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부실화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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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부실화 가능성 커” 자영업자의 과감한 채무조정과 금융부담 완화 정책 마련해야

기사입력2023-08-30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다섯차례에 걸쳐 미뤄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상환유예 만료기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6월 기준 만기연장 상환유예된 대출이자 잔액은 약 76조2000억원이다.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이 우려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자영업자 대출은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 대비 50.9% 늘어난 규모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버텨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엔데믹 시대라고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그동안의 사업부진을 만회하고 재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글로벌 경제가 불안하고,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그동안 늘려놓은 빚의 무게를 더 무겁게 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다중채무자·취약차주의 비은행권 대출 등에서 부실징후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할 일이 아니며, 대환대출이나 대출상환유예 조치 등으로는 빚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특히 지난해 늘어난 자영업자의 부채는 취약차주·비은행권·대면서비스업 위주인 것으로 나타나 부채의 질 자체도 악화됐다. 자영업자의 연체율 또한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해 급속히 상승했다. 2021년 0.16%였던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0.26%, 올해 5월 0.45%까지 높아졌다. 자영업자 가운데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6.22%에서 지난해 말 8.08%까지 증가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민생부채 토론회에서 “상환 여력이 낮아 신청한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들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상환유예 조치를 종료했을 때 실제로 갚지 못하는 부채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자영업자 부채의 부실 위험성을 방치한다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부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고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경우, 이들을 수용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은 아직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연착륙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다중채무자·취약차주의 비은행권 대출 등에서 부실징후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할 일이 아니며, 대환대출이나 대출상환유예 조치 등으로는 빚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자영업자에 대한 과감한 채무조정과 금융부담 완화 정책 등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부채 비율을 낮추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이 선진국 중에서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정건전성에만 매몰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채 폭탄을 외면해선 안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