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위축 심각한데 “경제 좋다”는 말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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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소비위축 심각한데 “경제 좋다”는 말 나오다니 9분기 연속 소매판매 감소, 민생경제 현실 나타나

기사입력2024-09-0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정부의 낙관론이 크게 우려된다. 특히 가계경제 위기로 인한 소비위축의 심각성을 도외시한 듯한 반응이 문제다. 민생경제의 고통에서 시선을 돌린 것이 안일한 인식의 원인인 것만 같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의 경제낙관론을 비판한 언론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이중 내수에 대한 내용만 살펴보면, “내수는 수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복이 완만”하지만, “하반기로 가며 고물가·고금리 등 제약요인이 완화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근거로는 물가가 최근 2%대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8월 이후 안정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도 했다. 또, “7월 설비투자 두 자릿수 증가, 서비스업 생산 2개월 연속 증가, 2분기 실질소득 플러스 전환 등 수출 호조가 소비·투자 개선으로 본격 파급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로 민간소비 현황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를 빼놓은 것은 의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중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다.

소매판매의 감소는 2022년 2분기(0.2%↓)부터 시작해 올해 2분기까지 꼬박 9분기 연속이다. 1년전과의 비교다보니 지난해에 급상승하면 올해에 감소로 돌아서는 ‘기저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라 기저효과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올 한해 상황만 봐도 2월에 한차례 0.8%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매달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추세를 봐도 좋지 않은 것이, 3월 3.4% 감소한 뒤 4월에 2.0%로 감소폭이 줄었지만 5월(2.8%↓)과 6월(3.6%↓) 다시 감소폭이 더 커졌다. 가계경제가 위기다보니 소비가 위축됐다는 사실이 소매판매에서 드러난 것이다.

향후 추이 또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주요 국내외 기관들도 공통적으로 하반기 내수 개선을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였는데,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는 1.8%로 민간소비 증가폭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역시 하반기 중 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세가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문제는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예년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데 있다. 2022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4.1%였다. 반면 소비가 얼어붙다시피했던 2023년에는 민간소비가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심지어 2023년 상반기에는 3.1%를 기록했으나, 하반기 들어 0.6%로 급락한 바 있다. 한은과 KDI의 민간소비 전망이 여전히 우려되는 이유다.

다만, 기재부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과 코로나 시기 누적된 부채로 인한 소상공인 어려움, 더딘 내수 회복 등 체감 민생이 빨리 나아지지 않고 있는 점에 유의하면서 조속한 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아무리 낙관론을 펼친다 해도 가계가 직접 겪고 있는 고통이 사라질리 만무하다. 가계경제 위기와 민간소비 위축이란 위기를 직시하고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그리고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강도높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위축되다못해 쪼그라들고 있는 가계경제를 내버려두고선, 어떤 낙관론도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