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km달린 중고차가 7만km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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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33만km달린 중고차가 7만km로 둔갑 한국소비자원, “오일 누유로 인한 민원 많아”

기사입력2015-04-14 18:29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A씨는 2014년 7월 2006년식 SM7 중고차를 구입했다. 구입 당시 성능점검기록부에 기재된 주행거리는 6만9562km였다. 그런데 최근 A씨는 에어컨 고장으로 제조사 정비사업소를 방문했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자신의 차가 33만km 시점에 수리 정비이력이 있다는 것이다. A씨는 곧장 판매사업자에게 배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중고자동차 구입시 제공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내용이 부실하거나 실제와 달라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접수된 중고자동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는 총 843건으로, 이중 중고차 성능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의 상태가 다른 경우는 651건(77.2%)에 달했다.

중고자동차 매매관련 피해 유형 현황

단위: 건, % <자료=한국소비자원>

구체적으로는 성능·상태 불량이 333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오일누유로 인한 민원(91건)이 가장 많았다. 실제 오일누유 흔적이 있는 차량을 기록부 상에 ‘누유 없음’ 혹은 ‘미세 누유’로 표기한 것이다. 진동·소음(65건), 시동 꺼짐(37건), 냉각수 누수(2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사고정보 고지 미흡도 180건에 달했다. 이중 사고 차량을 무사고로 고지한 것은 125건, 사고부위를 축소해 고지한 경우는 55건으로 조사됐다. 그밖에 중고차 성능과 관련한 피해 항목에는 주행거리가 실제와 다른 경우(68건), 연식·모델(등급)이 다른 경우(39건), 침수차량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31건) 등이 있었다.

중고차 성능 이외의 피해 내용으로는 이전등록 후 비용 차액을 반환해주지 않는 등의 제세공과금 미정산이 48건이었고, 계약금 환급지연·거절이 28건, 약속 불이행이 27건, 명의이전 지연이 13건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주요 매매단지별 소비자 피해 현황

단위: 건, % <자료=한국소비자원>

한편 가장 많은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중고차 매매단지는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오토맥스였다. 이곳에서 발생한 민원 건수는 158건이나 됐다. 이어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엠파크타워(55건), 경기도 부천시 오토프라자(41건), 인천 서구의 엠파크랜드(37건), 인천 남구 주안자동차매매단지(3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각 매매단지별로는 오토맥스 내 오토랜드(17건), 으뜸자동차(16건), 에이스상사(15건), 디씨카(12건) 등의 민원 건수가 많았다. 주안자동차매매단지 내 카레라모터스(12건), 오토프라자 내 그린상사(11건)의 피해 건수도 많았다.

하지만 소비자가 피해를 보상받기는 쉽지 않았다. 전체 민원 843건 중 사업자와 수리보수·환급·배상 등 합의가 이뤄진 사례가 303건(35.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판매사업자가 성능점검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 역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현행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로는 소비자들이 차량의 객관적인 성능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만큼 국토교통부에 중고차 성능점검제도 보완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고자동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중고차 매매시 직접 차량을 시운전해 외관과 내부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를 통해 사고 또는 침수이력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