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변모한 미술,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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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시대에 따라 변모한 미술,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예술의 경계는 없다…토비아스 레베르거 ㊤

기사입력2024-09-04 10:29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 홍익대 초빙교수(‘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미술(Art)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미술의 시작을 논할 때, 동굴벽화나 원시부족이 주술적으로 만든 사물을 미술의 초기 형태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타미라 동굴벽화나 다산을 상징하는 뮐렌 도르프의 비너스 등에서 그 기원을 찾는 것이다. 아마도 E. 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미술사에 자리 잡고, 대중에게도 읽히면서 이러한 생각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선사시대로부터 시작해 이집트, 고대 그리스·로마의 장식품과 제의품을 모두 미술작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밀히 말해 이러한 물품들은 우리가 오늘날 이해하는 ‘미술’과 다르다. 한마디로 이것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이 아니다.

독일의 미술사학자 한스 벨팅(Hans Belting)은 르네상스 이전까지 ‘미술(Art)’이라는 개념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후기 로마시대부터 1400년까지 서양 기독교의 경건한 이미지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이 경건한 이미지들이 당시에는 미술작품으로 간주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벨팅에 따르면, 우리가 말하는 소위 ‘미술’의 개념은 조르조 바사리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가 열전’을 쓴 르네상스 때에야 비로소 일반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의 전시전경, 2020, 갤러리바톤. <출처=갤러리바톤>

이렇게 ‘미술’의 개념이 인식된 후에야 미술로 여겨지는 르네상스 이전의 것들, 중세나 고대의 제의품과 장식품, 기록물, 민속 공예품 등을 소급해 미술로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식하는 ‘미술’은 선사시대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며, 어떤 명확한 형식과 형태로 규정된 것도 아니다. 언제든 그 의미와 개념이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이며, 그렇게 ‘미술’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모해 왔다.

2009년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독일 출신의 현대미술가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는 우리가 관습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미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는 작가다. 조각가로 미술을 시작한 그는 현재 조각, 설치, 건축을 넘나들고, 미술과 디자인을 결합하고, 예술과 일상을 섞으며, 미학과 기능이 공존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특정 장르에 국한하기 힘든 그의 작업은 장르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며 유쾌하고 때로는 시적으로 나타난다.

레베르거는 아트선재센터(2004), 광주비엔날레(2012), 삼성미술관 리움(2012), 부산현대미술관(2018), 갤러리바톤(2020), 플랫폼엘(2024) 등에서 전시와 설치 프로젝트를 선보여 온,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작가다. 그는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 이전부터 한국에서 전시했으며, 수상 이후 한국과 더욱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자주 한국을 찾고 있다. (계속,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홍익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