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효과 의문·보안도 미비…AI 디지털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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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학습효과 의문·보안도 미비…AI 디지털 교과서 미래 세대를 위한 ‘긴 호흡’ 필요…기대와 우려가 공존㊦

기사입력2024-09-23 00:00

내년 3월부터 도입되는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이는 AI를 활용해 다양한 학습자료와 학습지원 기능을 제공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① 학습 효과에 대한 의문…선진국은 디지털 교육 철회 중?

먼저 학습 효과에 대한 의문이다. AI를 통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더라도 문제풀이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학습 역량이 향상되려면 어떤 점이 잘 이해되지 않는지, 궁금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스스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디지털 기기와 AI가 제공하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받아서 푼다면,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습관을 기르지 못하고 자칫 수동적인 학습태도를 갖게 될 우려도 있다.

피드백의 질도 관건이다. 물론 현재 교사들에게 연수용으로 선보인 AI 디지털 교과서는 프로토타입인 만큼 최종본에서는 개선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프로토타입에서는 어떤 오답을 내든지 피드백이 비슷하다는 교사들의 의견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AI가 학생들 개개인에게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려면 각 학생에 관한 충분한 학습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AI는 더 많은 자료를 학습할수록 보다 정교해지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적게 푼 학생에 관해서는 분석이 어렵거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학생들 간 디지털 활용능력 격차도 문제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수준으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에 따른 학습격차가 생길 수도 있다. 도서산간 지역 등 인터넷 낙후 지역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아동청소년 시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자주, 오랜 시간 노출되면 인지 발달을 저해하거나 주의력과 집중력 저하, 감정조절 장애 등 심리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등 많은 나라에서 문해력 및 집중력 저하 등을 이유로 디지털 교육을 백지화하고 종이 교과서로 회귀하고 있다.

교육부의 취지와는 달리 AI 디지털 교과서의 전환이 사교육비 인상 명분이 될 가능성도 있다. AI는 학생들의 성취도를 판단하며, ‘빠른 학습자’와 ‘느린 학습자’로 나눠 각각 맞춤형 학습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우열반’이 생기며 사교육이 성행할 수 있다. 공교육의 디지털화가 사교육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② 교과서 최종본은 11월 말, 도입은 3월 초…졸속행정 우려

AI 디지털 교과서는 내년 3월 도입되지만, 아직 최종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8월에 AI 디지털 교과서 심사본을 접수했으며, 9월까지 본심사를 거치고 11월까지 수정본 검토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검토기간이 충분치 않아 자칫 부실 검증이 우려된다.

내년 3월부터 도입될 AI 디지털 교과서. 그러나 교과서만 종이에서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교육목표인 자기주도성이나 창의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미래 세대가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함양할 수 있는지, 도구보다는 근본적인 철학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교사들이 AI 디지털 교과서를 충분히 확인하고 준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며, 디지털 전환으로 자칫 교사의 업무가 과중될 수도 있다. 현재 교사들은 연수를 통해 AI 디지털 교과서의 테스트 버전, 즉 프로토타입을 확인한 상황이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 심사본을 제공한 기업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전부 공개하지 않은 만큼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모든 교사가 AI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는 수업을 보조하거나 기기 관리를 지원하는 ‘디지털 튜터’를 올해 1200명 양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직접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 교사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③ 학생 개인정보와 학습이력의 디지털화…보안 대책은 무엇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들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학습이력을 담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만큼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는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문제는 디지털 교과서의 사용 주체가 미성년자인데다 이러한 데이터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것이다. 각종 개인정보 유출이 들끓는 시대에 혹시 모를 사고가 있을 수도 있고, 특히 사교육 시장에 노출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최근 교육 분야와 관련한 해킹 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해킹에 관한 우려는 더욱 큰 상황이다. 지난 8월7일 서울시교육청의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거점학교 수강신청 시스템’에서 학생 559명의 수강신청서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월8일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지식센터 홈페이지에서 교원 353명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교육부가 학생들의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책임지고 철저하게 관리할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만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자기주도성·창의성 생길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교육부의 취지 자체는 납득할 만하다. 다만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현장에 서둘러 도입하기보다는, 도입 속도와 방식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을 유보해 교사들의 연수기회 및 검토기간을 보다 충분히 갖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선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디지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생애주기적 소양교육이다. 아동청소년들이 미디어를 건강하고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한 뒤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AI 디지털 교과서를 보조도구로만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지난 8월2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성격과 입법 과제’ 보고서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의무 사용인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도입하고, 현장에 안착하기 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교과서나 교육자료를 정부에서 정해주는 경우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을 헤아리는 것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자기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성과 시민성이다. 교과서만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자기주도성이나 창의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미래 세대가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함양할 수 있는지, 도구보다는 근본적인 철학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련 정책은 신중히 검토해 철저하게 미래 세대를 위한 방향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