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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정책자금 빼먹는 ‘좀비기업’ 어찌할까?
정책자금 브로커 여전히 횡행… 스타트업은 ‘딜레마’
- 기사입력2015-05-08 08:15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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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소문으로만 듣던 ‘정책자금 브로커’ 얘기를 들었다. 경영 컨설턴트라는 사람이 찾아와 “정책자금 신청을 해 줄 테니 수수료를 챙겨달라”는 것이었다. 이같은 요구가 여러 번 있었는데, 한 브로커는 정책자금 수령액의 30%를 수수료로 요구했단다. 창업 초기라 자금에 목이 마른 건 사실이나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 거절했다고 한다.스타트업들에게 정책자금은 그림의 떡 같은 존재다. 주변에서는 시쳇말로 ‘눈먼 돈’이라며 신청해보라고도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서류를 준비하는 일만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정책자금 신청에 잔뼈가 굵은 이들의 손을 거쳐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사업계획서 제목에 어떤 키워드를 넣어야 담당자들의 눈에 들어올 수 있는지, 어떤 레퍼런스를 기재하는 것이 유리한지 등이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막 진입한 스타트업의 경우 돈을 들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문제는 이렇게 정책자금에 도가 튼 ‘좀비기업’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할 실적 없이도 한두번 정책자금 지원을 받다 보니 다른 기관의 지원을 받는 일도 수월해지고, 결과적으로 정책자금으로 사업을 연명하는 기업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그런 기업들이 외부에서 볼 때는 우수한 실적을 갖춘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선수들’끼리는 다 안다”고 귀띔했다.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기관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기관에서 지원 받았던 기업을 다시 고르는 것이 비교적 안전한 선택인 탓이다. 그러나 현재 정책자금 사업이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책자금은 국가 차원에서 세금을 모아 기업들을 지원하는 일인 만큼 신중하게 집행해야 한다. 성장잠재력을 갖췄으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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