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매듭을 풀 수 있는 사람, 이재용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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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 수 있는 사람, 이재용 뿐 삼바 사건…‘꼬리 자르기’ 그만두고,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기사입력2019-05-08 17:1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마루를 뜯어낸 뒤 서버 등을 묻은 다음 다시 마루를 덮어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사 등을 보내 해당 위치의 바닥을 뜯은 뒤, (회사 공용 서버와 노트북 등) 압수절차를 밟았다.”

4조5000억원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삼바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언론에 확인해 준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안실무책임자의 범죄혐의다. 삼성이 하면 뭐가 달라도 다르단 얘기가 나온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을 또한번 연출한 삼성의 담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바 사건은) 단순 회계사기 사건이 아닌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온갖 범죄행위를 총동원한 불법의 종합선물세트,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라며,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일을 삼바 사건 수사발표 이후로 미뤄야한다고 주장했다.<사진=뉴시스>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1999년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한 불법·편법 증여 사건. 이 사건의 주연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고, 그의 아들 이재용은 조연이다. 이 영화는 당대 히트작으로,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재벌은 그 영화 시나리오를 그대로 카피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재벌그룹이 2세·3세에게 경영권세습을 완료했거나 목전에 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탄탄한 시나리오 덕에 8조5000억원대 자산가가 됐다.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 경영권 전부를 손에 쥐었다.

더 이상은 안된다. ‘한강의 기적’이란 신화를 위해 덮어놨던 ‘사회정의’ 회복 차원에서도 삼바 사건의 진상은 낱낱이 규명돼야한다. 또 CEO를 꿈꾸며 삼성바이오에 입사했던 청년에게 범죄행위를 지시한 자들을 엄벌하기 위해서라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사건이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의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삼성은 수많은 청춘을 범죄행위에 끌어들였다.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해 삼성은 또다시 대리급 직원에게 삼성바이오 사건의 증거 은폐·인멸을 지시했다. 상사의 불법명령을 이행했던 그 젊은이에 대해 7일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이 회사 공용서버를 빼돌려 자신의 집에 숨겼다는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됐던 사건도 있었다. 검찰은 또 지난달 말 삼성에피스 임직원 2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했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양사 모두에서 동시에 전산서버를 감추고 폐기하는 등 증거 은폐·인멸 작업이 조직적으로 진행됐음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다,

아울러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의혹 제기에 대해 회계법인 조언에 따른 정상적인 회계처리였다는 주장도 이미 거짓으로 드러났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업무를 대행했던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삼성그룹의 압박에 따라 금융당국과 법원 조사과정에서 거짓진술을 했다는 사실도 검찰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미 드러난 물증과 증언을 종합하면, 삼바 사건 배후에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모두를 통제하는 ‘윗선’이 존재함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양사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검찰수사 방해를 지시한 윗선으로, 검찰은 삼성그룹 주요 현안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한 임원을 지목했다. 이제 검찰의 칼끝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을 넘어, 이번 삼바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인 ‘몸통’을 향하고 있다.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천문학적인 돈이 걸린 사기사건에 다름 아니다. 삼성이 국민연금을 동원하면서까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가능하도록 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뻥튀기한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이 통째로 넘어가는데 결정적인 단초가 됐던 사건이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삼바 사건은) 단순 회계사기 사건이 아닌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온갖 범죄행위를 총동원한 불법의 종합선물세트,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라고 규정했다. 1심과 달리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결과를 대법원이 바로 잡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박용진 의원의 주장대로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일을 삼바 사건 수사발표 이후로 미뤄야한다. 범죄의 실체가 거의 드러났으며, 새로운 증거도 속속 나오는 시점이다. 대법원이 선고를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혹여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면죄부 판결을 내리고, 이후 판결의 내용과 상반된 검찰수사 결과가 나온다고 가정해봐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저항, 그에 따른 후폭풍은 사법부 모두가 나서도 감당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지금도 너무 멀리 갔지만,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뿐이다. 피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보유지분의 수십배이상 경영권을 독점했던 폐습과의 단절을 스스로 선언하고, 실천하는 방법 이외 다른 해결방안은 없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향후에도 인정할지 여부는 그 다음의 문제다. 삼성전자를 포함 삼성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민의 용서와 함께 대법원의 관용을 바란다면, 지금까지 재판과정이나 검찰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꼬리 자르기’부터 그만둬야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검찰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