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공급기업, 양보다는 질적 규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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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스마트공장 공급기업, 양보다는 질적 규모를 韓 1500개, 中 150개…개별기업 취약성 벗고 세계시장 진출 필요

기사입력2022-02-28 10:30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ㅣ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G2인 중국과 G10 속으로 들어선 한국. 광동성이나 장쑤성의 GDP가 한국 GDP를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격차가 있다. 세계의 공장이란 이름이 손색없는 중국은 ‘중국 제조2025’를 앞 세워 제조업 도약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와 또 다른 미디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2025년까지 150개 정도의 공급기업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애걔, 겨우 150개? 한국은 1500개야.” 어떤 것이 타당할까? 적정한 공급기업 숫자 찾기가 필요할까? 실제 이런 질문에 정답이란 존재하지도 않으며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상당한 시간동안 거창한 표현에 휩쓸리고 있고,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시하는 경향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스마트공장이란 시장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자세히 보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공급기업이 존재하고 있고 시장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1500개란 숫자는 바로 한국의 스마트공장 사업에서 사업거리를 찾아 뛰는 솔루션 공급기업의 수다. 이에 반해 150개는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필요하다고 본 숫자다. 참고로 중국 정부는 500여개의 스마트 모델공장을 2025년까지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 숫자는 경상남도에서 한 해에 지원해 구축하는 스마트공장에 불과하다. 실제 한국은 이미 2만5000개의 스마트공장 사업을 마무리 했고, 2022년 말에는 3만개 목표를 채울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국의 1500개 공급기업은 현재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숫자다. 이름을 올리지 않은 기업 수도 실은 상당하다. 따라서 국내에서 스마트제조 또는 스마트공장이란 시장을 두고, 적어도 2000여개의 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150개의 공급기업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그런 기업은 어떤 수준을 전제로 말하는 것일까? 이를 따져보면 우리의 위치도 돌아볼 수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구체적으로 150개 기업의 규모나 역할이 어떤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사업 스케일이 큰 것을 선호하고 또한 드러내 보이기를 중시하는 중국 비즈니스 문화를 감안하면, 100여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규모의 기업을 기본 규모로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가 돼야 중국 전역을 활동 반경으로 두고, 주요 지방 거점에 지역 사무실도 배치하면서 뛸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실제로 활동한 경험에 근거를 둔 얘기다.

2025년께 중국은 스마트공장 공급기업 150개가 시장에서 활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500개 기업이 활약하고 있는데, 개별기업의 모습은 대체로 취약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중국에 큰 규모의 스마트공장 시장이 선다고 해도 당장 알리바바나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대기업이 참가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상당히 다양한 기술 축적과 지식이 요구되는 사업 영역이기 때문이다. 4T 기술(OT, IT, AT, CT)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를 다양하게 확보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그렇게 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수요가 확실해야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간 국내기업 현장에서 지난 20여년의 시간 속에서 진행된 사례를 참고로 보면, 설사 대기업의 프로젝트라고 해도 실제 투입하는 컨설턴트, 엔지니어 등 전문인력 수는 10여명 안팎이다. 일시적으로 인원이 더 증가한다고 해도 20여명이면 정말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된다. 중국의 대기업에서도 그 정도의 전문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공급기업에 요구되는 인력이다. 수요기업은 수요기업대로 꽤 큰 숫자의 인력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특히 혁신적인 사업이라고 하면 중국기업은 모든 일을 제쳐놓고 전일제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인력이 상당한 것을 자주 보았다. 그런 경험을 종합하면 50여명에서 100여명 정도의 참여는 기본처럼 보일 수 있다.

어쨌든 공급기업은 그들의 고객기업에 사람을 투입할 것이고, 이런 일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진행된다고 보면 컨설팅이나 기술지원을 위해 공급기업이 상시 고용해야 하는 인원은 100여명 안팎이 될 것이라 본다.

이들은 부족한 경험도 보완하고 브랜드를 키울 방법도 강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분명 적합한 외국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려 할 것이다. 현재 중국 공급기업이 자력만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모든 솔루션을 공급하기 어렵기에, 선진기술과 사례를 보유한 외국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이런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사례를 듣고 있다. 이들의 파트너는 경제전쟁을 벌이는 미국의 견제 때문에 미국계 기업보다는 유럽계 기업, 또는 일본계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공격적인 방법을 채택하는 공급기업은 향후 수 년간 빠른 성장을 구가하고 제법 규모가 큰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2025년께 중국은 이 정도 규모의 기업 150개가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이에 비해 한국은 1500개 기업이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개별기업의 모습은 대체로 취약하다. 직원 10여명 미만인 기업이 상당하다. 제법 수주를 많이 한다고 하는 기업도 직원 수는 50여명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의 1500개와 중국의 150개를 비교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스마트공장 생태계에서 공급기업이 건강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국내시장이 전부가 아니다. 일부 기업은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이미 ‘더존비즈온’은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고, 일부 공급기업도 동남아 국가 진출방법을 찾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