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동의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 무산…勞政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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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無동의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 무산…勞政 갈등 임금피크제…정부 “청년고용 위해” vs 노총 “사측 편들기”

기사입력2015-05-29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8일 한국고용노동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주최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반대 시위로 무산됐다. ©중기이코노미

취업규칙 변경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던 정부의 시도가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다.

고용노동부는 28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는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 취업규칙을 변경하면 근로자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조합원 수백명이 공청회장에 진입해 행사 진행을 저지하면서 정부의 이같은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때 변경할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경우 근로자의 집단적인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노조의 동의를,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구상이다.

<자료=고용노동부> ©중기이코노미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퇴직 직전 몇 년간 임금을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은 정년 60세가 의무화 되면서 올해부터 하나둘씩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 의무화가 2017년인 여타 기업들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9.4%에 불과했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가 노사 합의에 따라 결정될 일이지 정부가 강제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유정엽 정책실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장년고용포럼 공개토론회에서 “임금피크제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국가적 캠페인 하듯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7일 내놓은 성명에서도 한국노총은 “법적으로 보장된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에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뒤 “이번 공청회는 정부가 사용자의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노골적으로 눈감아주기 위한 쇼”라고 비판했다.

무산된 공청회장 모습. ©중기이코노미

민주노총도 구색맞추기식 공청회에 불쾌함을 표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27일 성명에서 “정부는 공청회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면서도 행사가 진행되기 불과 며칠 전에 한국노동연구원에 개최를 의뢰했다. 의견 수렴인 양 꾸밀 간판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이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사측은 노동계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인건비 감축을 위해 청년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이같은 사측의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16일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 “대기업 임원들이 임금피크제에 참여해 청년들을 배려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