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자본요건 강화해 부동산PF 구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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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시행사 자본요건 강화해 부동산PF 구조 개선” 위험분산할 다양한 파트너십 구조 만들어 개발 초기자본 확충해야

기사입력2024-01-28 18: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 구조를 만들어 부동산개발 초기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부동산 PF구조의 문제점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보미 연구위원은 “최근 이자율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님에도,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부동산 PF의 부실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다른 나라와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제안했다.

◇10% 이내 자본금으로 부동산개발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부동산개발업자로 등록해 부동산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보통 사업자들은 총사업자금의 5~10% 수준의 적은 자본금으로 토지매입을 시도한다. 대표적인 거주용 부동산인 아파트 개발사업의 경우, 시행사가 총사업자금의 10% 정도를 출자해 초기사업비와 토지매입금의 일부로 사용하고, 토지매입 금액의 70%에서 90% 이상은 금융기관의 브릿지론을 이용해 조달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시행사가 GP(General Partner), 투자자가 LP(Limited Partner)로 참여하는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를 구성하고, 총사업비의 20%에서 30% 정도 수준의 초기자본금을 마련한다. 토지매입을 위한 담보대출 비중은 40~50% 정도 수준이다. 네덜란드, 일본 등도 시행사와 투자자 등이 총사업비의 30%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보고서를 보면, 사업 초기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토지를 구입하는 구조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비슷하다. 하지만, 시행사의 초기 자금력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단계에서 조달하는 본PF의 자금으로 토지구입자금을 상환하는 반면, 미국은 LLC 등이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확보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토지 담보를 해제한 후 건설자금만 조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즉 우리나라는 본PF가 건설자금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브릿지론의 상환재원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로인해 본PF가 건설자금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로인해 본PF 단계에서 자금조달 부담이 크고 유사시 대출기관이나 투자자에게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수분양자의 자금으로 사업비 충당한다=우리나라 부동산 PF가 미국 등 주요국의 PF와 또 다른 차이점은 수분양자의 자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규모 주거용 부동산개발은 보통 착공 직후 선분양이 이뤄지는데,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대출의 상당부분이 사업비로 사용되는 구조다. 따라서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될 경우 수분양자가 줄어들어 사업비 조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되면, 미분양 비율이 높은 경우 공사가 중단되기도 한다.

PF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자금조달 방식이지만, 미국의 부동산개발 역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이 건설자금 대출 시 담보 및 신용보강을 요구한다. 순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고, 자산의 상당부분이 유동자산인 보증인을 요구하는데 보통 매입한 토지와 모기업의 자산 등이 담보로 제공된다. 상업용 부동산개발의 경우 사업성에 기초한 금융기관 등의 투자확약을 기반으로 건설자금 대출이 실행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부동산개발 역시 개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양한 신용보강이 동반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보강 주체가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책임준공확약 등 시공사의 신용보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위험 나눌 다양한 투자자·기관 있어야=우리나라 PF구조의 문제점은 개발 규모 대비 금융시장 자금 부족이라기 보다는 대규모 개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다양한 투자자나 기관이 부족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시행사가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시행사의 적은 자본금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분양자와 시공사 등이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와같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한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브릿지론과 본PF 사이의 상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초기 자기자본으로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공사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더불어 보고서는 우리나라 주거용 부동산개발 시 선분양 비율을 줄이거나 중도금 납입 비중을 축소해, 수분양자의 자금이 사업비로 사용되는 것을 개선해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