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기업 이중과세·세무조사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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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해외진출기업 이중과세·세무조사 피하려면 이전가격 관리 중요…특수관계자 범위 등 각국 과세기준 달라

기사입력2014-11-20 00:00

국내의 한 제조업체는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된 제품을 역수입해오고 있었다. 이 회사의 중국 현지법인은 매출의 100%가 한국 본사와의 거래로 발생했다. 그런데 영업손실이 지속되자, 중국 과세당국이 중국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법인세가 한국보다 다소 높은 중국의 과세를 피하기 위해, 한국에 지나치게 싼 가격에 납품을 해서 중국 법인이 손실을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제 거래가가 아니라 중국 당국이 정한 ‘이전가격’으로 과세를 받게 되고, 자칫 한국에서 낸 세금분을 또 내야 하는 이중과세를 당하게 된다.

해외에 공장 등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전가격 과세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이전가격은 기업이 특수관계회사들에 대해 상품, 무형자산, 용역을 제공할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이 가격이 실제 거래가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을 경우, 과세당국이 ‘이전가격’을 책정해 이를 근거로 과세하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국세청이 17일 함께 개최한 ‘해외진출기업을 위한 이전가격 설명회’에서 국세청 국제협력담당관실 김문희 사무관은 “세계적으로 재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각 국가에서 외국계기업에 대해 공격적으로 과세하고 있다”며 이전가격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관에 따르면 이전가격 과세를 당할 경우 과세 금액이 큰 경우가 많고, 과세 해결을 위한 시간과 비용 부담도 크다.

게다가 각국의 이전가격 과세에 대한 기준도 상이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전가격 과세의 핵심인 ‘특수관계자’ 범위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의 경우 이전가격 과세 대상인 특수관계자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유한 지분이 50%가 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네시아, 체코슬로바키아 등은 지분을 25% 이상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경우 특수관계기업으로 간주한다. 인도는 26%, 베트남은 20% 등 나라마다 세부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구체적인 이전가격 과세규정을 확인하지 않았다가는 세무조사와 이중과세를 당하게 될 수 있다.

나라별 특수관계자 범위 예시

<자료=‘해외진출기업을 위한 이전가격 설명회’ 자료집>

이전가격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 역시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서덕원 회계사는 베트남 이전가격 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회사가 이전가격 과세에 대한 위험이 있는지 사전진단할 수 있는 항목을 제시했다.

먼저 사업확장 및 원재료·고정자산·제품의 정상가격 범위를 벗어나는 거래를 통해 낮은 영업이익을 시현한 경우 주의해야 한다.

또 수출 판매 또는 임가공 등 단순기능을 수행하고 낮은 수준의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경우, 관계회사간 위험 분담에 대한 근거없이 지나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회사간 명확한 근거(서비스 내용, 가격 결정구조)가 없는 용역수수대가 지급되거나, 무형자산을 사용(로열티 지급)하면서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경우 역시 과세당국의 주목을 받게 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외부요인을 제외하고, 문서화된 이전가격 정책과 실제 사업결과가 불일치하는 경우 역시 주의 사항이다.

이전가격 과세 위험 사전진단 리스트

<자료=‘해외진출기업을 위한 이전가격 설명회’ 자료집>

‘이전가격 사전승인(APA)’ 제도를 이용할 경우 이러한 과세 위험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나라별 APA 제도 시행 여부를 확인하고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소개됐다.

이전가격 사전승인 제도란 납세자가 과세당국과 특수관계자 간 국제거래시의 정상가격 산출방법을 사전에 합의하는 제도다. 이 방법에 부합하는 가격으로 거래를 할 경우 이전가격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본사와의 거래가 매출의 100%인 현지법인에 대해,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현지에서 부당하게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영업이익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아예 들이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APA는 기업이 직접 현지 과세당국과 협의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지만, 한국에서는 기업이 적정한 이전가격 결정방법에 대해 한국의 국세청에 승인을 신청하면 국세청이 상대방 과세당국과 협의해 이를 결정하는 제도가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