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공공성 외면한 채 부자감세·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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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민생경제·공공성 외면한 채 부자감세·규제완화 ‘공정·혁신’은 헛구호…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수정 촉구한다

기사입력2022-06-22 00:0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김은정 사회경제국장

윤석열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목표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복원하겠다는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번 경제정책 방향이 낯설지 않다.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소위 ‘줄푸세 시즌2’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사회적 환경에 큰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으며, 기후위기와 디지털화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실패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방향 재탕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전봇대 뽑기’와 박근혜 정부의 ‘규제 길로틴’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 말고는 현재 우리사회가 처해있는 복합적인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특히 그 어느때 보다 공공성과 국가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시기에, 민간·기업·시장 중심 경제로 성장-복지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에 가깝다.

더구나 저출생·고령화, 불평등·양극화,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분명히 존재하던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개선하고 사회경제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도 전혀 담겨 있지 않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민간·기업·시장 중심의 경제운용 방향은 이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코로나19에 이어 역대급 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지면서 거듭된 위기로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이를 이대로 방치하면 불평등이 고착화 될 수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인세를 인하하는 등 감세정책을 펴면서 재정지출에는 총량 목표를 둬 관리하겠다고 한다. 세금은 덜 걷고 지출을 통제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된다면 결국 노동·복지 분야의 지출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이는 결국 위기상황에서 심화된 불평등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공정’ 기대하기 어려운 편향된 ‘자유’에 기반한 정책 기조

윤석열 정부는 자유, 공정, 혁신 등 경제운용 기조를 제시하고 있다. 보수정부가 시장과 자유를 강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시장경제의 근간인 공정거래에 대한 정책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공정거래 없는 시장자율은 결국 독과점과 지배적 지위남용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보수와 시장경제를 목놓아 외칠 것이라면, 최소한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는 불공정행위 엄단, 납품단가 연동제, 플랫폼 경제 등이 산발적으로 제시돼 있는데, 그마저도 사업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개선하거나 온라인 플랫폼 경제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이라는 본령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겉으로는 시장경제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경쟁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기만적인 행태라고 할 만하다.

참여연대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생을 외면하고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 양극화를 심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공공성 강화 ▲조세정의 등 사회경제 철학과 가치가 담긴 공공주도의 ‘민생대개혁’ 방향으로 전면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사진=참여연대>

부자감세로 민생경제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기만

한편, 윤석열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 등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한다. 진정으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면,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폭등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주택 공급확대와 각종 세금감면, 대출완화, 임대차 대책은 주거안정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 부양책에 가깝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서민이, 종부세 내고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을 뜻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안으로 8%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완화하겠다고 한다. 작년 전국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 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 비율은 금리 연 4%로 가정할 때 평균 45%를 차지한다. 직방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서울 전용면적 84㎡인 중형아파트의 월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70%에 근접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금리인상만으로도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담이 급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상, 조정대상지역 8억원 이상 주택에도 생애최초 LTV 상한 80% 완화 등 LTV·DSR 대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완화해 노골적으로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기만적 정책일 뿐만 아니라 하우스 푸어를 양산할 우려가 크다. 서민들이 빚을 내서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면 그 과실을 취하는 것은 최상위 집부자들 뿐이다. 서민들이 빚더미에 오르고 주택시장이 다시 폭등하는 게 어떻게 서민을 위한 주거안정이 될 수 있겠는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확충, 주택 임대차 갱신횟수 확대를 포함한 주택 임대차 안정화 대책, 주거급여 상향 등의 정책이 절실하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유예하는 등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도 뒤로 미룰 태세다. 불평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자산에 대한 과세를 모두 후퇴시키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용인하거나 더욱 심화되도록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요컨대 부자감세의 결론은 늘 서민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져 왔지, 결코 민생경제의 해법이 되지 못했다.

공공성 외면한 채 정부 역할·책임을 민간에게 전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 공정, 혁신 등의 기조를 내세워 발표한 이번 경제정책 방향은 시장경제와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이나 혁신 같은 마땅히 갖춰야 할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게다가 민생과 주거안정이라는 당면 현안에 대한 이렇다 할 비전도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저출생·고령화, 불평등·양극화 등 당면한 우리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 속에서 심화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없다.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없는 것이다. 경제정책 방향에 가득 담겨있는 것은 보수정부가 끝없이 실패하면서도 반복해서 외치는 ‘줄푸세’ 뿐이다. 보수정부가 절치부심해 집권한 이후 내놓은 것이 결국 도로 줄푸세라는 점이 매우 한탄스럽다. 특히 그사이 우리 경제상황이 매우 큰 변화를 마주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저출생·고령화, 불평등·양극화 등 당면한 우리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공공성 강화 ▲조세정의 등 사회경제 철학과 가치를 복원하고, 이를 통한 진정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민간에 전가한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공공주도의 ‘민생대개혁’ 방향으로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김은정 사회경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