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지장 사실있어야 겸직금지 위반징계 정당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업무지장 사실있어야 겸직금지 위반징계 정당 노무제공 지장·기업질서 위반 입증해야…전면·포괄적 겸업금지 위헌

기사입력2016-09-26 11:11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방공기업 ○○공사에 20년째 근무중인 근로자 A는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에 당선돼 직무를 보기 시작했다.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 직무는 당연히 근무시간 이외에 진행했다. 근로자 A는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월 30만원을 받았다.

○○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0조(겸업금지) 및 정관 제14조(겸업금지)에 따르면, 공사의 상임임원과 직원은 그 직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다만 사장과 감사는 시장의, 상임이사와 직원은 사장의 허가를 받아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있다. 또 공사 취업규칙 제30조에 따르면, 겸업금지의무 위반시 징계처분을 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근로자 A에 대해 겸업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경우 징계처분의 정당성 당부를 살펴본다.

○○공사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근로자 A에 대해 겸업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아파트 동대표,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 직무는 영리업무라기 보다는 봉사업무라 할 수 있고, 인허가·민원처리 업무 등과의 관련성이 없어 겸직대상 금지 의무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근로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근로계약은 근로의 제공과 임금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다. 근로자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시간에 근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족하고, 약정된 근로시간 이후 시간에 대해 사용자는 헌법 제17조에 따라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관계는 인적, 계속적인 관계이므로 근로자는 근로제공 의무에 덧붙여 신의칙상 성실의무를 당연히 부담한다. 성실의무의 내용은 근로시간 이후에도 사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 위 사례의 경우와 같이 겸직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겸직을 이유로 한 인사권 행사의 한계=겸직은 일정한 직무 외에 다른 직무를 겸한다는 뜻이다. 보통 특정 회사 소속 근로자가 회사의 업무외 다른 회사의 업무 또는 자기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시간외 겸직은 근로자 개인능력에 따른 사생활의 영역(헌법 제17조 사생활의 자유)이다. 또 헌법 제15조가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권 행사라는 점에서 근로자가 다른 사업장에 일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는 사생활에 속하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는 없다. 겸직을 이유로 한 불이익한 처분 등 인사권 행사는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와 사생활 자유에 대한 제한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는 점에서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적인 처분이 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금지 의무의 정당성=공무원인 근로자의 겸직은 국가공무원법 제64조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업무 금지) 및 제26조(겸직 허가) 등 법률로써 제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2013.3.25,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영리업무인 경우에도 무조건 금지하지 않고, 그 업무에 종사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 전념·능률의 저해, 공무에 대한 부당한 영향,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의 취득 또는 정부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하고 있다. 즉 공무원인 근로자의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역시 직업선택의 자유 또는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포괄적이 아닌 부분적·제한적 금지다.

또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6조(겸직 허가)는 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다른 직무를 겸직하려는 경우 소속 기관장의 사전 허가를 규정하고 있다. 어떤 직무가 겸직 허가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2013.3.25, 행정안전부)는 해당 공무원이 하고자 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담당직무의 내용과 성격 및 영리업무 금지와 겸직허가 제도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 참고사례로 재건축조합 이사,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동대표 등을 적시하면서 이들 단체에서는 제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므로 공무원이 그 직을 맡기 위해서는 소속기관장의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좀 더 풀어쓰면 재건축조합 이사, 입주자 대표회의 임원, 동대표 등의 직무내용이 공무원의 주요 직무내용인 인허가, 민원처리 업무 등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겸직을 금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 공기업 근로자에 대한 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금지 의무의 정당성=지방 공기업 근로자의 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금지 의무 역시 지방공기업법 제61조(임·직원의 겸직제한)에 근거규정이 있다. 따라서 지방 공기업 근로자에 대한 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금지 의무가 해당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또는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포괄적 금지가 아닌 부분적·제한적이라면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사생활 자유에 대한 제한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는 점에서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적인 처분이 될 수 있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중기이코노미

◇○○공사 근로자 A의 영리행위금지 의무 위반 여부=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2013.3.25,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영리업무란 지속적으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하므로, 재산상의 이득이 있더라도 행위의 지속성이 없으면 금지대상인 영리업무에 해당되지 않는다.

아파트 동대표,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 직무는 ‘지속적으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 즉 영리업무라기 보다는 아파트 주민의 복리증진 및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한 봉사업무라 할 수 있다. 또 업무추진비 30만원의 성격은 그 명칭도 그렇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재산상 이득’이라기보다는 실비에 대한 최소한의 보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 동대표,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 직무를 맡은 근로자에 대해 ‘○○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0조(겸업금지) 및 ‘정관’ 제14조(겸업금지) 전단의 영리행위 금지 의무 규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공사 근로자 A의 겸직금지 의무 위반 여부=아파트 동대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직무가 겸직 허가 대상인지 여부를 살펴보면, 공기업 근로자의 직무내용은 공무원의 직무내용과 달리 인허가·민원처리 업무 등과의 관련성이 없다.

따라서 ○○공사가 아파트 동대표,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 직무를 맡은 근로자 A에 대해 ‘○○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0조(겸업금지) 및 ‘정관’ 제14조(겸업금지) 후단의 겸직대상 금지 의무 규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참고 판례 및 결론=서울행정법원(2001.7.24 선고, 2001구7465 판결)에 따르면, 회사 재직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적으로 다방 영업을 수행했다는 것을 징계사유로 들고 있으나, 근로자가 다른 사업을 겸직하는 것은 근로자 개인능력에 따라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할 것인 바, 참가인이 사적으로 다방 영업을 행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원고회사의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뿐만 아니라 참가인은 다방 운영자에게 운영자금을 지원해 준 것일 뿐이라고 다투고 있다) 이는 징계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하급심 판례는 회사가 취업규칙상 겸직금지 의무위반을 근거로 징계(인사상 불이익 처분 포함)를 하는 경우, 겸직사실 그 자체만 근거로 할 것이 아니라 기업질서와 노무제공 지장 초래에 관한 다른 사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영리행위 및 겸직금지 위반을 이유로 한 근로자 A에 대한 불이익한 인사처분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근로자 A가 아파트 동대표, 입주자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초래된 회사의 업무 지장의 정도, 근태불량 등 다른 취업규칙상 의무 위반 등을 고려해 기업질서 문란의 우려가 있거나 노무제공상 지장을 초래했다는 사실관계를 ○○공사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