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무보 폐쇄적 심사구조가 제2의 모뉴엘 키웠다
심사위 내부직원으로 구성…“객관성 높이도록 시스템 개선을”
- 기사입력2016-10-11 20:24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2014년 6799억원대 수출금융 대출사기사건(일명 ‘모뉴엘 사건’)으로 피해를 봤던 무역보험공사(무보)가 이번에는 온코퍼레이션이라는 업체에 1500억원이 넘는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맹비난이 쏟아졌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무보에서 최근 문제가 된 온코퍼레이션 무역보험사고를 놓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무보의 보험심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중인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중기이코노미이날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온코퍼레이션의 2014년 재무재표를 분석해 보니, 사실상 1년 전부터 회사가 부도가 난 상황이었다”라며 “무보가 부실이 예상되는 시점에 대손충당금 설정 등의 조치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이런 사태를 맞은 것은 무보 사장이 회계지식이 전혀 없고 경영에 대해서도 개념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의 김규환 의원도 “온코퍼레이션의 재무제표를 보니 기절하겠다”며 “이게 다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텔레비전 수출업체 온코퍼레이션은 무보의 단기수출보험에 가입한 뒤 이를 담보로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으로부터 2200억원을 빌렸다. 그 후 회사는 대출금액을 갚지 않고 미국 현지법인에 빼돌려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보증을 선 무보가 1500억원을 갚아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문제는 2014년 발생한 ‘모뉴엘 사건’과 판박이라는 점이다. 중견 가전업체였던 모뉴엘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히든 챔피언(수출강소기업) 인증’까지 받은 업체였지만 2007∼2014년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사기를 저질렀다.
두 사건 모두 무보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은 “실제 모뉴엘 사건의 징계자가 온코퍼레이션 사건에도 깊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근본적으로 무보의 보험심사 시스템 문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주장했다.
모뉴엘 심사위원인 허모 부장이 온코퍼레이션 심사위원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김 의원이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2014년 모뉴엘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허모 부장이 2013년 3월에 열린 온코퍼레이션 보험인수위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보험심사 통과를 주도한 사실이 있다. 동료 심사위원들이 ▲수출자의 실적 ▲중국 공장간의 협력관계 ▲영업이익률 저하 등에 대해 지적할 때마다 허모 부장은 온코퍼레이션 측 입장을 옹호하며 보증을 의결시켰다. 허모 부장은 모뉴엘의 보증한도를 높여주는 명목 등으로 6000여만원을 수수해 징역 4년과 벌금 8000만원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현행규정상 무보는 거액이나 고위험의 보험인수 건에 대해 경영위원회와 보험인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예컨대 단기수출보험 및 수출보증보험 2억달러 이상, 수출신용보증은 대기업 200억원·중소기업 100억원 초과시에는 경영위로부터 심사를 받아야 한다. 수출신용보증 50억원을 초과할 때는 보험인수심사위가 심사를 맡는다.
그런데 두 위원회 모두 내부 직원들로만 운영된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경영위는 사장 1명과 본부장 5명으로, 보험인수심사위는 본부장 7명과 업무관련 부서장 2명으로 구성한다. 이렇다보니 의심이 생겨도 동료나 직장상사가 강력하게 주장하면 반발하기 어렵다는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실제 10년간 두 위원회의 보험심사 안건 처리결과를 보면 경영위는 전체 581개 안건 중 원안의결 546건(93.9%), 수정의결 32건(5.5%)이었으며 부결처리는 단 3건(0.5%)에 그쳤다. 보험인수심사위도 같은 기간 전체 398개 안건 중 원안의결 382건(96%), 수정의결 10건(2.5%), 부결 6건(1.5%)에 불과하다.
무보는 지난 6월 관련 규정을 개정, 18명의 외부 전문가들로 전문심의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위원장은 공사직원이, 위원 역시 공사직원이 비공개로 선임한 3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해 여전히 객관성이 결여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여한 한국무역보험공사 김영학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이와 관련 “위촉한 외부 전문가들은 단순 자문역에 불과한데다 이마저도 공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말은 어이가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김수민 의원은 “보험심사가 거수기 형식으로 이뤄지면 제3·제4의 모뉴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조직 외부의 여신전문가들이 보험심사과정에 참여해 심사 시스템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무보 227억 보험사기 당하고 회수은 10억에 그쳐”
이와관련 무보 김영학 사장은 “국감조사과정에서 모뉴엘직원이 연루된 것을 알았다”며 “그러나 모뉴엘처럼 허위수출에 의한 보험사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담인력을 꾸려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손실액을 회수하기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올해 7월까지 무보가 당한 보험사기 건수는 46건, 227억29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회수율은 단 4.7%(10억6900만원)에 그쳤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