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관리 안해, 다른 업체 식재료를 구입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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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품질관리 안해, 다른 업체 식재료를 구입했다면 가맹본부 개선없어 개인상점 열어…내용증명에 답변·증거 확보를

기사입력2017-01-3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맹본부 A사와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요식업 가맹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B씨. 그는 어느날부터 A사가 제공하는 주요 식재료의 품질이 현저히 떨어져 수차례 본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대해 A사는 문제점을 인정하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개선되지 않고 손님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게되자, 고심 끝에 B씨는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주요 식재료를 가맹본부가 아닌 다른 업체로부터 받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A사는 B씨에게 사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그러나 품질도 유지하지 못한 본부가 적반하장으로 내용증명까지 발송한 것에 화가 난 B씨는 간판을 변경하고 같은 자리에서 개인상점을 열었다. 그러자 A사는 경업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영업금지 및 위약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통일성 유지가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업종에 따라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물품의 경우 가맹본부 혹은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업체에서 공급받도록 하고 있다. 또 해당 사업의 내용과 품목의 필수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내에서는 물품을 본부 혹은 본부지정업체로부터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허용된다.

하지만 가맹본부가 상품이나 용역의 품질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부의 사정으로 일정한 품질이 유지되지 않는 식재료를 통일성을 이유로 구입강요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 가맹사업법 제5조에서는 가맹본부가 상품이나 용역의 품질관리와 판매기법의 개발을 위한 계속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만일 가맹본부에서 가맹점이 품질문제로 인해 식재료를 사입했다는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한다면 해지의 정당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크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경업제한이 길거나 생계형인 경우 경업금지는 부당

가맹사업의 경우 가맹계약서상 ‘가맹점 운영 중 및 가맹점 운영종료 2년 동안 동일·유사업종을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경업금지 규정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경업금지에 대해서 법원에서는 약관법이나 민법상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을 적용해 ▲가맹본부의 점유율이나 인지도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자에게 특수한 영업비밀이나 기술을 전수했는지 여부 ▲경업금지약정으로 보호할 정도로 가치있는 가맹본부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경업제한 기간·지역 및 대상업종 등 제반사정에 따라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본부로부터 지원받은 기술이나 노하우가 많고 인지도가 높은 가맹사업의 경우 경업금지 약정이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경업제한 기간이 길거나 대상업종이 생계형인 경우 부당한 경업금지약정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가맹계약서에는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고 중도에 운영을 그만두는 경우 중도해지 위약금이 규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위 사례의 경우 가맹본부가 식재료의 품질유지를 이행하지 않고 이에 대한 문제를 시정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물품구입을 강제함으로써 계약해지에 이르게 된 정황을 고려한다면, 계약서에 정한 위약금을 모두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가맹사업법 제12조에서는 계약의 목적이나 내용, 발생할 손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비해 과중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등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당하게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가맹본부 내용증명에는 문서형태로 답변 보내야

가맹본부가 보내는 내용증명은 가맹사업자들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가맹본부가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에 대한 근거를 남기기 위해 취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내용증명을 수령했다면 본사에 전화가 아닌 문서의 형태로 답변을 보내는 것이 좋다. 시간 상의 이유로 서면으로 답변하는 것이 어렵다면, 문자나 SNS메시지 등을 통해서라도 증거를 남겨둬야 한다.

경기도불공정거래센터 연취연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간혹 가맹본부의 내용증명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계약해지 통보나 소송을 받고서야 방법을 찾는 사업자들도 있다”며 “내용증명에 대한 의사표시를 했다는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후일 분쟁에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례에서 A사가 계속 사입금지를 주장하면서 위약금 지불을 강요한다면, 이는 가맹사업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A사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행정적 제재와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B씨는 식재료의 품질문제 등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법원에 민사소송을 이용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연 변호사는 “계약서 상에 계약종료 후에도 장기간 광범위하게 경업을 금지하는 약정이 있다면 동종사업을 할 수 없는데 생계형 사업자들에게는 막대한 피해가 될 수 있다”며 “계약시에는 경업금지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