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가맹본사의 부당 계약해지 막지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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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BHC 가맹본사의 부당 계약해지 막지못한 이유 미미한 처벌만 감수하면 그만…이를 방치한 국회, 검찰, 공정위, 법원

기사입력2023-06-17 00: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저한테 왜 그랬어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최근 한 영화 대사가 큰 화제다. 진원지는 정치권이었지만 비단 정치권에만 떠도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10년 넘게 가맹점을 위해 애썼던 점주들에게 하루 아침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가맹점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물품중단을 강행하는 것도 모자라, 점주단체 집행부를 골라 탄압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고발까지 진행했던 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가 있다. 바로 얼마 전 치킨업계 1위에 등극한 BHC다.

2018년 한 남자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실무진들과 함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찾았다. 그의 이름 진. 2015년부터 울산에서 BHC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던 점주였다. 남들처럼 성실하게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언제부터인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육을 공급하겠다던 본사가 냉동육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고, BHC치킨을 상징한다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의 납품가격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높았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주변 점주들과 본사에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아무 것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는 2018년 전국 1500여개 가맹점주 중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BHC가맹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5년에 걸친 기나긴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앞에서 상생, 뒤에서 계약해지=2018년 8월 전국BHC전국가맹점협의회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과 함께 BHC본사가 2015년부터 전체 가맹점들로부터 걷은 광고비에 대한 횡령 혐의, BHC본사에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납품가와 공급가의 차액을 편취한 사기 혐의로 주식회사 BHC의 임원 6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현종 BHC회장은 가맹점협의회와 상생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가격인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끝나자, 약속했던 상생노력도 가격인하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BHC본사가 보내온 것은 10년 넘게 BHC 가맹점을 운영했던 집행부 구성원들에 대한 계약해지 내용증명이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맹본부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결국 2019년 4월 BHC가맹점협의회는 BHC본사의 신선육, 해바라기유 등 부당한 필수물품 구매 강제, 점주협의회 집행부인 점주들에 대한 보복조치 행위 등을 가맹사업법 위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2019년 4월에 이어, 2020년 10월 BHC본사는 다시 한번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가맹점 운영에 필요한 물품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다행히 2021년 8월 법원은 BHC본사의 계약해지 통보가 가맹계약 해지 절차도 지키지 않았고, 점주의 의혹제기도 근거 있는 주장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실제 가맹점주 대상 설문조사에서 전체 265건 중 193건이 ‘얼은 상태 신선육을 입고했고 교환이 불편해 그냥 사용했다’고 응답한 점, 한국품질시험원에서 진행한 해바라기유 성분검사 결과 BHC 해바라기유 올레산 함량이 KS규정인 75%를 미달한 60% 수준인 점 등이 인정된 것이다. BHC본사가 진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사건도 무혐의로 결정됐다. 2022년 6월 2차 공정위 신고 직후인 8월 공정위가 BHC본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싸움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전국BHC가맹점협의회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2019년 4월11일 BH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구입 강제, 점주 보복조치 등의 이유로 BHC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징벌적 손해배상…그런데 고작=그리고 지난 5월22일 법원은 BHC 본사를 상대로, 진에게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두 차례 영업중단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실인 8255만원에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1억1000만원의 배상액을 인정했다. 2017년 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가맹본부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가맹점과의 거래를 거절해 손해가 발생하면 실제 손해의 최대 3배 안에서 배상책임을 진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는데 이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가맹점주의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상생요청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계약해지를 통해 보복을 하며 점주단체의 활동을 탄압한 가맹본사에 대한 의미있는 제재였다. 이 과정에서 진을 포함한 점주협의회 집행부는 생계가 끊어지는 모진 고초를 겪었고, 점주협의회는 거의 와해 직전까지 다녀왔다. 5년을 넘게 이 사건에 매달린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들도 가맹본사의 갖은 소송에 휘말렸고 마음고생에 시달렸다.

“신뢰를 바탕으로 가맹점주와 본사가 상생하는 BHC의 가족으로 초대합니다.” 지금도 BHC본사는 가맹점주 모집 페이지에 이러한 문구를 내걸고 있다.

BHC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메시지는 1억1000만원보다 훨씬 무겁다. 가맹본사의 불법과 불공정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맹점주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든 계속해서 괴롭힌다, 나중에 돈을 물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쓸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악의적인 보복행위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을 받더라도 1.3배의 손해배상만 하면 된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BHC 이전에도 있었다. 2017년 치즈 유통과정에 친동생의 업체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받다가, 이에 항의하는 가맹점주협의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점주 회장에게 계약해지를 하고, 심지어 그 점주가 자체 브랜드의 가게를 열자 그 옆에 자사 가맹점을 보복출점해 점주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했고, 국회 입법도 찔끔찔끔 나아졌다. 최대 3배를 규정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1에서 1.5배 수준에 그치는 법원의 결정은 가맹본사를 더욱 대담하게 만든다. 가맹점주단체들이 거래조건과 관련된 단체협의를 요청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의에 응하도록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발의됐지만, 3년이 넘은 아직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징벌적 손배의 최대범위를 넓히고 법원의 재량권을 축소해 필요적으로 3배, 5배의 징벌적 손배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모욕감’ 뒤에 숨은 진짜 이유는=가맹본사들이 보복을 위해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사용하는 단골 멘트는 바로 ‘당사와 귀하 간의 신뢰가 깨어져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맹본사들이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점주들을 끈질기게 탄압한 이유가 단지 ‘신뢰’나 ‘모욕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제2, 제3의 진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아주 미미한 처벌만 감수하면 된다는 경험치와 자신감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국 가맹본사들의 처절한 복수 뒤에는 이를 막지 않고 방치하는 국회와 검찰, 공정위와 법원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