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하면 100조 투입, 왜 지금 못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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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집권하면 100조 투입, 왜 지금 못한다는 말인가 대선, 말의 성찬 집어 치워라…벼랑 끝 내몰려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기사입력2021-12-10 00: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죄송합니다만 지원대상이 아닙니다. 인원·시설운영 제한 업종으로 지정되었거나 매출감소로 버팀목자금을 200만원 이상 지원받아야 대상이 됩니다. 귀 사업체는 이 대상에 충족되지 않습니다.”

연말 필요한 사업자금이 있어 두드려본 소상공인정책자금 융자에서 퇴짜를 맞았다. 한숨이 나온다. 상담사의 말로는 인원·시설 제한 시설로 분류되지 않았고, 버팀목자금도 100만원 지원받았으니 융자대상이 안 된단다. 얼마나 더 어려워야 융자대상이 되는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사람이 비단 영업 제한조치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식당뿐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상담사는 판에 박힌 대답만 반복했다. 나 같은 자영업자는 여전히 살만하다고 여기는 걸까? 정부의 코로나 피해 지원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 정국으로 인한 피해는 전방위적이다. 물론 영업제한 업종에 포함돼 반강제적으로 문을 닫고 영업시간을 줄인 식당이나 주점, 헬스장 등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이견이 없다. 그러나 무 자르듯 잘라 나머지 업종은 괜찮을 것이라는 인식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고 공무원들의 편의주의 발상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안 본 자영업자들은 전무한 실정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돈을 벌었다면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 이를 배송하는 택배업체, 막대한 이자 수입을 챙겨가는 은행 정도다.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 소상공인 대상 ‘일상회복 특별융자’ 온라인 신청이 시작된 지난달 11월29일 한 현장접수처 모습.<사진=뉴시스>

‘위드 코로나’를 표방하던 정부가 폭증하는 감염자 때문에 다시 일상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하루 7000명이 넘어서는 감염자와 늘어나는 중증환자, 한계에 다다른 의료시스템, 그래서 일상 활동 제한 카드를 다시 꺼내든 정부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영업자 처지에서 보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형국이다. 벼랑 끝에 서서 생존을 걱정하는 자영업자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은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반발이 크다면 정책은 효과보다는 후과가 커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래서 일상을 제한하는 조치로 폭증하는 코로나 재창궐을 막으려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희생만 강요하는 기존의 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코로나 관련 직접 지원금도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일 뿐 생계 절벽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기에 대출이나 융자도 이 조건, 저 규정을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모두 다 죽겠다는 하소연은 엄살이 아니다. ‘왜 우리만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하는가’라는 볼멘소리도 일리가 있다. 정부가 강력한 조치로 코로나 재창궐을 막으려면,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터줄 전향적인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온갖 공약들이 쏟아져 나온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금 약속도 천문학적인 숫자다. 국민의힘에서는 집권 후 100조를 손실보상금으로 쏟아 붓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여야 모두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에게는 집권 후 50조, 100조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당장 생계와 삶의 터전을 이어나갈 돈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의 대응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추가 세수가 커서 어느 해보다 재정 여력이 나은 편인데도 주머니에 쌈짓돈 꺼내듯이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방역은 물론 국민들 삶의 터전도 모두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