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초청, 조양호가 안되면 이재용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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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청와대 초청, 조양호가 안되면 이재용도 안된다 삼성을 얻기위해 원칙을 깨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됨을 경고한다

기사입력2019-01-15 14:3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밖에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을 잘난 아들이 하나 있다. 문제는 이 자식이 형제에게 패악떨기를 밥먹듯이 하고, 부모에 대한 공경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는 거다. 가법에 따라 엄히 다스리고 싶지만, 이 자식이 아예 가출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얘기다.

청와대가 나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안되고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괜찮다고 했다. 조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한 15일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에서 제외된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한자리를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4일 한진그룹을 포함 부영그룹·대림산업은 청와대 참석 기업명단에 없다면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여론을 고려했고, 동시에 논란이 다시 부각될 경우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 조 회장 일가의 ‘갑질’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조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하기는 부담이었을 터이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선고를 받았다.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의 경우에도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 폭언·폭행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아, 초청대상에서 제외됐다는게 모든 언론의 분석이다.

부영 이중근 회장과 대림 이해욱 회장의 죄질도 중하지만, 국민감정상 조 회장에 비하면 조족지혈 수준이다. 해서 조 회장 얘기만 먼저 하자. 조 회장 본인은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가로채고 1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의 처는, 운전기사와 직원들에게 괴성을 동반한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단번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녀의 두딸이 각각 행한 ‘땅콩회항’에 ‘물병갑질’ 때문에, 대한항공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구멍가게였다는 사실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쯤 됐으니 문재인 대통령이 조 회장과 마주앉아 국가경제의 미래를 논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건 백번 이해가 간다.

대통령이 기업인을 만나는 것 자체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대통령을 그렇게 만나고 싶었지만, 이미 죽어 만날 수 없는 故 김용균 청년을 기억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인과의 대화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청와대 초청자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 모두가 포함됐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건 한진은 안되고 삼성은 되는 이유다. 앞서 한진 조 회장의 죄질 정도가 도를 넘었기에 청와대 초청대상에서 제외된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됐는가 하는 점이다. 범죄사실을 경중으로 치자면, 부영과 대림이 한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이 부회장의 죄질은 조 회장보다 악질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 삼성의 총수 일가가 우리사회에 끼친 해악은 反사회를 넘어 反인륜적 범죄까지 셀 수 없이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부회장은 전 대통령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최근 전 대통령 박근혜의 항소심 결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이 부회장의 청탁은 사실로 인정됐다. 삼성과 이 부회장의 숙원사업인 승계작업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항소심이 인정함으로써, 이 부회장은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게다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제일모직 가치를 뻥튀기하기 위해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최근 검찰에 고발됐다. 이건희 회장이 회삿돈 33억원을 빼돌려, 이 회장 자택 공사대금으로 사용한 것과 동일한 범죄혐의다. 심지어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탄압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염호석씨와 그의 부친 간 천륜도 끊었다. 삼성은 아들의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버지에게 6억원을 건네고 회유했다. 나아가 경찰 중간 간부에게 뇌물까지 제공하고, 경찰을 동원해 염 씨의 시신을 장례식장에서 빼돌리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얼핏 돌아봐도 삼성의 범죄가 이 정도다. 이제라도 청와대는 조 회장은 대통령을 만날 수 없고, 이 부회장은 대면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조차 부정하고, 분식회계로 자본시장 질서마저 훼손한 기업 또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제재여야지 면책이어선 안되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청와대행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와 재판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짚어야만 한다.

법 집행은 공평무사해야 한다. 돈이 많다고 봐주고 권력을 가졌다고 눈감아주면, ‘박근혜 시대’와 ‘문재인 시대’가 다를 게 무언가. 잘난 아들이 집을 나갈까 무서워, 마냥 방치한다면 가장의 체면 손상은 둘째치고 집안 자체가 무너진다. 또 그렇게 해야만 지켜지는 가계라면, 잘난 아들 이외 나머지 가족에게 그 집안은 결코 울타리가 될 수 없다.

우리 공동체 유지·존속을 위해 청와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신상필벌의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용서와 관용은 당사자의 참회와 반성이 있을 때, 그 때에만 비로소 용인될 수 있다. 삼성을 얻기위해 원칙과 기준을 깨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조양호가 안되면 이재용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