 관리 전담자로 지정하거나 ‘1380’ FTA무역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사후검증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