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내수…가계 실질소득 늘려야 풀린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얼어붙은 내수…가계 실질소득 늘려야 풀린다 실질임금 감소하고 고물가와 고금리로 가계 소비여력 줄었는데

기사입력2024-08-14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내수 경제가 얼어붙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9%였다.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2022년까지 대체로 증가세를 보여왔던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부터 올해까지 9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욜로(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소비를 이끌어가던 MZ세대들 조차 필요한 것 딱 하나만 사자는 요노(You Only Need One)로 소비트렌드를 갈아타며 지갑을 닫고 있는 모양새다. 원인은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데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임금은 2021년 359만9000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2년 359만2000원으로 감소세를 보였고 2023년에는 355만4000원으로 줄었다. 올해 실질임금 역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물가는 무섭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보면, 2018년 1.5%, 2021년 2.5% 상승해 과거에 비해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으나 2022년 5.1% 크게 상승했고 2023년에는 3.6% 상승했다.

실질임금 감소와 고물가, 고금리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감소하면서 자영업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10%로 200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액은 올해 3월말 기준 10조8000억원, 연체율은 1.66%로 역대 최고치에 이른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022년에 적자를 기록한 무역은 2023년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최근에야 수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내수가 당장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의 부가가치유발계수(2020년 기준)를 보면 소비의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0.867, 투자는 0.833, 수출은 0.680이며, 소비 중에서도 정부 소비지출이 0.907로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제성장 효과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즉 가계에서 쓸 돈을 늘려주고,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빠른 내수회복, 경제성장의 방법이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최근 야당이 주도해 국회를 통과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은 내수 경제에 잠시 숨통을 틔우는 조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지난 13일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21번째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그동안 대기업·초부자 감세에는 입을 열지 않았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막대한 국가 재정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안들을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불평등의 폭을 넓혀 온 그동안의 실정을 바로 잡기 위한 민생정책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