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손 세차’ 하듯 맑고 투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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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중고차 시장, ‘손 세차’ 하듯 맑고 투명하게 안전거래 모델로 주목받는 (주)카스닥 허정철 대표

기사입력2014-04-25 10:17

글 김창훈 기자/사진 박영미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고차 매매 인터넷 사이트에 가장 많이 올라 있는 홍보 문구는 ‘실매물’이다. 허위매물이 많다는 반증이다. 손목에 쥐가 나도록 ‘손품’을 팔아 마음에 드는 차를 찾아내고, 전화로 약속을 잡고, 판매상(딜러)을 찾아간다 해도 “그 물건은 팔렸고…”로 시작되는 상술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꼭 ‘싸고 좋은’ 중고차가 아니라 ‘합당한 품질, 정당한 가격’의 중고차를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현대기투, 한국투자파트너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알려진 JYP까지, 지난해 3월 중고차 거래업체 (주)카스닥이 이들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은 나름 상당한 의미를 갖는 일이었다. 중고차 시장 새 판 짜기를 꿈꾸는 이 회사 허정철 대표(49)를 만났다.

(주)카스닥 허정철 대표 ©중기이코노미

중고차 시장 투명화 기대로 대규모 투자유치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로부터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중고차 매매하면 으레 허위나 미끼매물을 떠올리기 마련이어서 제대로 된 평가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장 투명화라는 목표와 우리만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만들어 평가위원을 설득했습니다. 진정성이 통한 것인지, 새로운 거래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컸던 것인지 결국 혁신형 중기로 선정되고 광고비를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10월부터 케이블이 아닌 공중파에 TV광고를 집행했고 매출도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에게 광고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에스크로 결제 형태로 차량이 안전하게 인도될 때까지 구매자금이 보호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카스닥과 G마켓이 제휴한 중고차 매매의 에스크로 시스템은 비즈니스 모델 특허까지 출원할 정도로 강점 중의 강점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1차 1가격제’도 투명거래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시스템에 차량을 올릴 때 보험개발원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하나의 차량에 대해서는 하나의 가격만 올릴 수 있습니다. 저가로 가격을 올렸다가 변경하는 등의 상술을 부리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또 인터넷 제공 정보와 실제 차량의 정보가 현저하게 다를 경우 100% 환불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약금 200% 보상제로 판매자-구매자 간 신뢰를 쌓도록 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이러한 투명성과 신뢰도 덕분에 카스닥은 업계에서 ‘사관학교’처럼 통한다는 것이 허 대표의 자랑이다. 투명과 신뢰를 가장 큰 무기로 삼을 정도라면 업계의 불투명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일단 딜러들과 중고차를 사거나 파려는 일반인 간에 정보 비대칭이 심각한데 이를 상쇄할 정보체계가 없습니다. 미국 켈리블루북 같은 믿고 준용할 가격정보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니 품질이나 가격보다는 상술에 의지하게 되고, 일반인은 자신이 얼마나 큰 이익 혹은 피해를 보는지 짐작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일반인을 시장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결국 시장 전체의 파이를 줄이는 악순환 고리를 만듭니다”

마진과세 가능하도록 가격정보 등 손봐야

그렇다고 딜러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유통마진도 신통치 않다는 것. 그가 어림잡아 밝히는 중고차 유통마진은 일본의 경우 15~20%, 우리나라는 10% 내외다. 현장 대부분의 딜러들이 작금의 문제에 공유하고 무언가 새로운 시스템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정부 추산으로 3만1000여명, 업계 추산으로는 5만여명의 중고차 딜러가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땅한 자격증도 없고, 이들을 보호할 진입장벽도 없습니다. 심지어 엔진오일을 몰라도 차를 팝니다. 6월부터 도입되는 민간자격증 제도를 강화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직종의 존재의의와 고객 서비스를 동시에 끌어올려야 합니다”

딜러와 소비자 뿐 아니라 정부도 끌탕을 하는 것이 중고차 시장이다. 거래가 투명하지 않아 세금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것이 매매업자들의 세금 탈루 관련 조사다. 기재부는 의제매입공제율을 낮추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업계는 지금 비상이다.

“가격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보니 과표만 맞춘 매입신고 축소가 가능하고, 여기에 맞춰 매출도 축소해 신고하는 겁니다. 매매상사(자동차관리사업자) 입장에서는 딜러에게 부가세 등을 부담하게 할 경우 다른 매매상으로 옮겨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담세를 하게 되고, 세금부담이 한 사람에게 쏠려 덩치가 커지니 또 자료를 줄여야 합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중고자동차문화포럼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마진과세를 주장하고 있다. 의제매입공제율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시장을 투명하게 재편하고 매입과 매출을 실제가격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물론 조세기준 개정이 전제돼야 하고, 제각각인 차량분류코드도 통일돼야 한다.

“표준단가 구축은 뜨거운 감자이지만 꼭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자동차 생산 세계 5위 국가에 제대로 된 중고차 정보시스템 하나 없습니다. 중고차 매매에도 국제경쟁력 개념이 도입될텐데, 게임이 되지 않는 겁니다. 가격을 노출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운 곳도 있고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의 많은 딜러들은 투명거래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직하게 벌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겠다는 바람입니다”

허 대표는 신차 영업사원을 시작으로 장애인, 여성 등을 특화한 자동차 매매 비즈니스 모델로 잔뼈가 굵었다. 그에게 중고차 딜러는 여전히 안쓰러운 존재다.

“사회적으로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도 못하고, 벌이도 시원치 않습니다. 일반 직장인처럼 나이 들면서 승진을 하거나 관리직으로 옮겨가는 것도 없습니다. 벌이도 세금도 드러나지 않으니 은행에서 대출 한번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들을 묶는 공제조합 같은 것을 만들면 직업수행의 안정성은 물론 자체정화 기능까지 갖추게 돼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