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피해 외면한 디지털경제는 혁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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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불공정 피해 외면한 디지털경제는 혁신 아니다 온라인플랫폼 의존 높은데, 불공정거래 생태계 막을 공정화법 표류

기사입력2022-09-28 10:2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로켓배송으로 소비자 모아 놓고 그걸 무기로 기업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 앞에선 혁신이라고 말하고, 과거 유통대기업들의 구태를 답습한다. 너무 빨리 영향력이 커져 저항할 기업이 없다.”

“쿠팡에 거래중단 안 당해본 기업이 없을거다. 쿠팡 영향력이 커지다보니 PPM(상품 1개 판매할 때마다 쿠팡에 무조건 보장하는 최소 마진율) 못맞추면 방 빼라는 식이다. 처음엔 상품을 엄청 매입해주고 의존도를 키워서 따라올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쿠팡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27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 얘기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물류 부문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 배달앱 쿠팡이츠 등 다양하게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이용사업자나 플랫폼 노동자, 소비자는 이러한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정무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이동주 의원 등 15명 의원들과 을지로위원회, 온라인플랫폼공정화전국네트워크 등은 27일 ‘플랫폼의 독과점에 따른 노동자·판매자 실태 진단 토론회’를 개최하고, 플랫폼의 독과점에 따라 파생되는 이러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온라인플랫폼 경제의 공정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의존도 높은데, 불공정거래 행위=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연 매출액에서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매출액 비중은 50% 이상으로 온라인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곤란한 수준으로 매출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매출 증대뿐만 아니라 판로확보·영업지속을 위해서도 중소상공인들에게 온라인플랫폼은 필수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반면 온라인플랫폼의 불공정거래 행위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중이 과반(53.4%)을 차지했고, 이 응답자 중에는 수수료·광고비 수준과 일방적 결정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91.2%). 이에 따라 정부가 수수료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57.7%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대비 31.9%P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온라인유통 중심으로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특히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가 급증함에 따라 플랫폼의 지배력이 확대되고 그로 인한 불공정 문제가 불거짐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매우 미비한 상황이다.

◇경제적 약자 피해는 혁신 아니다=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의 위평량 소장은 ‘플랫폼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규제 방안 모색’이라는 발제에서 “‘자율규제’, ‘민간주도’를 기반으로 디지털생태계를 이끌어 간다면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효과는 오히려 디지털 강자 중심으로 구축될 것이고, 중소기업과 약자를 위한 성장정책은 궁극적 효과가 사라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위 소장은 현재와 같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경제적 약자의 피해 그리고 소비자 부담과 피해를 도외시하고 강한 사업자 육성만을 위한 행위는 진정한 혁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혁신은 정의와 공정과 평등과 번영의 관점을 유지한 가운데 기술적 혁신으로 새로운 사업 행위, 이에 따른 피해자 보호와 재기가 순환되는 구조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경제 생태계 수준이 낮다=위 소장은 우리나라의 디지털경제 전환 수준은 최고 수준인 반면 생태계 현장 상황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온라인 디지털경제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을 해소시켜야 할 법제도는 여전히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EU와 미국, 일본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및 디지털경제 구조를 위한 각종 정책은 한국에서도 조기에 도입하고 정착시켜야 할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현재 우리나라 국회에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플랫폼공정화법)이 계류중이다. 플랫폼공정화법은 디지털경제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현행 법제도로는 각종 불법 및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실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에서 근거했다.

온라인플랫폼 중개사업자는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받지 않고, 플랫폼 중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 거래는 B2B관계로, B2C의 권리의무 관계를 다루는 전자상거래법 규율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 거래관계의 일반법이라 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에 분쟁예방 및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계약서 제공 의무, 표준계약서 등의 근거 규정도 부족한 실정이다.

◇온라인플랫폼 경제 공정성 확립해야=일부 전문가와 온라인플랫폼 관련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같은 수준의 반독점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거나, 온라인플랫폼 중개사업자는 단순 거래중개역할을 하고 이용사업자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우면서 다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사업자에 대한 수요 지배력 행사가 어렵기 때문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없어 법안 도입을 반대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 소장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소수기업 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 독과점 양상 ▲불공정한 생태계 ▲실정법의 미흡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비중 등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점은 영원히 해소될 수 없고 궁극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과 발전의 계기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플랫폼공정화법을 최우선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위 소장은 가능하다면 통과시키기 전에 현행 수준의 단순 행위규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불공정과 불법적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기 법안 마련 시에 불법적인 차별행위 억제, 자사우대 통제, 원초적으로 불법적·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해상충사업 금지 및 시장구조 구축, 우월적 지위 억제 위한 각종 정보(data) 활용 기준 정리 등의 요소들이 포함됐어야 했지만, 현재 발의된 법안은 이에 대한 내용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위 소장은 디지털플랫폼 경제구조가 초래할 다양한 문제를 고려한 새로운 법안을 조기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